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7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1517673205882[1].jpg

 

 

모든 것이 다 순탄하게 풀렸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자유를 품에 안고 맘껏 유라시아대륙을 달릴 수가 있을까? 내 인생이 살지고 풍요로웠다면 평화가 그렇게 소중한지 알았을까? 그래서 내 스스로가 그 어느 때보다 강건하다는 것을 느꼈을까? 이렇게 고통스럽지만 가치 있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을까? 위기 속에서 작은 것이라도 건지려 바동거렸으면 나는 또 언제까지 바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지금의 나를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추어진 80%를 찾아 나섰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떠나 새롭고 낯선 것을 찾아 나섰다. 달리면서 생각의 깊이는 깊어질 것이고, 달리면서 나의 활동영역은 넓어질 것이다. 달리면서 우주를 덮고도 남는 본래의 마음을 되찾아 진정한 자유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삶에 한기와 바람이 분다고 느껴질 때 나는 오히려 그 한가운데 홀연히 뛰어들어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달리며 절망과 환희를 반복하면서 거듭나기를 시도한다.

 

아제르바이잔의 내륙은 거칠고 황량한 광야가 끝없이 펼쳐진다. 산유국(産油國)의 도로답지 않게 포장도 되지 않은 길을 먼지와 매연을 뒤집어쓰며 달린다. 중년의 위기에 빠졌을 때 모든 무게를 내려놓고 위기와 정면으로 마주서니 위기는 내게 새 세상을 열어주었다. 위기와 정면으로 마주볼 때 위기는 경이로운 날개가 되어주어서 이렇게 새 세상을 날게 하여주었다. 때로 앞이 안보이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불편함과 외로움과 고통 속에 스스로를 유배 보내 대자연이 주는 삶의 이치를 깨달으면서 강인해지는 생활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귀한 것은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 산고(産苦)의 고통 없이 태어나는 어린애기가 어디 있으랴! 아기가 열병을 앓고 난 다음 부쩍 자라듯이 절절한 아픔을 견디어내고 진정한 삶의 새 지평은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통과 좌절, 외로움 속에서 흙먼지 매연 다 뒤집어쓰고 만신창이가 되고나서, 그 불가마 속 같은 뜨거움을 견뎌내고야 비로서 태어나는 달 항아리 백자 같은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위기 속에서도 생의 근본적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이 나라는 모든 메르세데스 벤츠가 노년을 보내는 나라 같다. 내가 가 본 그 어느 나라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많이 굴러다닌다. 본고장인 독일 그리고 미국보다도 더 많이 보인다. 3,40년의 족히 됐을 차들이 시커먼 매연을 뿜고 지나간다. 거의 폐차시키는 차들을 헐값에 사와 고쳐서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간혹 마을이 보이면 구멍가게보다 자동차 정비소가 더 많다. 매일 끼니 때마다 식당을 찾는데 애를 먹지만 자동차 고치는 곳을 찾기는 쉽다.

 

 

1517673209779[1].jpg

 

 

먼지와 매연 속에 지평선만이 저 멀리 아득하게 펼쳐져 보인다. 간혹 풀을 뜯는 양떼들과 소떼들 사이로 목동이 보일뿐이다. 끝없이 달리다 간혹 길과 길이 만나는 삼거리나 사거리가 나오면 조그만 가게나 과일 행상들 그리고 정육점이 보인다. 여기서는 길거리에서 소나 양을 도축(屠畜)해서 그 자리에서 판다. 사료는 당연히 먹이지 않고 풀만 먹여 방목해서 키워 냉동도 시키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파니 몸에는 좋을 듯한데 고기가 질기다. 조지아에서는 돼지도 방목시켜서 흙을 파먹고 살게 하는 걸 여러 번 보았다. 비계가 상대적으로 적어 돼지고기 맛은 기가 막히게 좋은데 여기는 회교국가라 돼지고기 살 곳이 많지 않다.

 

오늘도 숙소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요즈음은 차가 따라오니 무리하지 않고 보통 풀코스 마라톤 거리인 42km를 뛴다. 40km쯤 뛰다가 세차장을 만나서 이 근처에 호텔이 있냐고 물으니 조금만 더 가면 있다고 한다. 요 며칠 숙소 잡는 일로 고생이 많았는데 잘 되었다. 택시를 탈거냐고 물어봐서 내 뒤로 차가 쫓아와서 택시는 필요 없다고 하는데 자꾸 쫓아와서 돈은 안 받을 거니 타라고 한다. 나는 42km를 마무리 할 생각이었는데 그 친구가 계속 쫓아오면서 호텔까지 안내한다고 하여 41km에서 마무리를 했다. 덕분에 오늘은 끝난 곳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

 

 

1517673202487[1].jpg

 

 

