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방중에서 우호적이고 겸손한 태도를 보인 것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고 러시아 일간 노바야가제타가 보도했다.

 

노바야가제타는 지난달 30일 11면 전면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 대해 연장자를 대하듯 깍듯한 태도를 나타냈다”면서 “특히 시 주석과 회담 중 수첩에 메모를 한 것은 참관자들을 매우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에서 방송에 나오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면 항상 그를 둘러싼 고위급 관료들이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는데 베이징에서는 그가 연장자 앞에서 요약해서 메모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트럼프 미대통령과 조속히 회담을 할 용의(用意)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방중 보도에는 핵무기 철폐와 트럼프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중 정상회담7.jpg

 

 

다음은 기사 내용.

 

한국과 일본은 지난 3월 25일 밤 11시에 압록강 철교를 지나 북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특별열차에 누가 타고 있는 가를 필사적으로 추측했다. 특별 열차 앞에 동일한 열차 한 대가 앞서서 선로 안전을 점검하고 특별열차 뒤로도 또 한 대의 동일한 열차가 따르며 특별열차를 엄호했다. 이와 같은 복잡한 열차 구성을 볼 때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방중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별 열차로 방중할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2011년 12월 집권 이후 중국에 대해 두드러지게 반감을 드러내면서 한 번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3월 28일에 일어난 센세이션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이 중국 요원의 감독 하에 해외 거주 중인, 친중국 성향인 그의 형 김정남을 세워 자신을 권력에서 축출하고자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중국의 계획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김정남이 유독성 신경 작용제 VX로 피살되어 무위로 돌아갔다. 이 사건으로 북중 관계는 더 소원해졌고 중국의 거듭된 충고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정으로 금지된 핵무기와 운반수단 개발 프로그램을 끝까지 밀어붙임에 따라 더욱 긴장상태로 돌입하게 되었다.

 

북한의 언론은 아주 최근에도 공개적으로 중국 정책을 공격했고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북한 군사시설 정밀타격에 동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惡化)된 북중 관계 복구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해도 김정은이 곧바로 자존심을 굽히고 나올 수는 없고 먼저 여 동생 김여정 같은 인물을 특사로 보내어 중국과 협상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대세였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이 김여정이 특별 임무를 띠고 방중했다고 예상했지만 3월 28일에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는 일이 발생했다.

 

특별열차가 화요일 베이징을 출발하여 수요일 다시 압록강 조중친선다리를 건너 북한으로 진입한 후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인 방중이 있었다는 즉각적인 보도가 나왔다.

 

 

수첩을 지참한 귀빈

 

이후 쏟아져 나온 의장대 사열 사진을 보면 짙은 색 인민복 상의에 통넓은 바지를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악수를 하고, 밝은 색 양장을 받쳐입은 배우자 리설주는 나란히 김 위원장과 같이 걷거나 대중가수 출신의 시 주석 배우자인 펑리위안과 환담을 했다. 중국 측은 삼군 의장대 사열(査閱)로 환영하고 유명한 중국 예술가들이 연주하는 가운데 초청 만찬을 가졌다. 만찬 석상에서는 고급 중국 전통주와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서로 건배를 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날도 댜오위타이 내 양위안자이에서 시 주석과 오찬을 가졌다. 양위안자이는 중국 최고 지도부들이 외국 정상을 초대하는 장소로 특히 1959년에 북한 왕조를 건설한 김일성 주석이 방중시 머물렀던 장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우호적이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고 시 주석에 대해 연장자를 대하듯 깍듯한 태도를 나타냈다. 특히 시 주석과 회담 중 수첩에 메모를 한 것은 참관자들을 매우 놀라게 했다. 북한에서 방송에 나오는 그의 모습을 보면 항상 고위급 관료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이들은 김 위원장이 하는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다. 그런데 베이징에서는 그가 연장자 앞에서 요약해서 메모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공식적인 보도에서는 양국 관계의 문제는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선의로 북한의 노력에 응하며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미대통령과 조속히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방중 보도에는 핵무기 철폐와 트럼프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선제타격 제안

 

김 위원장이 방중시 보여준 이러한 주도면밀한 고분고분함은 전후상황을 살펴볼 때 북한에게 중국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작년 두 번의 핵실험과 여러 번의 ICBM 발사 후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인해 큰 압박을 받게 되었다. 이 안보리 제재안은 거의 모든 북한 수출상품 구매를 금지하고, 석유 및 석유 제품 공급을 극도로 제한했다. 뒷구멍으로 행해지던 대북제재 위반을 눈감아주던 중국도 이제는 아주 단호하게 제재에 동참했다. 북한의 대외무역의 90%가 중국과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반(半) 봉쇄는 가장 치명적인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현재 조치를 엄격하게 준수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북한 경제가 올해 말이면 거의 붕괴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이, 트럼프대통령의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논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전 CIA 국장을 국무부 장관으로, 강경 매파로 유명한 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한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두 사람은 북한 정권을 전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미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존 볼턴은 3월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지에 보낸 기고에서 북한 핵시설 선제 타격을 제안했다. 또 3월 19일 자유아시아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군사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최대한 빨리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이 얻는 이득

 

이 모든 것이 5월말까지 개최하기로 한 북미정상회담에 매우 우려되는 배경을 조성하고 있다. 볼턴은 자유아시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회담은 매우 짧은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조금 더 확신있는 입지를 가지려면 중국이 외부적으로라도 북한을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은 한반도의 단계적인 비핵화조치를 지지하며 러시아와 함께 쌍중단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한미도 그에 대한 대답으로 정기적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훈련을 북한 침공 준비 군사작전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게도 현 상황에서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이득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운명을 좌우하는 회담에서 중심 위치를 탈환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독자적으로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 다음엔 한국 측의 중재로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의 동의를 얻어낸 후 중국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진 상태였다. 또한 무역에 관한 요인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 간의 무역 전쟁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는 국면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복구함으로써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도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의 견해로는 이와 같은 북한과의 화해로 인해, 북한이 중국의 보호막 아래 들어옴으로써, 중국 측에 아주 불리한 미국의 북한 타격 위협을 낮추어준다. 그런데 상황은 여전히 매우 불안정하다. 김 위원장은 어느 정도 중국 측에 고개를 숙임으로 외적으로라도 중국의 호의를 복구했고 외교적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예전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정말 비핵화의 길로 나설 것이라고 믿는 견해는 적다. 김씨 일가는 90년대부터 여러 번 핵무기 관련 합의를 깨드렸고 그러는 동안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버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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