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예능 '1박2일'이 올해로 열한 살이 됐다. 지난해에 10주년을 맞았지만 KBS 총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된 열 살 생일 축하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무려 8주 만에 방송을 재개했고, 지난 7일 방송은 지난해 2월 5일(18.8%,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시청률인 18.7%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이 지난 10년간 일요일 저녁을 책임진 '1박2일'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 볼 수 있다.
'1박2일'은 시청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막강 웃음을 선사했다. '10주년'을 맞이해 2개 팀으로 나뉘어 쿠바와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
카자흐스탄으로 떠난 차태현-김종민-정준영은 도착과 함께 팬들의 뜨거운 환대 대신 한산한 공항과 자국민보다 더 많은 현장 스태프에 멘붕에 빠졌다. 특히 해외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출국부터 톳을 연상하게 하는 헤어스타일에 영혼까지 쏟아 부은 김종민은 당혹감에 어쩔 줄 몰랐지만 야외취침에서 뜻하지 않게 이기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안겼다.
그 다음날 카자흐스탄 핫 플레이스로 이동해 본격적인 해외 시청자들과의 만남에 나선 차태현-김종민-정준영. 하지만 “유 미 유노?”라는 거침없는 질문에 돌아온 것은 “몰라요”라는 한마디였고 급기야 멤버들은 “지금 의도대로 가고 있는 거야?”라며 적막함 끝에 찾아온 조바심을 내는 것도 잠시 제작진이 준비한 선물이 있었다. 바로 제1회 ‘1박 2일’ 팬사인회 in 카자흐스탄.
용돈이 걸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에 정준영은 특유의 넉살로 10대층을 공략하는 영업 스킬을 발휘했고 차태현-김종민 또한 이에 질세라 주부&아기층과 노년층을 집중 공략하며 구애의 손짓을 벌였다. 결과는 ‘카자흐스탄 프린스’로 등극한 정준영. 특히 자국어처럼 술술 내뱉는 카자흐스탄 팬들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멤버들은 깜짝 놀랐고 ‘1박 2일’의 인지도와 한국에 대한 그들의 호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후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알마티 한국 교육원. 이곳에서 고려인 후손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낸 세 멤버는 마침내 그들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게 된 의도를 알게 됐다. 바로 2017년이 고려인 정주 80주년으로 이번 10주년은 고려인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정인 것. 이 과정에서 펼쳐진 고려인 퀴즈에서 김종민은 넘치는 과욕과 함께 ‘역사 천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감자’-‘연극하는 무대’-‘오렌지’까지 정답을 쏙쏙 피해가는 오답 실력으로 굴욕을 맛보는 등 ‘신바’로 돌아온 그의 모습이 브라운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쿠바로 떠난 김준호-데프콘-윤동구는 ‘정열의 나라’ 쿠바답게 흥 넘치는 쿠바인들의 환대에 들썩이는 마음을 멈추지 못했다. 특히 ‘만국공통=잘생긴 외모’ 공식을 인증하듯 매 거리마다 쿠바 여인들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윤동구와 함께 “데프콘이 먹히는 나라가 있구나”, “쿠바는 데프콘의 나라야”라는 김준호의 볼멘소리처럼 ‘쿠바 인기남’으로 승격한 데프콘의 예상치 못한 반란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가운데 세 멤버에게 떨어진 미션은 쿠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핫 플레이스 오비스포 거리에서 한국의 흔적을 찾는 것. 이국적인 나라 쿠바에서 한국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멤버들의 우려와 달리 거리 곳곳에서 뜻하지 않게 한국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드라마 DVD 가게에서 동구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 DVD를 발견한 것.
또한 우연히 들른 한 헌책방에서 “우리 한국 좋아해요”라는 주인의 환대와 함께 한국인이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쿠바의 한국인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이게 우리 여행의 시작이 될 것 같아”라는 데프콘의 말처럼 한국에서부터 약 12,000km 거리의 머나먼 나라에서 찾은 한국의 흔적에 멤버들 모두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함께 쿠바에서의 첫 저녁 복불복으로 시작된 살사 배틀에서 데프콘은 타고난 그루브와 카르브해를 주무르는 꿀렁임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훔쳐 그의 승리를 예견하는 듯 했다. 하지만 반전은 있었다. ‘살사킴’으로 빙의된 김준호가 극강 털기-개다리춤에 이어 살사로 한 몸 된 실력을 뽐내며 살사킹의 영광의 거머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제대로 뺐다.
이처럼 이번 ‘1박 2일’ 10주년 특집은 신비하고 아름다운 매력이 가득한 카자흐스탄-쿠바를 배경으로 한국으로 하나되는 해외 시청자들과의 만남과 함께 각 나라 곳곳에 스며들어있는 한국의 흔적을 찾는 뜻 깊은 시간으로 이목을 끌었다. 또한 ‘쿠바 왕자’로 등극한 윤동구와 쿠바에서 또 다른 삶을 찾은 데프콘 등 요소요소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포인트가 브라운관을 꽉 채웠다.
특집의 호평에 대해 김 CP는 말을 아꼈다. KBS 총파업 때문이다. 현재 KBS는 예능국과 드라마국만 임시 복귀했지만 보도국은 여전히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다려 주신 시청자들에게 고맙다고 표현하고 싶다. 시청률이 높게 나왔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웃기 힘들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1박2일'은 아직 2주 분량이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 파업이 빨리 끝나 정상 녹화를 가동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스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