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비동맹화’ 맞 바꾸겠다는 의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서는 4월 21일부터 모든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핵무기 및 기술의 타국 불이전 등을 선언했다.
달리 말하면, ‘앞으로는 새로 핵무기를 더 만들지 않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한 핵무기에 관해서는 미국이 하는 걸 보아서 비핵화 여부를 결정하겠다.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에는 핵무기 및 관련 기술을 타국에 이전하겠다’는 대미 압박성 선언이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 4월 21일치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담한 조치들을 먼저 취해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고지(Diplomatic High Ground)를 차지했다”라고 논평했다.
이 결정서는 이어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위한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화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은 북미 정식 수교 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은 문제없다며 북미정상회담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러한 북한 측의 통 큰 자세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이 정도로 비핵화 의지를 비치는 등 양보했으니, 미국도 북한이 해달라는 ‘종전(평화)협정’, ‘북미수교’,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으로 화답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비공개 무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미 공개한 핵무기만으로도 대미 전쟁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북한의 핵능력을 제대로 안다면 미국이 전쟁을 바라지 않는 한 북미정상회담을 깰 수가 없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북한의 핵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핵무기 기술 불이전 선언 등에 대해 남북,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내용이라며 환영했다.
그런데 북한이 자국을 군사적으로 괴롭히지 않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대목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가 앞으로 미국의 처신에 따라 불가피한(공격당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김정은 자세, 북미회담 성공에 매우 건설적이고 희망적"
3월말 극비리에 김정은을 30분 간 독대했던 미 국무장관 지명자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의 미 상원 인준청문회의 발언을 보면, 김정은의 자세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에 매우 건설적이고 희망적이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4월 21일 트위터에 "북한이 핵실험을 모두 중단하고 주요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데 합의했다" 또 ‘남북한이 종전을 논의 중인데 나는 이를 진심으로 축복한다’고 강조했다.
즉, 평양을 다녀 온 폼페이오의 보고를 통해 트럼프가 이미 북한의 이번 조치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남북 정상이 ‘종전’에 합의하면 북미정상회담 때 미국도 이를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겨레>가 소식통을 인용하여 보도한 4월 13일치 기사를 보면, 북한이 폼페이오에게 제시한 다섯 가지 요구조건들은 ‘미 핵전략자산 한국 철수, 핵전략자산이 없는 한미연합훈련 지속 가능, 재래식 및 핵무기에 의한 대북 공격을 안 한다는 보장,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북미수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즉, 북미 간에 ‘북핵동결’을 전제로 북미정상회담을 시작, 북한 체제 안보가 보장되는 등 미국이 위의 다섯 단계 조치를 취하면 북한도 ‘비핵화’ 단계로 넘어간다는 쌍방 간 암묵적인 양해가 김정은-폼페이오 회담에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한반도 비동맹화’의 실현을 맞바꾸겠다는 것이 바로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노리는 핵심이다.
미국은 일찍이 1866년 제네랄 셔먼호를 앞세워 대동강 앞바다에서 당시 조선에 교역을 강요, 이를 거부당하자 우리 수군(해군) 전원(600명)을 살해했다.
2차 대전 후에는 한반도에 38선을 그어 우리의 국토와 민족을 분단시키는 비극을 안겨 주면서 북한이 6.25 전쟁을 일으킬 빌미를 제공했으며, 그로 인해 남북한 동포 600만명(실종 포함)을 희생시킨 한민족 사상 유례 없는 비극을 가져왔다.
또, 제주, 대구, 광주 등 민중항쟁에서 수만명의 양민학살을 지시, 관여하는 등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 왔음이 해제된 미 국무부 비밀문서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미국은 1776년 독립 후 242년 간, 지금까지 300여 차례나 남의 나라를 침략, 살육, 강탈, 폭격 등 군사적 압력으로 약소국들을 짓밟아 온 제국주의의 잔인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더는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등 과거의 제국주의 패권정책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와 상부상조하는 선량한 나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 때 미국을 향한 전 세계 약소국가 국민들의 원성은 차차 잦아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