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토론토의 한 양로원에서 73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온 노부부가 한날 한시에 두 손을 맞잡고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Brickenden 노부부는 캐나다에서 안락사를 함께 맞은 몇 안 되는 커플 중 하나이다.
이들은 안락사 합법화 이후 의사의 도움으로 죽음을 맞이한2천149여 명의 캐나다인들을 대변해 같은 날 같은 시에 죽는 것이 이들 부부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Brickenden부인 (94세)는 과거에 사랑했던 가족이 병으로 인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앓는 소리만 내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결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부부의 결정은 안락사 자격조건 해석에 대한 논란을 재 점화시켰다. 안락사법에 따르면 합리적으로 예견되는 (reasonably forseeable) 죽음을 앞둔 환자가 의사표시로 의료진의 판단과 도움을 얻어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다. 이때 안락사 신청 요건은 중증의 회복 불가능한 상태의 환자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여야 한다.
Brickenden 부인은 류머티스성 관절염으로 밤마다 마치 동물이 그녀의 관절을 갉아먹는 것과 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장이 좋지 않아 2016년에는 심장마비로 인한 수술 도중 사망할 뻔했다고 전했다. 이에 그녀는 2017년 초 안락사를 판정 받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검사를 받은 Brickenden 씨(95세)는 두 의사로부터 각기 다른 진단을 받았다. 첫 번째 의사는 Brickenden씨의 나이와 노쇠함으로 미루어보아 그 또한 안락사 후보자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판단했지만 두 번째 의사는 그가 특별한 지병이 없는 것을 지적하며 그의 죽음이 합리적으로 예견될 수 없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임종을 같이 맞이하고 싶었던 Brickenden부인은 남편을 기다리기로 결정했고얼마 안되어Brickenden씨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Brickenden씨는 자주 기절했으며 95세 생일날에는 화장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생명을 위협하는 독감으로 인해 여러 번 병원을 찾았으며 Brickenden부인 또한 고관절 두 군데가 부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며 Brickenden부인은 혹여 남편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까 매일 불안했다고 밝혔다.
이내 Brickenden씨의 안락사를 판정한 의사는 고령으로 인한 노쇠함이 심각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했으며 이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연령과 별개로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토론토대학교 법대 Trudo Lemmens 교수는 고령으로 인한 노쇠함이 안락사 선고에 합당한 자격조건이 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Trudo 교수는 대법원의 판결과 안락사법 모두 예외적인 절차이며 일반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날 임종하고 싶다는 부인의 의사가 Brickenden씨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안락사 요청은 전부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는 조건을 감안했을 때 부인의 의사가 남편에게 강압적으로 작용되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Brickenden부인의 안락사를 선고한 의사는 두 부부가 꾸준하고 분명하게 안락사에 대한 의지를 오랫동안 개별적으로 밝혀왔으며 둘의 의사에 강압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생에서의 삶을 5일 남긴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Brickenden 부인은 놀랍다고 전했으며 Brickenden 씨는 좋다고 답했다. 또한 부부는 두려움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안락사 이틀 전 부부는 둘이 가장 좋아하던 레스토랑에 가 마지막으로 데이트를 즐겼으며, 하루 전에는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그 다음날 부모의 임종을 침대 옆에서 지켜본 자식들은 이틀 뒤 인터뷰에서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부부는 늘 상 살아왔듯이 우아하게 죽음을 맞이했으며 침대에 누워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조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