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fax Media의 ‘Shirtfronted’ 시리즈 화제
턴불, 지난 2월 대표직 도전 시도... 애보트 핵심 인사들, ‘방관’
지난 9월, 토니 애보트(Tony Abbott)가 맡고 있던 자유당 대표직 교체 직전, 당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9월14일(월) 말콤 턴불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이 애보트 수상의 자유당 대표직에 도전, 이날 밤 경선을 치르기 7개월 앞서 턴불 장관이 이미 이 같은 시도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을 발행하는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가 자유당 대표직 교체 과정의 뒷이야기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턴불의 대표직 도전 계획
발설 자리에 비숍 장관 동석
지난 2월, 당시 자유-국민 연립 정부의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은 사회서비스부를 맡고 있던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장관에게 자신이 집권할 경우 재무부 장관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7개월 후인 지난 9월14일(월), 턴불 장관은 당시 자유당 대표로 수상직에 있던 토니 애보트(Tony Abbott)에게 대표직 경선을 제의, 자유당 의원 투표에서 54대44로 승리해 대표직을 인계받으면서 제29대 연방 수상 자리에 올랐다.
그 이전부터 여론조사 결과 애보트 수상의 지지도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상황이었다. 페어팩스 미디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Ipsos)사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정기적인 여론조사에서 애보트는 수상 선호도(Preferred Prime Minister)에서 야당인 노동당 빌 쇼튼(Bill Shorten)에 뒤졌으며, 유권자들의 양당 선호도(Two-Party preferred)에서도 밀리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서 자유당 내 일각에서는 내년도 연방 총선 패배를 의식, 자유당 리더십 교체 논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며 이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를 통해 보도되던 시점이었다.
금주 월요일(30일), 동 신문은 애보트 수상 당시 그가 처음 사용했던 ‘셔츠프론트’(Shirtfront)라는 단어를 인용, ‘Shirtfronted’라는 제목으로 애보트 정부 막바지의 자유당 내 움직임을 보도, 눈길을 끌었다.
‘Shirtfront’라는 단어는 호주 풋볼에서 두 선수간 맞대결을 묘사하는 단어로 막다른 방향에서 상대 선수에게 정면으로 가로막힌 상황을 의미한다. 애보트 수상이 이 단어를 사용한 것은 지난해 10월 다수의 호주인 희생을 불러온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과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에게 던진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사용했으며, 이후 이 단어는 호주 언론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회자됐다. 아울러 이 단어는 지난 해 말, 호주 국립사전센터(The Australian National Dictionary Centre)에 의해 ‘2014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캔버라 소식통들에 의하면 턴불 장관의 제안에 대해 모리슨 장관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가운데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을 유지하고자 원했다. 페어팩스 취재진이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모리슨 장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 어떤 제안도 거부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울러 비숍 장관은 턴불 장관이 모리슨 장관에게 대표직 도전을 의미하는 전화를 하던 방에 함께 있었지만 그녀 또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시 턴불은 비숍과의 대화에서 (자유당 대표가 되고, 집권당 수장으로 연방 수상 임기를 시작할 경우) 부수상이 되어줄 것을 분명히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는 지난 9월, 턴불 장관이 애보트로부터 대표직 리더십 자리를 차지한 뒤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모리슨은 당시 사회서비스부 장관이었으며 턴불은 정보통신부를 맡고 있었다. 물론 비숍 외교부 장관은 턴불 내각에서와 같이 애보트 정부에서도 부수상을 겸하던 상황이었다.
모리슨처럼 비숍 또한 어떤 확고한 계획에 전적으로 스스로를 맡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즉 그녀 또한 리더가 정해지는 바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숍과 모리슨,
속마음 숨진 채 장관직 수행
턴불의 제안과 (대표직 교체에 관한) 논의는 확고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자유당 내 주요 인물로 꼽히는 세 명의 기본적인 이해는 굳게 형성됐으며, 애보트 내각에서 향후 7개월 6일 동안 업무를 지속해 나갔다.
그 시점(2월8일의 턴불 제안)에서 세 명이 팀을 이루어 나갔으리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물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은 없는 상황이다.
턴불은 다음 날(2월9일, 월) 애보트의 자유당 대표직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조용히 무게를 재고 있었다. 아울러 대표직에 도전, 승리한 뒤 자신의 팀을 구성하고 싶어 했지만 그 당시 당내 지지세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단 포기했다.
그리고 지난 9월14일, 그가 자유당 대표직에 공식 도전하기까지 이 문제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았다.
턴불이 모리슨에게 전화를 통해 재무부 장관직을 제안한 2월8일(일)은 턴불과 비숍이 시드니 울라라(Woollahra) 소재 자택에서 자유당 정치 후원금 모금 행사를 하던 날이었다. 이날 턴불은 비숍과 함께 한 조용한 방에서 문을 잠그고 모리슨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당시 모리슨 장관은 다음날 일정 때문에 자동차를 운전, 캔버라로 가던 길이었다. 두 사람은 휴대전화의 스피커폰을 사용했다.
페어팩스 미디어 취재팀은 또한 당시 농업부 장관직을 맡고 있던 국민당 소속의 바나비 조이스(Barnaby Joyce) 장관이 “애보트 수상이 캔버라 수상실 수석 직원인 페타 크레들린(Peta Credlin)에게 지나친 권한을 주고 있다”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비난했었다는 내용도 확인했다.
