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태극기의 섬, 항일운동 성지 소안도(4)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소안도와 북청과 함께 항일운동 3대 성지인 동래는 지금은 인구 355만의 부산직할시에 속한 일개 구(區)지만 일제시대 전에는 부산전체가 동래부 관할이었다. 1876년 조일수호조약으로 부산포가 개항된 다음해부터 일본은 영사관리를 파견해 치외법권적 일본인 거주지를 만들어갔다. 일본은 2백호도 못되는 일본인 보호를 빌미로 부산을 사실상 일본영토처럼 통치했다. 이들은 장기적인 도로계획을 세우고 가옥구조를 규제하고 철도부설측량까지 끝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야심을 착착 진행했다. 이에 따라 부산은 개항 10년도 안 돼 소수의 일본인이 다수의 조선인을 지배하는 구조가 되었다. 1905년 경부선이 개통되고 부산은 일본에서 대륙으로 통하는 관문이 되었다.

 

일본은 조선을 합병한 뒤 동래를 부산부와 동래군으로 분할했다. 부산항을 식민지 탈취물자를 실어 나르는 항구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동래에 온천장을 만들어 일본인 온천촌을 형성하고 벚꽃을 심어 일본과 비슷한 경관을 만들었다. 조선 사람들은 주로 옛 동헌 부근 동래시장 인근에 모여 살았다. 일제시기 내내 두 지역 간의 알력이 심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과 현실에서 소수의 친일 조선인을 제외한 부산지역 특히 동래 조선 사람들의 반일감정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동래중학교는 항일운동 성지 중의 성지다. 동래공립중학교는 사립동명학교가 1916년 사립동래고등보통학교로, 1925년 공립동래고등보통학교로 전환되었다가 1938년 4월 동래공립중학교로 개칭된 것이다. 해방 후 1951년 동래고등학교로 전환되었다. 당시 동래고보 지리교사 김병규(전 경남지사) 선생은 몰래 한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쳐 민족의식을 높여주었다. 서울의 3.1운동은 다음날 동래에 전해지면서 독립선언문이 부산과 동래에 배포되었다. 3월7일 서울의 학생대표가 동래고보 학생들에게 독립선언서를 전달하고 봉기를 권유했다. 10일에는 경성고등공업전문학교 학생 곽상훈(1896~1980 전 국회의장)이 동래고보 수학교사 이환을 찾아 독립선언서를 보이면서 의거를 상의했다. 이에 이환이 동래고보 학생의거 고문역할을 맡음으로써 의거계획은 착착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태극기와 독립만세기를 제작해 3월13일 동래 장날 시위를 단행했다. 학생대표 엄진영이 군청정문 망미루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선창하자 주위에 모인 수천 명 군중이 일제히 호응해 만세를 불렀다. “대한독립만세”라고 쓰여진 기치가 세워지고 독립선언서와 전단이 뿌려져 삽시간에 동래는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동정을 살피던 조선인 경관과 보조헌병도 모자와 제복을 벗어버리고 만세에 가담했다. 감격적이었으나 기마병들과 헌병이 들이닥쳐 발포하면서 학생들을 검거했다. 엄진영 등 24명이 검거되어 4개월부터 1년 6개월까지 형을 받았다. 학생들을 배후에서 지도한 곽상훈은 서울에서 상해로 망명하기 전날 검거되었다가 8개월 만에 석방되었다. 동래 학생의거는 다음 장날에도 계속되어 주민들은 독립만세를 부르면서 경찰서로 몰려가 시위를 펼쳤다.

 

3월11일에는 당시 미션스쿨이던 일신여학교(현 동래여고)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으며 13일에는 동래고보(현 동래고) 학생들이 대규모시위를 펼쳤다. 18일과 19일에는 범어사가 설립한 불교계 명정학교(현 금정중학교) 학생과 지방학림학생, 군중들이 함께 한 범어사 의거가 터졌다, 범어사 의거는 서울에서 내려 온 만해 스님과 당시 주지 성월 스님이 주동했다. 29일에는 구포에서 장날 대형태극기와 현수막을 앞세운 대규모 집회와 주재소를 습격한 구포 의거가 있었다. 이중 일신여학교 저항운동은 기억할 만하다. 일본군경은 여학생 전원과 여교사를 검거해 주모자를 대라고 위협했다. 이때 학생과 교사들은 자신들이 모두 주동이라고 외쳤다. 위협에 화가 치민 여학생 김응수는 “세살 먹은 아이도 제 밥을 빼앗으면 달라고 운다. 우리들이 우리나라를 돌려 달라고 시위하는데 무엇이 나쁘냐?“며 저항했다. 여학생 11명과 교사 2명은 수감 기소되어 여학생들은 징역 6월, 여교사 2명은 징역 1년6월 씩 언도받았다. 여학생이 아닌 16세 마을처녀 박연도 학생들과 같이 행동해 옥고를 치렀다.

