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이야기-네번째 편지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잠언 6:7 ...
<개미는 우두머리도 없고 지휘관도 없고 통치자도 없지만, 여름 동안 양식을 마련하고, 추수 때에 먹이를 모아 둔다.>
아침에 리아가 허겁지겁 뛰어와 버스를 탑니다. 프리 스쿨 때부터 내 버스를 타던 몸집이 작은 5학년 여자 아이입니다.
“너... 늦었어”라고 했더니 빙긋 웃으며 버스를 탑니다. 그러더니 한 십분 여 지났을 때 리아 건너편에 앉아있던 아리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챙, 리아가 토 했어”라고 합니다. 거울로 리아를 보니 창백한 얼굴로 꼼짝 않고 앉아 있습니다. 버스를 세우고 리아에게로 갔습니다.
몸이 안 좋았던가 봅니다. 어찌 준비 할 틈도 없었던가 봅니다. 토사물이 버스 바닥은 물론 자켓과 바지에도 묻어 있습니다. 아침으로 우유에 말아 먹는 씨리얼과 위산이 조화(?)를 이룬 특유의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일단 페이퍼 타올을 주고 옷에 묻은 것을 닦으라고 하고는 바닥에 쏟아진 토사물을 휴지로 덮어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곧 바로 중학교에 무전으로 리아의 상황을 이야기 하고 버스를 청소 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놓으라고 연락 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해서 다른 아이들을 먼저 다 내리게 하고 리아에게로 갔습니다. 나를 보더니 울 것 같은 눈망울로 말 합니다 .
“Sorry, Chang"
"It's o.k. my dear. Don't worry about it. It happens to everyone"
하지만 이번에는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로 다시 말합니다.
“Sorry, Chang..."
미안한 생각도 있었겠지만 리아의 목소리가 내게 들려준 것은 리아가 얼마나 속상해 하고 있는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리아의 소매와 바지에 묻은 토사물(吐瀉物)을 닦아주고는 울먹이는 리아를 꼭 안아 주며 “You'll be o.k."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속상해 울먹이는 리아의 마음을 안아 줄 때 토사물의 특유한 냄새는 더 이상 내 코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개미는 우두머리나 지휘관, 통치자가 없어도 생존이라는 목적이 하나 될 때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입니다. 먹고 살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아무리 우두머리나 지휘관의 통치와 명령이 있다 하더라도 마음이 하나 되지 않을 때 결코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니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사람에게는 배를 채우기 위한 생존보다 더 소중한 마음을 채우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jhj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