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 ‘X-Factor Australia’에서의 우승 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동포가수 임다미(Dami Im)씨가 최근 정규앨범 발매를 계기로 ABC 방송과의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고향인 외조부와 분단 상황 등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ABC 방송 통해 ‘분단’에 대한 생각, 북한이 고향인 외조부 이야기 등 언급
호주의 한국계 가수로 현지는 물론 전 세계 팬을 확보하고 있는 가수 임다미(Dami Im)씨가 지난달 28일(수) 네 번째 정규 앨범 ‘I HEAR A SONG’ 발매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 그녀는 지난 주 금요일(30일) 국영 ABC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고향이 북한인 외조부와 함께 한반도의 분단을 언급했다.
임다미씨는 지난 2013년 호주 공중파 방송인 ‘채널 10’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X-Factor Australia’에서 승승장구,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호주 대중가요 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는 지난 2016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 2016)에 호주 대표로 참가, 2위를 차지하는 등 빼어난 가창력과 폭발적 음량을 자랑하며 한국과 호주를 오가는 세계적인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밝힌 내용을 소개한다.
-4년 전 남북 군사분계선인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DMZ는 서울에서 약 50킬로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곳인데, 당시 기분은 어땠나?
: 북한이 그렇게 가까이에 있는지 몰랐다. 굉장히 멀리 있는 줄 알았던 북한은 말 그대로 옆 동네였다. 살면서 북한에 대해 그리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당시에는 뉴스에서 자주 봤기 때문에 궁금해서 DMZ를 방문한 것뿐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정말?’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북한이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지역적으로 가까운 북한과 남한은 체제와 문화적인 면에서는 굉장히 멀다. 그것이 이상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2. 외조부의 고향이 북한인 것으로 안다. 맞는가?
: 그렇다. 외할아버지가 북한에서 태어났고 1950년 한국전쟁이 있지 바로 직전에 남한으로 건너갔다. 당시 식량 겸 남한에서 팔기 위한 목적으로 오징어 한 팩을 들고 남한으로 갔다고 한다. 그 이후로 외할아버지는 다시 북한으로 갈 수 없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기에 나는 그 분을 만나본 적이 없다.
임다미 씨는 “편한 길만 택하지 말라”는 남편의 충고로 ‘X-Factor’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은 ‘X-Factor’에 출연한 임다미씨의 열창. 채널 10 화면 캡처.
3. 뉴스에서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에 대한 보도를 들으면 어떤가? 걱정이 되나?
: 나도 그렇지만 한국에 계신 분들 모두 증오보다는 슬프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동포가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과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안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서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우리가 북한에 갈 수 없다는 사실 그 자체가 슬픈 일이다. 모든 정치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이런 한반도 정세가 정치와 이념의 문제이며 결국 일반 국민들이 손을 쓸 수 없는 복잡한 상황들 때문이라는 것 또한 슬픈 현실이다.
4. 조만간 남북 분단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언젠가 남북한의 통일이 이루어지고 서로 가족과 친척을 만나러 왕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제 나이 드신 분들은 많이 돌아가셨지만,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이 아직 살아있으니 통일이 되면 정말 좋을 것이다.
임다미씨는 오페라 가수인 어머니와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됐다. ABC 뉴스화면 캡처.
5. 1990년대, 9살 때 호주로 이민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다미씨의 아버지가 한국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 아빠는 호주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몇년만 여기에서 살려고 했다가 호주의 어린 학생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도마뱀을 잡거나 공을 차고, 수영하면서 노는 모습을 보고 한국의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씀을 들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는 한국에서 공부했는데 그때 영어, 국어 학원과 수영, 바이올린, 피아노, 미술 레슨을 받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덜 바쁜 편이었다. 새벽 12시까지 방과 후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6. 다미씨의 집은 항상 음악으로 가득했나?
: 그렇다. 엄마는 한국에서 오페라 가수였고, 아빠 또한 음악을 좋아하셨다. 아빠는 기타를 독학했고 새로운 악기를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빠가 플롯을 배우다가 잘 안 되어 그만두었는데, 그 플롯이 찬장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부르다가 플롯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세계적인 섹소폰 연주자 케니 지(Kenny G)가 유명세를 떨칠 때 아빠가 소프라노 색소폰을 샀는데, 이 또한 잘 안 되어 포기했다. 그걸 내 남동생이 연주하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아빠 때문에 다양한 악기들을 배우게 됐다.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피아노를 배웠다. 나도 피아노를 꽤 잘 치는 편이었는데, 나보다 잘 치는 애들이 굉장히 많았다. 호주에서 처음에는 내가 영어를 못해 다른 애들이 나를 멍청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피아노를 치면 모든 애들이 다 ‘와’ 하고 놀랐다. 친구들이 나를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에 대한 음악적 정체성이 싹텃다고 생각한다.
호주에서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좋아해주는 것을 보고 음악에 대한 정체성이 형성됐다고 말한다. Year 5 당시 피아노 연주 연습을 하는 임다미.
7. 팝송으로 영어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어떤 노래였나?
: 난생 처음으로 산 앨범 중 하나는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이다. 굉장했다. 친구들이 다 스파이스 걸스 음악을 들어서 나도 듣게 됐다. 나는 이 음악이 공식적인 영어가 아니라는 것을 몰라서 일기장에다가 ‘I'm gonna do something’이나, ‘I wanna’ 이런 말들을 적곤 했다.
8. ‘X Factor’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 어느 날 남편 노아(Noah)가 “너는 항상 안전한 길만 가려고 하잖아. 네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고 말했다. 이 말은 내게 상당한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좀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혼자 구석에서 진짜 내가 그런가 생각해봤다. 그래서 ‘X Factor’ 출연을 결심했다.
임다미씨는 음악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시도하다가 그만둔 플롯을 연주하게 됐고, 또 아버지가 배우려고 구매했다가 그만둔 섹소폰을 남동생이 연주하게 됐다. 플롯을 연주하는 다미씨(오른쪽)과 색소폰을 연주하는 남동생(가운데), 그리고 기타를 연주하는 아버지(왼쪽).
9. 종교가 기독교인데, 종교에 관해 공공연하게 밝히는 게 편한가, 아니면 대중가수로서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나?
: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 음악을 하면서 자신이 믿는 것과 음악을 분리시킬 수는 없다. 작사를 할 때 온갖 다양한 것에 대해 쓸 수 있지만, 내가 믿는 것과 내 마음을 담을 때가 가장 만족스럽다.
10. 최근 해외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기독교적인 책임감에서 나온 활동이었나?
: 나는 이 일을 대학교 때부터 시작해 지금은 남편과 함께 하고 있다. 교회에서 내가 받은 수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배웠고, 이 축복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배웠다. 이 돈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나와 남편은 필리핀에 사는 3살짜리 아이인 로드니(Rodney)와 그의 10대 형들, 그리고 가족들을 후원하기로 했다. 로드니의 가족은 내가 보기에 살기 힘들 것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남편과 내가 이 가족들에게 선물을 주고자 갔다. 세 아이들을 위한 옷이었다. 로드니의 엄마는 당연히 영어를 할 줄 몰라서 우리가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나오기로 했다. 가진 것이 없는 데도 우리에게 항상 보답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정말 우리보다 마음이 훨씬 더 넓은 사람들이다. 아이들을 호주에 데려오지 못해서 로드니의 어머니에게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사과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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