 

일신여학교는 또한 박차정(朴次貞 1910~1944)이란 불세출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조선이 일본에 빼앗긴 해 태어난 박차정의 부친 박용한(朴容翰)은 순종 때 탁지부 주사를 역임한 측량기사였다. 그는 일제의 무단통치에 항의해 1918년1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어머니 김맹련은 항일운동가 김두봉(金枓奉) 사촌이며 김약수(金若水)와는 육촌이다. 박차정 오빠 박문희는 신간회에서 활동했고 둘째오빠 박문호는 의열단에서 활동한 독립운동 가족이다. 박차정은 항일운동하면서 박철애, 임철애, 임철산 등 가명을 사용했다. 1929년 일신여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여성의 단결과 의식훈련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적 이익을 옹호하고 반제국주의 반봉건운동을 목적으로 1928년 조직된 근우회 동래지부에 가입하면서 항일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근우회에서 선전과 출판을 담당했다. 근우회는 1929년 광주 학생운동과 1930년1월 서울 여학생 시위운동을 배후에서 지도했는데 박차정이 중심역할 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풀려난 그녀는 중국에서 의열단으로 있던 둘째 오빠 박문호가 보낸 청년을 따라 중국으로 망명해 의열단 핵심멤버로 활약했다.

 

1931년 김원봉(金元鳳)과 결혼한 박차정은 여자 독립군학교 교관으로 교양과 훈련을 담당했다. 그녀는 조선민족혁명당 기관지 발행에도 관여하고 이청천(李靑天) 장군 부인 이성실과 조선민족혁명당 남경 조선부녀회를 결성하는 등 여성 민족해방운동을 담당했다. 한구(漢口)에서 열린 만국부녀대회 한국대표로 참가하고 장사(長沙)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파견되어 일본에 대한 라디오 방송도 하고 도산 안창호 추도회를 개최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박차정은 조선의용대 부녀복무단 단장이던 1939년 2월 강서성(江西省) 곤륜산 전투에서 입은 부상 후유증으로 1944년 5월27일 34세로 사망했다. 남편 약산(若山) 김원봉은 48년 남북협상 때 월북해 노동상 등을 역임했으나 58년11월 숙청당했다. 부산시는 2001년 박차정 동상을 금정구에 건립하고 매년 5월27일 박차정 의사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이렇듯 동래의 항일운동은 다양하게 계속되었다. 동래의 항일운동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놀랍고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다음 글에서 살펴본다.

 

<계속>

 

 

1509407484537.jpg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

  • |
  1. 1509407484537.jpg (File Size:92.3KB/Download:42)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쉽지 않은 대형트럭 운전 file

    프라임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늘도 바빴다.   밤 9시 넘어 트럭 시뮬레이션 실습이 끝났다. 수동 기어 자동차를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운전해 본 적이 있어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형 트럭은 딴판이었다. 더블 클러치와 엔진 ...

    쉽지 않은 대형트럭 운전
  • 별나라형제들 이야기(32) file

    악투리언들의 메시지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11 필자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과 자신을 알 수 없다.   숲 속에 있는 사람은 숲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다른 나라를 여행해 보면서 조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 그런데 유사 이...

    별나라형제들 이야기(32)
  • 또 다른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下) file

    진짜 태극기의 섬, 항일운동 성지 소안도(5)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나는 동래의 학생 항일운동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발견했다. 첫 째는 섬마을 지도자들이 주도한 소안도와 달리 학생들 스스로 일제초기부터 말기까지 줄기차게 투쟁했다...

    또 다른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下)
  • 송어 플라이 낚시도 ‘우리가 먼저!’

     ▲ 헬리콥터를 이용한 송어 플라이 낚시  ​  뉴질랜드 전국의 민물낚시 명소들이 밀려드는 외국인 낚시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소중한 낚시터들과 송어 자원을 빼앗길수 없다면서, 흔히 극우정당 정치인들이 외치는 ‘키위 퍼스트(Kiwi First)’라는 ...

    송어 플라이 낚시도 ‘우리가 먼저!’
  • 하늘로 기운, 땅으로 육신 file

    사순절 이야기 - 스물한 번째 편지     잠언 12:15... <어리석은 사람은 제 잘난 멋에 살고 슬기로운 사람은 충고를 받아들인다. 미련한 사람은 쉽게 화를 내지만, 슬기로운 사람은 모욕을 참는다.>   사람의 기운은 아래서 위로 올라가고, 사람의 육신은 위에서 아래로 ...

    하늘로 기운, 땅으로 육신
  •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1편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말이 나왔고,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라...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1편
  • 미주리로 가는길 file

    트럭킹 교육 첫날         뉴욕 – 뉴저지 – 펜실베이니아 - 오하이오 – 인디애나 – 일리노이 – 미주리. 1박 2일 동안 두 번 버스를 갈아타고 지나가는 주들이다. 미국의 거의 절반을 가로 지르는 거리다. 온 만큼을 더 가면 LA다.   두번째라 김샜지만 어찌됐든 다시출발...

