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어스틴 한인 최고령 최옥녀 옹 “나는 아직도 궁금한 것 많아” … 지역 어르신으로 큰 역할, 한인의 귀감
어스틴에 100세를 맞이하는 첫 한인이 있다. 어스틴 한인 노인회의 ‘맏언니’인 최옥녀 옹이다.
1918년 9월 6일생인 최옥녀 옹은 본지와의 인터뷰 내내 정정함을 과시했다. 최옥녀 옹은 “지금도 무엇이든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싶고 알고 싶고 참견하고 싶다”며 인터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녀는 현재 쌀밥은 먹지 않고 부드러운 죽 위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전복죽과 함께 장어 등 기력회복에 좋은 반찬과 당근, 더덕, 도라지 등 뿌리 야채를 즐겨 먹는다고 며느리 전행자 씨는 말한다.
“어머니가 무엇보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은 소식(小食)과 더불어 평생 짜고 매운 것을 전혀 안 드시는 식습관 때문인 것 같다. 지금도 많이 드시지는 않지만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거나 하지 않고 항상 식사를 잘 드시고 있다. 또 어머니는 굴곡진 인생의 기나긴 여정에서 어떠한 일을 겪든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걱정 없이 즐겁게 사시려고 노력하신다.”
최 옹은 매일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혼자 걷는 연습을 많이 한다는 것. 그러나 얼마전 방이 있는 2층에서 거실로 내려오다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이후 가족들이 1층으로 방을 옮기자고 제안했지만 최 옹은 한시코 거절했다.
“1, 2층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운동이 된다. 운동 뿐 만 아니라 2층에서 밖을 내다보는 낙 또한 포기할 수 없어 방을 바꾸지 않았다.”
현재 최 옹과 함께 살고 있는 며느리는 “어머님이 귀가 잘 들리지 않지만, 웬만한 음식은 다 드시는 등 건강하신 편이고, 또 평소 부지런함이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한다.
최 옹은 자신의 방을 보여주고 싶다며 기자를 자신의 2층 방으로 초대했다. 소녀의 방처럼 꽃과 사진들로 가득했다. 침대 앞에는 담요와 함께 손 때가 많이 탄 화투가 놓여져 있었다. 그녀의 일과에서 화투는 빠질 수 없다. 매일 방에 있는 창문 앞에 자리 잡고 앉아 화투 숫자 맞추기를 즐겨하는 최 옹은 “화투가 치매예방에 좋다”고 자신한다.
70년 넘게 감기약을 서너번 만 복용할 정도로 건강한 삶을 영위한 최 옹에 대해 가족들은 “평소 특별한 건강관리를 하시진 않았지만 어릴 적 들에 나는 나물과 각종 산나물을 캐서 자주 드셨다는 말을 들었다. 또 강인한 성품을 가지신 데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한다.
최옥녀 옹은 격변의 한국 근대사를 몸소 겪은 인물이다. 북한에서 출생해 20대에 조국 광복을 직접 목도했으며 이후 30대에는 6.25 한국전쟁을 겪었다.
피난 중 다리에 총을 맞아 목숨이 위험했던 순간 지나던 미군 병사가 그 자리에서 칼로 피탄 부위를 도려내고 다리에 박힌 총알을 빼 살 수 있었다. 그 때부터 미국과 인연이 시작된 것 같다고 그녀가 말하는 이유다.
주변 사람들도 최 옹의 장수 비결을 항상 즐거운 삶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인들은 “최옥녀 옹의 방에는 신나는 음악이 함께한다. 즐거운 음악에 맞춰 노래도 따라 부르고 또 혼자서 춤도 추며 여생을 즐기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항상 흥이 많은 맏언니’라는 뜻이다.
도미 후 힘든 삶 속에서도 2남 1녀를 키우며 한인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던 최 옹은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한인 노인회장을 도맡아 궂은 일을 마다 하지 않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강춘자 어스틴 노인회장은 “처음 노인회장을 맡게 됐을 때를 기억한다. 어느 날 최옥녀 옹으로부터 힘든 한인 노인회장직을 수락한 것에 축하한다며 힘들더라도 꿋꿋이 그리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맡아 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기도한다며 응원의 전화를 받았다. 그 분의 노력과 기도 덕분에 지금 이렇게 노인회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한다. 강 회장 역시 맏언니이자 노인회의 가장 큰 어른인 최 옹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자주 기도한다고.
매년 추석과 설이면 어스틴 한국학교를 찾아 손자 손녀의 세배를 받으며 세뱃돈을 전하는 일도 마다 않는 최 옹은 최근까지도 직접 한국산 승용차를 운전하며 힘든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한 따뜻한 인물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어스틴 한인 노인회가 처음 수여한 효행상의 제1호 주인공이 최 옹의 자녀들인 것이 다시 세간에 알려지며 “효심 덕에 더욱 장수할 수 있었다”며 주변 한인들이 자녀들의 효행을 칭찬하기도 했다
지금은 흐린 날에는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반면 날씨가 좋으면 아이마냥 좋아하신다는 최 옹.
“인생 다른 것 없어 잘 움직이고, 제대로 먹고, 천석꾼 되는 것보다 건강이 최고야 최고!”
백세 인생에서 터득한 삶의 진리가 와닿는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바라고 있다. 최 옹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지내며 더 오래토록 자신들과 함께 하며 따뜻한 인생의 깊은 의미를 보여주기를. <김희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