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가 2026-27 회계연도까지 법인세를 25%로 인하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호주의 주요 복지기구들이 무소속 상원의원들에게 이를 막아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법인세 삭감은 정부 복지 예산을 줄이게 되어 저소득 계층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뉴스타트’ 예산 삭감 법안 통과에 반발, 무소속 의원들에 서한 발송
정부가 연매출과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2026-27 회계연도까지 30%에서 25%로 인하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호주의 저명한 사회복지 단체들이 이를 막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금주 월요일(2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비영리 노인복지기구인 ‘Anglicare’, 국제 구호단체 ‘Oxfam Australia’, 구세군 단체 ‘Salvation Army’ 및 호주사회복지협의회 ‘Australian Council of Social Service(ACOSS)’를 포함한 호주의 대표적 복지단체들은 무소속 연방 상원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법인세 인하에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서한은 의회가 ‘뉴스타트 보조금’(Newstart Allowance. 실업 상태의 구직자에게 재취업 전까지 제공하는 정부 수당) 혜택과 다른 정부 보조금 예산을 삭감하는 복지예산 삭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촉발제가 됐다.
복지단체들은 서한을 통해 “수백만 명이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예산 삭감 방안은 터무니없는 움직임”이라며 “예산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가 실행될 경우 추가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병원, 교육비, 지역 공공서비스 비용에 돈을 더 지출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연방 총리와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재무장관은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최종 결정한 데 뒤이어 호주도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본지 1281호 보도). 미국 시장의 수익성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 투자자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에서이다.
마티아스 코만(Mathias Cormann) 연방 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가 통과되지 않을 경우, 호주 기업체들이 불이익에 처하게 돼 수익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해외 투자 및 고용률 하락과 함께 임금 또한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한나라당(One Nation)에서 3명이 해당 개정안에 지지의사를 밝혔으며, 노동당(Labor)과 녹색당(Greens)은 반대를 표명했다.
개정안은 군소정당 및 무소속 상원의원 11명 중 9명의 지지를 얻어야 통과될 수 있어, 5월 예산안 발표를 기한으로 연방정부도 무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호주의 일반적인 법인세는 30%로, 연매출 2500만 달러 이하 기업체의 법인세는 27.5%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8년 뒤 회계연도부터 연매출 5천만 달러 이하의 기업체들부터 25%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호주 중앙은행(RBA)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는 지난 2월 한 경제인 모임에서 “법인세를 낮추면 국가 예산에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호주사회복지협의회(ACOSS)의 카산드라 골디(Cassandra Goldie) 회장(사진). 그녀는 “법인세가 줄면 사회 안전망을 위한 서비스 부분의 예산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ACOSS의 카산드라 골디(Cassandra Goldie) 회장은 “법인세 인하에 따른 예산 공백을 메울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2020년까지 예산을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연방정부의 약속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녀는 “법인세가 줄면 덩달아 개인 세수도 줄고 결국 사회 안전망을 위한 서비스 부문 예산이 부족해진다”면서 “결과적으로 의사를 만나거나 노인 복지시설 및 학교 등 필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그녀는 “진정한 세금 개혁이란, 세금을 피해갈 수 있는 시스템상의 허점을 보완해 고소득층과 대기업들의 탈세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