    미주리로 가는길
  • 가상 화폐, 아직 안전보장 없다

    블록 체인 개발은 가상화폐 불안정성 줄일 듯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비트코인, 크립토 코인, 기타 무슨 이름으로 부르든지 가상화폐는 기대도 문제도 많았습니다. 일찍이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은 돈을 많이 벌기도 했고 ...

    가상 화폐, 아직 안전보장 없다
  • 전공선택과 직업 - 치과의사

    [교육칼럼] 학부에서 생물학이나 화학 전공하면 유리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지난 주에 전공 선택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에 이어 이번 주 부터는 직업과 관련하여 전공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직업을 무엇으로 가질 지 뚜...

    전공선택과 직업 - 치과의사
  • 이민자들, 아이리쉬들의 삶 본받아야 file

    한국 드라마의 ‘이민자 사기꾼’을 보는 심정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우리 부부는 일손을 놓은 후에야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막장’이라 불릴만한 드라마를 몇 편이나 보았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처음에는 할멈이 “드라마 같이 보...

    이민자들, 아이리쉬들의 삶 본받아야
  • 무인트럭이 몰려온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왜 지금 트럭을 시작하는가?   택시 벌이가 시원찮아져 새로운 생계수단이 필요했던 마당에 마침 전부터 하고 싶었던 트럭을 한다가 모범답안이다.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금 아니면 앞으로 영원히 못 할 수도 있기 ...

    무인트럭이 몰려온다
  • ‘내로남불’과 ‘내당너당’ file

    ‘네가 나보다 낫다’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不倫)이다.‘ 라거나 ’내당너당‘,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라.‘라는 것은 기준의 문제입니다.   ‘내로남불’이 나와 너를 다른 기준에 두고 있는 것이라면 ‘내당너...

    ‘내로남불’과 ‘내당너당’
  • 초야의 밤을 기다리는 꼬마신랑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7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모든 것이 다 순탄하게 풀렸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자유를 품에 안고 맘껏 유라시아대륙을 달릴 수가 있을까? 내 인생이 살지고 풍요로웠다면 평화가 그렇게 소중한지 알았을까? 그래서 내...

    초야의 밤을 기다리는 꼬마신랑
  •     사물과 사물 사이의 빈 공간을 틈이라고 한다. 공간적인 의미 외에도 틈도 있다.    바로 시간의 틈이다. 즉,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영원으로 통하는 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다.   우리는 서양 철학 하면 그리스, 동양 철학 하면 중국이라는 고정관념 속에 ...

  •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上) file

    진짜 태극기의 섬, 항일운동 성지 소안도(4)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소안도와 북청과 함께 항일운동 3대 성지인 동래는 지금은 인구 355만의 부산직할시에 속한 일개 구(區)지만 일제시대 전에는 부산전체가 동래부 관할이었다. 1876년 조일수호조약으로 부...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上)
  • 뱃길 삼십분

        뱃길 삼십분은 짧은 여행길이다.   쾌적해서 기분좋게 타는 훼리(ferry). 감질나고 아쉽다.    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마냥 누워서 뒹구는 날이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은 잠시뿐. 몸과 마음이 바닥으로 처진다. 잠깐 눈붙인 오수(午睡)에는 두려운 악몽만 달겨들고. ...

    뱃길 삼십분
  •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에 목 매는 트럼프

    [시류청론] ‘선 핵폐기 후 보상’ 잠꼬대부터 멈춰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시사인> 3월 27일치를 보면, 이창주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국제관계학부 석좌교수(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가 “트럼프는 북한과 관련해 역대 정권이 하지 못한 일을 자신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에 목 매는 트럼프
  • 섬나라 뉴질랜드의 막내 섬들

    얼마 전 국내 언론들에는 남빙양의 한 외딴 섬에서 쥐 구제 작업을 벌이던 자연보존부(DOC) 직원에게 급성 질병이 발생, 해군 함정이 긴급 출동해 며칠 만에 본토로 이송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 오클랜드 제도 전경과 건물들​   구조 활동이 벌어진 ‘앤티포데스...

    섬나라 뉴질랜드의 막내 섬들
  • 참을 수 없는 ‘꼼수’의 가벼움 file

    정봉주와 김어준을 생각한다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본지는 한국 농담을 능가하며 B급 오락영화 수준을 지향하는 초절정 하이코메디 씨니컬 패러디 황색 싸이비 싸이버 루머 저널을 지향한다..’   1998년 7월 6일, 한국 최초의 인터넷 풍자매체(諷刺媒體)로...

    참을 수 없는 ‘꼼수’의 가벼움
  • 한 나라로 함께 사는 세상(1) file

    남북연합방 경제체제와 북남연합방 평화체제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연재를 시작하며>   분단 모국에 가장 깊게 관여하고 있는 미국을 48년 살고 있는 재미동포로 1992년 이래 남과 북을 드나들며 남북.미 세 나라를 각기 안과 밖에서 보아왔다. 남은 세...

    한 나라로 함께 사는 세상(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