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고소함으로 음식맛 내지만 건강엔 악영향
▲ 연방식품의약국(FDA)이 소개한 트랜스지방 다량 함유 식품들. 피자, 팝콘, 마가린, 초콜렛칩 쿠키, 케이크, 파이 크러스트, 아침 식사용 비스켓빵, 케이크 크림 등이 포함됐다. |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일반인들이 식품을 통해 섭취하고 있는 지방은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뉜다. 포화지방은 혈관을 좁게 하는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높이며 불포화지방은 혈관을 청소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인다. 따라서 같은 지방이 라면 포화지방보다는 불포화지방을 먹는 게 좋다는 뜻이다.
대체로 상온에서 굳는 기름은 포화지방, 액체 상태인 기름은 불포화지방이다. 포 화지방은 동물성지방에 주로 들어있는 반면, 불포화지방은 콩을 비롯한 식물성 지방과 생선 지방에 많다.
그런데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식물성지방에 수소를 첨가해 인위적으로 굳힌 기름이 있다. 이를 경화유'라고 부르며 마가린ㆍ과자ㆍ도넛ㆍ빵 등을 만들 때 많이 쓰인다. 문제는 경화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트랜스지방' 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는 화학적 구조로 보면 너무나 안정적인 지방산이다. 그러나 너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몸속에서 대사가 잘 되지 않고 결국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트랜스 지방과 암과의 관련성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이다.
경화유는 값이 싸고 패스트푸드 음식을 바삭거리면서도 보기 좋게, 스낵용으로 간편 하고 먹기 좋게, 더욱 맛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사용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하버드의대가 99년 내놓은 '트랜스지방산과 관상동맥질환 ' 보고서는 콜레스테롤과 관련한 트랜스지방의 악영향이 포화지방의 2배라고 밝혀 경종을 울렸다. 트랜스지방은 포화지방처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추기 때문이다.
2006년 미국 뉴욕 시에서는 보건재정 파탄을 우려해 뉴욕 트랜스 지방을 추방 했다. 트랜스 지방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점점 커지자,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조치에 들어갔다.
올해 모든 식품에서 트랜스 지방 제외될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FDA는 2013년 11월에 트렌스 지방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generally recognized as safe ·GRAS) 식품군이 아니라는 임시결정을 내렸다. 이는 트랜스 지방을 특별 규제가 필요한 식품 첨가물로 재규정한다는 뜻으로 식품 제조업체와 일반인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FDA는 2015년 6월 17일 발표를 통해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식품에 트랜스 지방을 첨가하면 안된다고 못박으며 3년 시한을 정했다. 이같은 FDA의 결정에 따라 식품업체들은 올해 6월까지 FDA의 승인이 없이는 경화유를 식품에 사용할 수 없다.
심장질환에 악영향, 마가린과 쇼트닝에 많이 포함
따라서 소비자들은 고체상태의 경화유를 조심해야 한다. 쇼트닝이나 마가린이 대표적이다. 쇼트닝은 100g당 트랜스지방이 최고 6.56g이나 들어 있고, 마가린은 무려 16.94g이나 된다. 단일 식품으로 따지면 마가린의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가장 높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트랜스지방 제한 기준이 하루 2.2g(2000Cal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인 셈이다.
그러나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푸드 섭취가 대폭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랜스 지방 섭취를 통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트랜스 지방을 덜 섭취하려면 식품 라벨에 표시된 트랜스 지방 함량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1회 섭취 분량에 트랜스 지방 함량이 0.5g 이상 든 식품이라면 일단 기피 대상이다.
일상생활에서 트랜스 지방 섭취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튀김 요리를 할 때에는 쇼트닝보다 콩기름, 옥수수 기름 등 식물성 식용유를 쓰는 게 좋고, 토스트나 볶음밥을 만들 때도 마가린 사용을 줄이는 게 좋다.
또 튀김용 식용유 또한 너무 오래, 여러 번 반복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FDA가 소개한 트랜스지방 다량 함유 식품은 피자, 팝콘, 마가린, 초콜렛칩 쿠키, 케이크, 파이 크러스트, 아침 식사용 비스켓빵, 케이크 크림 등이다. 이들 식품에 트랜스지방이 많은 경화유를 쓰는 이유는 트랜스지방이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더하는 데다 바삭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바삭함이 생명인 쿠키는 특히 경화유를 써야 하는데, 트랜스지방이 상대적으로 적은 버터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업체에서 선호하지 않는다.
결국 동물성 지방인 버터도 많이 섭취하면 좋지 않지만, 이를 대체하는 쇼트닝이나 마가린은 더욱 해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인식해서인지 최근엔 트랜스 지방이 없는 액체형 마가린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