나는 지금의 한국의 모습이 한국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감추어진 80%를 찾아 나섰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떠나 새롭고 낯선 것을 찾아 나섰다.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어 유라시아까지 쭉 뻗은 철도망이 연결되어 사람과 물류가 오고가고, 석유파이프라인이 연결되어 더 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받고, 국방예산은 교육과 복지에 활용되면 우리는 더 많은 자유와 풍요로움을 만끽하면서 김구 선생이 그렇게 꿈꾸었던 문화강국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귀한 것은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 산고의 고통 없이 태어나는 어린애기가 어디 있으랴! 아기가 열병을 앓고 난 다음 부쩍 커버리듯이 절절한 아픔을 견디어내고 진정한 평화의 새 지평은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통과 좌절, 추위 속 긴 투쟁 속에서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고나서, 그 불가마 속 같은 뜨거움을 견뎌내고야 비로서 태어나는 달 항아리 백자 같은 아름답고 문화가 융성한 평화의 한국이 될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핵전쟁 위기 속에서 진정한 평화의 꽃이 아름답고 무성하게 피어나 평화의 꽃 원산지가 될 것 같다.

 

창밖에 내다보이는 밤하늘이 유난히 맑다. 맑은 밤하늘에 기울기 시작하는 보름달이 애처롭게 빛난다. 저 달이 다 기울고 나면 정월 초하루가 된다. 객지에서 설을 맞을 생각을 하니 심난하다. 그러면서도 한편 나의 가슴은 초야의 밤을 기다리는 꼬마신랑처럼 마구 두근거리고 있다. 신부의 속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흥분이 유지된다. 한반도에 봄처럼 평화가 찾아와 철조망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외국군대의 군인들은 모두 자기 고향을 찾아 오랫동안 떨어졌던 애인과 진한 키스를 하는 상상만으로도 최고의 흥분상태가 된다.

 

 

1517673181339[1].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 |
  1. 1517673205882[1].jpg (File Size:144.5KB/Download:36)
  2. 1517673181339[1].jpg (File Size:96.2KB/Download:30)
  3. 1517673202487[1].jpg (File Size:154.3KB/Download:32)
  4. 1517673209779[1].jpg (File Size:163.1KB/Download:3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쉽지 않은 대형트럭 운전 file

    프라임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늘도 바빴다.   밤 9시 넘어 트럭 시뮬레이션 실습이 끝났다. 수동 기어 자동차를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운전해 본 적이 있어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형 트럭은 딴판이었다. 더블 클러치와 엔진 ...

    쉽지 않은 대형트럭 운전
  • 별나라형제들 이야기(32) file

    악투리언들의 메시지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11 필자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과 자신을 알 수 없다.   숲 속에 있는 사람은 숲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다른 나라를 여행해 보면서 조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 그런데 유사 이...

    별나라형제들 이야기(32)
  • 또 다른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下) file

    진짜 태극기의 섬, 항일운동 성지 소안도(5)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나는 동래의 학생 항일운동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발견했다. 첫 째는 섬마을 지도자들이 주도한 소안도와 달리 학생들 스스로 일제초기부터 말기까지 줄기차게 투쟁했다...

    또 다른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下)
  • 송어 플라이 낚시도 ‘우리가 먼저!’

     ▲ 헬리콥터를 이용한 송어 플라이 낚시  ​  뉴질랜드 전국의 민물낚시 명소들이 밀려드는 외국인 낚시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소중한 낚시터들과 송어 자원을 빼앗길수 없다면서, 흔히 극우정당 정치인들이 외치는 ‘키위 퍼스트(Kiwi First)’라는 ...

    송어 플라이 낚시도 ‘우리가 먼저!’
  • 하늘로 기운, 땅으로 육신 file

    사순절 이야기 - 스물한 번째 편지     잠언 12:15... <어리석은 사람은 제 잘난 멋에 살고 슬기로운 사람은 충고를 받아들인다. 미련한 사람은 쉽게 화를 내지만, 슬기로운 사람은 모욕을 참는다.>   사람의 기운은 아래서 위로 올라가고, 사람의 육신은 위에서 아래로 ...

    하늘로 기운, 땅으로 육신
  •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1편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말이 나왔고,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라...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1편
  • 미주리로 가는길 file

    트럭킹 교육 첫날         뉴욕 – 뉴저지 – 펜실베이니아 - 오하이오 – 인디애나 – 일리노이 – 미주리. 1박 2일 동안 두 번 버스를 갈아타고 지나가는 주들이다. 미국의 거의 절반을 가로 지르는 거리다. 온 만큼을 더 가면 LA다.   두번째라 김샜지만 어찌됐든 다시출발...

    미주리로 가는길
  • 가상 화폐, 아직 안전보장 없다

    블록 체인 개발은 가상화폐 불안정성 줄일 듯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비트코인, 크립토 코인, 기타 무슨 이름으로 부르든지 가상화폐는 기대도 문제도 많았습니다. 일찍이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은 돈을 많이 벌기도 했고 ...

