밴쿠버공원관리위원회가 추진하는 키칠라노 비치 자전거도로 계획안. [자료 밴쿠버시]
롭슨스퀘어·랑가라 골프장 등
시장 선거 결과 따라 방향 정해질 듯
비전밴쿠버 對 NPA 정책갈등 양상
그레고어 로버슨(Robertson) 밴쿠버시장이 10월 기초자치단체 선거에 불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오던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권을 잡고 있는 비전밴쿠버의 정책 방향을 야당 NPA가 지적하는 모양새다. 시의회는 비전밴쿠버가, 밴쿠버공원관리위원회(공원위·VPB)는 NPA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 비전밴쿠버가 다시 정권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의 진행 방향이 뒤바뀔 공산도 크다.
우선 키칠라노 비치를 통과하는 자전거도로 신설안은 5년째 논의만 거듭하고 있다. 공원위는 2013년부터 추진해온 해당 안을 12일 회의에서도 투표로 결정짓지 못하고 시 담당부서로 다시 넘겼다. 자전거도로를 희망하는 쪽은 안전한 전용도로 확보를 요구하고 반대 의견은 난폭한 자전거 주행으로 공원 나들이객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 두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문제의 키칠라노 비치 자전거도로는 50m 남짓이다. 차 3대를 세울 공간과 나무 몇 그루를 베어내고 인도와 엉키는 자전거도로를 정비하는 것이 전부인데 결정에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릴까.
표면적으로는 안전을 거론했지만 뒤얽힌 감정이 더 큰 문제다. 포인트그레이로드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난 키칠라노 해안가는 대표적 부촌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자전거 도로 신설 초기 찬성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해당 구역에 외부 차량 통행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 생각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보다 빨리 달리는 자전거가 위협 요소가 된 것이다. 빠른 속도로 지나는 자전거족들은 대부분 이 지역 주민이 아니다.
랑가라 골프장 존폐를 두고 밴쿠버시와 밴쿠버공원위가 대립하고 있다. [사진 구글맵스]
캠비 스트리트를 따라 진행되는 재개발사업과 맞물려 랑가라 골프장 유지 여부도 결정돼야 한다. 로버슨 시장은 공원위가 운영하는 랑가라 골프장을 공원으로 전환하는 안을 검토하자고 공원위에 제안했다. 캠비 스트리트·49가에 있는 랑가라 골프장은 면적 120에이커(71홀)로 밴쿠버시가 소유한 3개의 퍼블릭 코스 중 하나다.
로버슨 시장은 14일 열린 시의회에서 골프장을 공원이나 체육시설로 전환하자는 의견을 냈다. 애초 골프장에 300만 달러를 들여 배수시설을 정비하자는 안이 아예 골프장 존폐로 커진 것이다.
찬반 의견은 즉시 갈렸다. 시 소유의 너른 녹지를 골퍼들만 이용하게 두어선 안된다고 시의 의견을 지지하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도 없는 겨울철 우기에도 유지비가 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공원위는 시의 요청에 대해 골프장 폐장 안건이 상정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내부 토의 후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짤막한 발표문을 냈다. 다음날 오전 공개한 간단한 발표문엔 불쾌감이 읽힌다. 골프장 운영은 공원위의 가장 큰 재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5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수익원을 없애자는 안에 공원위로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보행자 전용도로가 된 롭슨스트리트. [사진 flickr/Paul Krueger]
최근에는 롭슨 스트리트 중심가의 차량통행을 재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밴쿠버아트갤러리 인근 롭슨스퀘어는 2015년까지 여름철만 차량통행을 금지했으나 이듬해부터 연중 내내 보행자 전용 도로로 만들었다.
NPA 소속 멜리사 디제노바(De Genova) 시의원은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 환경을 위해 차량통행을 막았더니 대마초 판매상이 자리잡고 있다며 차량 소통을 재개하자고 주장했다. 100m의 짧은 구간임에도 대중교통까지 우회하느라 지나치게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웨스트엔드 지역주민 민원이 많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시의원 다수는 어느 정책이나 일부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라며 차량 통행을 재개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친환경도시라는 목표로 밴쿠버시 곳곳에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새로 낸 자전거 도로가 주요 업적인 비전밴쿠버, 그리고 그 자전거도로 때문에 영업에 지장된다며 반발하는 상인들의 지지를 받는 NPA. 반년 후 선거 결과에 따라 밴쿠버시의 거리 모습이 크게 바뀔지 관심이 모인다.
/밴쿠버 중앙일보 이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