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늘도 바빴다.
밤 9시 넘어 트럭 시뮬레이션 실습이 끝났다. 수동 기어 자동차를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운전해 본 적이 있어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형 트럭은 딴판이었다. 더블 클러치와 엔진 속도에 맞춰 기어 변속을 해야 하는 것이 생소했다. 해결책은 자꾸 연습해서 익숙해지는 방법 뿐이다. 나와 같은 조인 젊은 청년은 계속 헤맸다. 그는 생전 수동차량을 몰아본 일이 없을 것이다. 나이 먹은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비디오 게임기 같이 생긴 시뮬레이션 기기 한 대의 가격이 실제 트럭 가격과 같다고 했다. 실습실 장비 전부의 가격은 수 백만 달러라고.
오전에 어제 못 했던 서류 심사를 마쳤다. 오후에는 수업 시간 사이를 이용해 미주리 DMV에 가서 필기시험을 치렀다. 트럭 연습 허가증을 받기 위한 것인데 나는 이미 뉴욕에서 퍼밋을 받은 터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틈틈이 예상문제 풀이 연습을 했다. 문제는 어렵지 않았는데 피로가 쌓여 그런지 처음 몇 문제를 틀렸다.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했다. 이대로 가다간 불합격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차분히 시험에 임했다. 그 이후로는 거의 틀리는 문제 없이 네 과목을 연속해서 합격했다. 옆 자리에 앉은 다른 실습생은 공부를 안 했는지 네 과목 모두 실격이었다. 불합격자들은 내일 다시 시험을 보러 와야 한다. 목요일까지 합격하지 못하는 실습생들은 금요일 오전에 특별 상담을 받는다.
의외의 복병(伏兵)은 뉴욕 면허를 미주리 면허로 바꾸기 위한 시력 검사 및 교통 표지판 시험이었다. 시력 검사야 알파벳을 읽는 것이니 문제가 없는데 교통 표지판은 하나도 공부를 하지 않았다. 대개는 아는 것이지만 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대략 상식선에서 유추하여 겨우 통과했다.
불친절하기로 악명 높은 뉴욕 DMV와 달리 직원들이 친절했다. 복잡한 서류를 쓰는 일도 없이 신분증과 출생증명서만 제출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시험 과목도 따로 지정할 필요 없이 필요한 과목만 자동으로 나왔다. 워낙 프라임에서 오는 응시자가 많아 편의를 봐주는 모양이었다.
어제 오늘 부지런을 떤 덕분에 내일부터는 조금 여유 있다. 내일까지 마쳐야 하는 CBT도 오전에 끝내버렸다. 실제 트럭 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시뮬레이터 연습과 평가 준비에 주력해야겠다.
인사도 제대로 못한 룸메이트는 떠나고 없다. 나보다 한 주 앞서 왔는데 트레이너와 시간을 맞추느라 늦어진데다 트럭에 문제가 생겨 수리한다고 오늘에서야 실습(實習)을 떠났다. 나도 지난 주에 버스를 탔더라면 지금은 실제 트럭을 타고 있었겠지. 하지만 상관 없다. 가족과 더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의 침대가 새로 세팅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오늘은 혼자서 자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남은 일정 내내 그럴 수도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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