    가상 화폐, 아직 안전보장 없다
  • 전공선택과 직업 - 치과의사

    [교육칼럼] 학부에서 생물학이나 화학 전공하면 유리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지난 주에 전공 선택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에 이어 이번 주 부터는 직업과 관련하여 전공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직업을 무엇으로 가질 지 뚜...

    전공선택과 직업 - 치과의사
  • 이민자들, 아이리쉬들의 삶 본받아야 file

    한국 드라마의 ‘이민자 사기꾼’을 보는 심정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우리 부부는 일손을 놓은 후에야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막장’이라 불릴만한 드라마를 몇 편이나 보았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처음에는 할멈이 “드라마 같이 보...

    이민자들, 아이리쉬들의 삶 본받아야
  • 무인트럭이 몰려온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왜 지금 트럭을 시작하는가?   택시 벌이가 시원찮아져 새로운 생계수단이 필요했던 마당에 마침 전부터 하고 싶었던 트럭을 한다가 모범답안이다.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금 아니면 앞으로 영원히 못 할 수도 있기 ...

    무인트럭이 몰려온다
  • ‘내로남불’과 ‘내당너당’ file

    ‘네가 나보다 낫다’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不倫)이다.‘ 라거나 ’내당너당‘,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라.‘라는 것은 기준의 문제입니다.   ‘내로남불’이 나와 너를 다른 기준에 두고 있는 것이라면 ‘내당너...

    ‘내로남불’과 ‘내당너당’
  • 초야의 밤을 기다리는 꼬마신랑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7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모든 것이 다 순탄하게 풀렸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자유를 품에 안고 맘껏 유라시아대륙을 달릴 수가 있을까? 내 인생이 살지고 풍요로웠다면 평화가 그렇게 소중한지 알았을까? 그래서 내...

    초야의 밤을 기다리는 꼬마신랑
  •     사물과 사물 사이의 빈 공간을 틈이라고 한다. 공간적인 의미 외에도 틈도 있다.    바로 시간의 틈이다. 즉,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영원으로 통하는 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다.   우리는 서양 철학 하면 그리스, 동양 철학 하면 중국이라는 고정관념 속에 ...

  •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上) file

    진짜 태극기의 섬, 항일운동 성지 소안도(4)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소안도와 북청과 함께 항일운동 3대 성지인 동래는 지금은 인구 355만의 부산직할시에 속한 일개 구(區)지만 일제시대 전에는 부산전체가 동래부 관할이었다. 1876년 조일수호조약으로 부...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上)
  • 뱃길 삼십분

        뱃길 삼십분은 짧은 여행길이다.   쾌적해서 기분좋게 타는 훼리(ferry). 감질나고 아쉽다.    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마냥 누워서 뒹구는 날이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은 잠시뿐. 몸과 마음이 바닥으로 처진다. 잠깐 눈붙인 오수(午睡)에는 두려운 악몽만 달겨들고. ...

    뱃길 삼십분
  •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에 목 매는 트럼프

    [시류청론] ‘선 핵폐기 후 보상’ 잠꼬대부터 멈춰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시사인> 3월 27일치를 보면, 이창주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국제관계학부 석좌교수(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가 “트럼프는 북한과 관련해 역대 정권이 하지 못한 일을 자신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에 목 매는 트럼프
  • 섬나라 뉴질랜드의 막내 섬들

    얼마 전 국내 언론들에는 남빙양의 한 외딴 섬에서 쥐 구제 작업을 벌이던 자연보존부(DOC) 직원에게 급성 질병이 발생, 해군 함정이 긴급 출동해 며칠 만에 본토로 이송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 오클랜드 제도 전경과 건물들​   구조 활동이 벌어진 ‘앤티포데스...

    섬나라 뉴질랜드의 막내 섬들
  • 참을 수 없는 ‘꼼수’의 가벼움 file

    정봉주와 김어준을 생각한다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본지는 한국 농담을 능가하며 B급 오락영화 수준을 지향하는 초절정 하이코메디 씨니컬 패러디 황색 싸이비 싸이버 루머 저널을 지향한다..’   1998년 7월 6일, 한국 최초의 인터넷 풍자매체(諷刺媒體)로...

    참을 수 없는 ‘꼼수’의 가벼움
  • 한 나라로 함께 사는 세상(1) file

    남북연합방 경제체제와 북남연합방 평화체제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연재를 시작하며>   분단 모국에 가장 깊게 관여하고 있는 미국을 48년 살고 있는 재미동포로 1992년 이래 남과 북을 드나들며 남북.미 세 나라를 각기 안과 밖에서 보아왔다. 남은 세...

    한 나라로 함께 사는 세상(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