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이야기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잠언 15:6
<바른 사람의 집안에는 재물이 쌓이고, 악한 사람의 소득에는 걱정이 따른다.>
고백하건데 어려서 도둑질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초등학교나 중학교 저학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동네 가게에서 식용유를 훔쳤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쩌면 집에 식용유가 떨어 졌던가 봅니다. 그러니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고자 내 딴에는 그런 짓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머님께 가져다 드리며 자랑을 했을 테고, 늘 집에 계실 수 없으셨던 아버님께서 마침 그 때 집에 계셨었고,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시고는 다른 아무 말씀 없이 “다시 갖다 줘라”라는 뜻으로 말씀 하셨습니다. 누구와 같이 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식용유를 들고 그 가게로 가서 ‘잘못했다’는 말과 함께 돌려 줬다는 것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어려서 가난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풍족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아버님께서 의문사를 당하신 이후는 경제적으로 쉽지 않아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해야 했던 적도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먹을 것이 없어 굶었던 기억이나 잠자리가 없어 노숙을 해야 했던 기억 역시 없습니다.
<바른 사람의 집안에는 재물이 쌓인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재물을 쌓아 놓고 살아 본 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내가 그리 바르게 살지 않았기에 그런 가 봅니다. 하지만 이명박이 소환되는 것을 보면서 또 이재용의 꼴을 보면서 <악한 사람의 소득에는 걱정이 따른다>는 말은 틀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가끔은, 특히 겨울 새벽에 스쿨 버스 운전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이 싫을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먹을 것이 있고, 잠자리가 있으며, 사랑으로 함께 하며 소리 없이 도와주는 동지들이 있기에 어머님께서 늘 하셨던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는 것 봤냐?”는 말씀이 틀림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긴 먹고 남아 숨겨두고 두려워 떨며 밤잠을 설치는 것은 결코 ‘재물을 쌓아두는 것’이 아닙니다.
살 만큼 먹을 입이 있고, 잘 만큼 평안함이 있고, 줄 만큼 나눌 마음이 있는 것이 ‘재물을 쌓아 두는 것’이리라 믿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쌓아 둔다 하더라도 사람은 결코 하루 세끼 이상을 먹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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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는 자가 범인이다
잠언 16:30,
<눈짓하는 사람은 못된 일을 꾀하고, 입을 오그린(입을 닫는, 음흉하게 웃는)사람은 나쁜 일을 저지른다.>
나쁜 짓은 숨어서 합니다.
공모자들끼리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알지 못하게 눈짓을 하거나 입을 움찔 거리며 서로간의 못된 생각으로 작당해서 저지릅니다.
이승만이 친일파들과 눈짓을 했고, 박정희가 독재에 부역하는 언론과 기업들에게 입을 움찔 대며 독재와 부정을 저질렀습니다. 전두환 역시 신군부의 정치군인들과 서로 눈짓을 하며 군사반란을 저질렀고 이어 이명박은 입을 움찔대며 돈이 되는 온갖 더러운 짓을 해댔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역시 최순실과 눈짓을 하며 국정을 농락 했습니다.
저들이 은밀하게 눈짓을 하고 입을 움찔 댈 때는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 했을 것입니다. 당장은 그랬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들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진리를 몰랐었습니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또는 ‘설마’ 라고 생각 했었을 것입니다.
‘포토 라인’에 선 이명박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저 자는 자기가 저지른 더러운 짓들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아무리 부정하려 한다 해도, 아무리 무시하려 한다 해도 진리는 역시 진리입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정치권과 사회전반의 ‘진실공방’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들이 외쳤던 말이 기억납니다.
“숨기는 자가 범인이다!”
압니다.
사람이 하루하루 숨쉬고, 먹고 마시며, 만나고 헤어지며 세상을 살아가면서 숨겨진 아니 숨겨 질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새가 들은 말과 쥐가 들은 말’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러하기에 다만 새가 듣고 쥐가 들은 그 말이 ‘분쟁’ 보다는 ‘평화’ 그리고 ‘미움’ 보다는 ‘사랑’으로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세상의 모든 새와 쥐의 입을 틀어막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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