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통신 단독인터뷰
평화와 우정의 상징 비화 소개
모스크바=김원일 칼럼니스트
“남북미로 이어지는 회담에서 결론이 난다면 세계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타스통신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윤근 주러시아 한국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타스통신은 양 국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천명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과 관련, 이번 선언문이 가지는 의미를 주제로 한 인터뷰에서 우대사는 정상회담의 의의(意義)와 소회(所懷)는 물론, 이면에 있는 수많은 상징적인 스토리들로 가득 찬 의전상의 디테일들을 들려 주었다.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러시아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다음은 우대사와의 일문일답.
- 이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주요한 성과는?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결과를 집약해서 함께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잘 담겨 있다. 두 지도자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을 발표했으며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하였다.
즉,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방안 등 가장 중요한 분야들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는데 이는 시공적으로, 즉 현대사적 측면이나 국제적 지평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올가을 평양에서 두 정상이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만 보아도 양측의 적극적 이행의지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남북한의 정상이 이러한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이 중요함에 인식을 같이 한 것과 자주 만나서 현안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한 점들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의 영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에 응함으로써 북한 지도자로서 최초로 대한민국을 찾았음도 의의가 크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문점 남북한 정상회담은 회담 슬로건 "평화, 새로운 시작”에 가장 적합한 성과를 도출(導出)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집요한 설득 노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계기가 되어 성사되었다. 국제사회도 지난 과정을 잘 알기에 성과에 큰 찬사를 보내고 있다.”
- 의전 측면에서 한국 정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준비 했는가? 흥미로운 이벤트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한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한 동선 곳곳마다 의미 있는 상징물을 배치하며 남북한 간의 ‘평화와 우정’에 무게를 실었다. 이러한 디테일들도 남북한 정상이 나눈 진한 우정과 역사적인 감동의 순간을 전 세계가 함께 느끼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우선 판문점 평화의집에 배치된 가구들은 모두 호두나무로 제작되었는데 정상회담을 계기로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개선을 기대하는 의미로 휨이나 뒤틀림이 적은 호두나무를 선택했다. 우정을 상징하는 박대기 나무, 평화라는 꽃말을 가진 데이지, DMZ에서 자생하는 야생화 등의 꽃으로 회담장을 장식했다.
회담장인 평화의 집에는 신장식 화백의 회화 작품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과 민정기 화백의 산수화 ‘북한산’을 전시, 남의 북한산과 북의 금강산이 담긴 작품을 걸어 남북한 정상들의 만남을 기념하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오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를 공동기념식수 하는 행사를 가졌다. 소나무 식수(植樹)에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하고 식수 후에는 김 위원장이 한강수를, 문 대통령이 대동강 물을 주었으며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을 담았다.
그러나 가장 극적인 에피소드는 두 정상이 연출한 바, 공동식수를 마친 후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고 취재진과 보좌진들을 모두 물린 채 두 정상만의 말 그대로 단독회담을 가지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처음 만났을때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으로 10여초 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밝았다가 다시 남측으로 넘어왔는데 이는 언제쯤 북한에 갈 수 있을지 하는 문 대통령의 덕담(德談)과 같은 질문에 김 위원장이 지금 가시자고 제안하여 두 정상만의 깜작 이벤트가 성사된 장면이었다. 두 분이 손을 잡고 분계선을 넘어 갔다가 다시 넘어오는 모습은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의 상징적인 순간으로 러시아 언론을 비롯한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우윤근 대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의의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과 같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 공동번영의 길을 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되었다. 계획 중인 5월 중순의 한미정상회담과 이어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개최된다면 중대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실현은 남북 간 합의 외에도 북미간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남북미가 성공적인 결론을 도출해 낸다면 세계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
근본적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은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가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그 길이 옳은 길이기 때문이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군사적 해법이 아닌 외교적 해법을 전 세계가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 한반도 통일의 의미는? 남북통일을 기대할 수 있는지?
“남북한 두 정상이 표명한 것처럼 이번에 합의된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충실히 이행함이 필요하며 이를 실천하다 보면 평화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한민족과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闡明)하였다. 또한 냉전의 산물인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며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로 공동번영과 자주적인 평화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라고 했다.”
- 향후 남북러 삼각협력을 전망한다면?
“러시아는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페스코프 대통령 행정부실장의 언급에도 나타난 것처럼 일관되게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가 북핵문제 해결 및 평화정착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오고 있다.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러시아와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인 바, 러시아가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주기를 희망한다.
북핵 문제 해결의실질적 진전으로 조만간 본격적인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남북러 삼각 경제협력은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그 여건 마련의 전기가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남북러 철도연결, 그 중에서도 동해선 연결을 통해 철도가 남북을 지나 러시아로 곧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남북러 삼각협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정부는 남북러 삼각 경제협력을 위해 그간 논의되어 온 사업들에 대해 우선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은 먼저 논의를 시작하고자 하며 북한의 동참을 실질적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 모스크바에서 지켜본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소회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4월 27일 새벽 3시에 대사관에 출근하여 그때부터 시작된 남북정상회담 전 과정의 TV 생중계를 대사인 본인과 다수의 공관 직원들이 함께 모여 시청하고 토론도 했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역사적인 장면 하나하나에 감격해 했다.
한국 국민으로서 큰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며 공무원이자 외교관으로서 어떠한 방향으로, 어떠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일을 해야 하는지 새삼 다짐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남북정상회담 전부터 긍정적인 평가와 진솔한 사실보도를 해준 타스통신을 비롯한 러시아 언론사와 러시아 기자분들께 러시아 주재 대한민국 대사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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