조이스 의원(현 턴불 정부에서 농업 및 수자원부 장관 재임)은 페어팩스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페타 크레들린)는 수상실 안팎에서 자신이 중심이 되고자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각 부처 장관들이 수상의 재가를 받으려면 두 개의 허들을 넘어야 했는데, 그게 바로 애보트와 크레들린이었다”면서 “그 허들은 매우 높았다”고 털어놓았다.
“선출된 의원도 아닌 일개 직원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는 게 애보트 정부 당시 내각의 정치인들로서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는 조이스 장관은 “애보트 수상실로부터의 통제가 상당히 많았다”고 덧붙였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Shirtfronted’ 시리즈는 또한 가장 핵심적인 ‘애보트 충성파’ 중 하나인 에릭 아베츠(Eric Abetz) 당시(애보트 정부) 고용부 장관 겸 상원의장을 비롯한 다수의 애보트 지지자들이 지난 2월 턴불의 움직임 이후 애보트에게 “수상직을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면 조 호키(Joe Hockey) 재무장관과 수상실 수석 직원인 페타 크레들린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었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그(애보트)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토니 애보트, 줄리 비숍의
‘거짓말’에 공개적 비난
이런 가운데 ‘Shirtfronted’ 시리즈가 나가면서 애보트 전 수상과 줄리 비숍 장관 사이에 거짓말 논쟁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애보트 전 수상이 당시 상황을 언급한 비숍 장관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애보트 전 수상은 비숍 장관이 ‘당시 자유당 내부의 대표직 교체 움직임을 애보트 수상에게 주지시켰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비숍 장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애보트 전 수상은 페어팩스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말콤 턴불이 자유당 대표직에 도전하기 7개월 전인 지난 2월, 당시 턴불 장관이 애보트 이후의 계획을 세우고 있던 자리에서 비숍 장관이 자신에게 전화로 경고했다고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밝혔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보도가 나간(30일, 월) 다음날(화), 호주 민영 공중파 방송인 채널 9이 비숍 장관에게 ‘턴불 장관의 전화 내용(모리슨에게 재무부 장관직 제안)에 대해 애보트에게 보고했는가’를 묻자 비숍은 “물론, 물론”이라고 강한 어조로 답했다.
그러나 애보트 전 수상은 “비숍이 채널 9에서 턴불과 모리슨 간의 전화 대화를 나에게 전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첫 내각에서 “비숍이 2명 이상의 여성 장관을 임명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도 진실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페어팩스의 ‘Shirtfronted’ 두 번째 파트에서 비숍은 “지난 2013년 연방 총선에서 승리, 애보트가 권력을 잡게 된 이후 캔버라 오토만 레스토랑(Ottoman restaurant)에서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애보트에게 마리스 페인(Marise Payne)과 수산 레이(Sussan Ley) 의원을 내각에 등용해 줄 것을 제안했으나 애보트의 수석 직원인 페타 크레들린(Peta Credlin)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보트 전 수상은 페어팩스 미디어에서 “2013년 9월 줄리 비숍이 페인과 레이 두 여성 의원을 내각에 등용하라 로비한 것 자체도 거짓이며, 페타 크레들린이 반대했다는 것 또한 거짓”이라고 말했다.
애보트 전 수상은 이어 비숍 장관이 채널 9에서 언급한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지난 2월 은밀하게 추진됐던 턴불의 자유당 대표직 교체 시도 당시 비숍 자신은 연립 정부 내각을 지켜내고자 했다는 발언으로, 이에 대해서도 애보트 전 수상은 강하게 비난했다.
비숍 장관은 “당시 대표직에 도전한 경쟁자가 없긴 해도 자유당 내 39명의 의원들이 애보트 대표 체제를 반대하고 있었지만, 애보트 내각은 큰 동요없이 유지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비숍 장관은 “애보트는 당시 상황(지지도 하락과 자유당 내 동요)을 타개해나가기 위해 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언급한 뒤 “새로운 리더십 교체 움직임, 즉 턴불이 대표직에 도전했을 때 당내 54명의 의원들이 새 지도자에게 표를 던졌다”면서 “그것이 당시 내가 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비숍은 이어 “수상으로서 마지막 6개월 동안 애보트가 어떻게 될런지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음은 확실했지만, (자신은) 당내에서 애보트 체제가 파괴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보트 전 수상은 “내가 모르는 사이 내 뒤에서 대표직 교체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내각의 동료가 없었다는 비숍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비숍, “서로 다른 기억...”
애보트 주장 관련 언급 거부
애보트 전 수상의 이 같은 반박에 냉냉한 얼굴의 비숍 장관은 “지난 9월 대표직 교체에 앞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든 부분에서 서로 다른 기억이 있다”면서 애보트 전 수상의 말을 맞받았다.
금주 화요일(1일) 저녁, 비숍 장관은 자신과 애보트 전 수상 사이의 말다툼, 그리고 사적인 부분에 대한 추가 언급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장관은 또 애보트 전 수상을 ‘실패에 따른 희생자’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을 거부했다.
비숍 장관은 채널 10의 ‘The Project’ 프로그램에서, 금주 시작된 애보트 전 수상과의 논란에 대해 “더 이상 추가로 언급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 사항(대표직 교체)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서로가 완전히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면서 “서로 다른 관점과 다른 기억을 갖고 있으므로 덧붙여 할 말이 없다”고만 언급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