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킹 교육 첫날
뉴욕 – 뉴저지 – 펜실베이니아 - 오하이오 – 인디애나 – 일리노이 – 미주리.
1박 2일 동안 두 번 버스를 갈아타고 지나가는 주들이다. 미국의 거의 절반을 가로 지르는 거리다. 온 만큼을 더 가면 LA다.
두번째라 김샜지만
어찌됐든 다시출발
필라델피아
인디애나폴리스
피츠버그
Springfield Missouri
예정 보다 1시간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출발 35시간만에.
My first day in Prime
프라임에서의 첫날
바쁜 하루였다.
버스 연착(延着)으로 자정이 넘어 숙소에 도착한 후 입실 수속하고 나니 1시가 넘었다. 버스 타고 오면서 간 밤에 잠을 거의 못 잔데다 아침 7시부터 교육이 있어 서둘러 잠을 청했다.
5시 40분 경 모닝콜이 왔다. 6시부터 카페테리아에서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 샤워를 하고 준비물을 챙겨서 나섰다. 식사를 하고 교육 시작 15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자리가 거의 없었다. 100명도 넘는 것 같았다.
프라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제 시간에 오는 것이라 했다. 수업 시간에 두세 번 지각하면 집으로 보내질 것이라 했다. 첫 날이라 일이 많았다. 신체검사, 약물검사, 체력검사, 서류심사를 수업시간과 겹치지 않게 마쳐야 했다. 서류심사는 결국 오늘 못 했다. 자기 회사에서 쓸 사람을 뽑는 과정이라 그런 지 검사 과정들이 엄격했다.
강사들은 전문적이었으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自負心)이 많아 보였다. 다시금 회사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료를 월급에서 제하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1년 동안 일 하면 교육비가 모두 무료다. 태워 주고, 먹여 주고, 재워 주고, 가르쳐 주고, 급여도 괜찮고 이 보다 더 나은 회사가 있으려나. 트럭 회사에 대한 다양한 평판이 있다. 프라임은 평판이 좋다.
트럭 시뮬레이션 실습을 하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11시까지 CBT(컴퓨터를 이용한 교육 과정)를 수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각자 알아서 수요일 오후까지는 마쳐야 한다.
수련생들은 백인이 절반 조금 못 되고, 흑인과 히스패닉이 나머지 절반을 채웠다. 아시아인은 나를 포함해 딱 두 명이다. 여자 수련생들도 있는데 모두들 한 덩치씩 했다. (나는 약간 후달렸던 체력 검사를 거뜬하게 해냈다.)
어제 입실할 때 한 할머니가 왔다가 방이 없어 다른 호텔로 갔다. 호텔 직원은 숙박 경비를 나중에 회사에서 지불해 줄 것이라 했다. 그 할머니는 수련 과정을 마치고 업그레이드를 하러 왔다고 했다. 나이와 성별, 인종, 종교 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내일도 바쁜 하루가 될 터이다. 수업에 지장 없도록 시간 배분을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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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
오늘도 바빴다.
밤 9시 넘어 트럭 시뮬레이션 실습이 끝났다. 수동 기어 자동차를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운전해 본 적이 있어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형 트럭은 딴판이었다. 더블 클러치와 엔진 속도에 맞춰 기어 변속을 해야 하는 것이 생소했다. 해결책은 자꾸 연습해서 익숙해지는 방법 뿐이다. 나와 같은 조인 젊은 청년은 계속 헤맸다. 그는 생전 수동차량을 몰아본 일이 없을 것이다. 나이 먹은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비디오 게임기 같이 생긴 시뮬레이션 기기 한 대의 가격이 실제 트럭 가격과 같다고 했다. 실습실 장비 전부의 가격은 수 백만 달러라고.
오전에 어제 못 했던 서류 심사를 마쳤다. 오후에는 수업 시간 사이를 이용해 미주리 DMV에 가서 필기시험을 치렀다. 트럭 연습 허가증을 받기 위한 것인데 나는 이미 뉴욕에서 퍼밋을 받은 터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틈틈이 예상문제 풀이 연습을 했다. 문제는 어렵지 않았는데 피로가 쌓여 그런지 처음 몇 문제를 틀렸다.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했다. 이대로 가다간 불합격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차분히 시험에 임했다. 그 이후로는 거의 틀리는 문제 없이 네 과목을 연속해서 합격했다. 옆 자리에 앉은 다른 실습생은 공부를 안 했는지 네 과목 모두 실격이었다. 불합격자들은 내일 다시 시험을 보러 와야 한다. 목요일까지 합격하지 못하는 실습생들은 금요일 오전에 특별 상담을 받는다.
의외의 복병은 뉴욕 면허를 미주리 면허로 바꾸기 위한 시력 검사 및 교통 표지판 시험이었다. 시력 검사야 알파벳을 읽는 것이니 문제가 없는데 교통 표지판은 하나도 공부를 하지 않았다. 대게는 아는 것이지만 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대략 상식선에서 유추하여 겨우 통과했다.
불친절하기로 악명 높은 뉴욕 DMV와 달리 직원들이 친절했다. 복잡한 서류를 쓰는 일도 없이 신분증과 출생증명서만 제출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시험 과목도 따로 지정할 필요 없이 필요한 과목만 자동으로 나왔다. 워낙 프라임에서 오는 응시자가 많아 편의를 봐주는 모양이었다.
어제 오늘 부지런을 떤 덕분에 내일부터는 조금 여유 있다. 내일까지 마쳐야 하는 CBT도 오전에 끝내버렸다. 실제 트럭 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시뮬레이터 연습과 평가 준비에 주력해야 겠다.
인사도 제대로 못한 룸메이트는 떠나고 없다. 나보다 한 주 앞서 왔는데 트레이너와 시간을 맞추느라 늦어진데다 트럭에 문제가 생겨 수리한다고 오늘에서야 실습을 떠났다. 나도 지난 주에 버스를 탔더라면 지금은 실제 트럭을 타고 있었겠지. 하지만 상관 없다. 가족과 더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의 침대가 새로 세팅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오늘은 혼자서 자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남은 일정 내내 그럴 수도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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