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표준시 환원에 즈음하여
'통일 Corea' 시간주권 회복해야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북한의 표준시가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해 30분 빨라졌다. 이로써 평양표준시와 서울표준시가 동일해졌다. 남북한이 ‘시간 통일’을 이룬 것이다
북한과 남한의 표준시가 달라진 것은 지난 2015년 8월 15일 북한당국이 광복 70주년을 기해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는 명분으로 표준시를 30분 늦추고 이를 평양 표준시로 명명하면서부터다.
그런데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 접견실에 서울 시간과 평양 시간을 가리키는 2개의 시계를 보고 “북과 남의 시간이 다른 것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 이건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가 바꾼 것이니 원래대로 돌아가겠다”고 언급. 시간 통일의 단초가 마련됐다.
정상회담 사흘 뒤인 4월 30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5월 5일부터 다시 시간대를 기존의 동경 135도 시간대(GMT+9)로 환원(還元)한다고 발표, 평양시간은 시행된지 3년이 채 안 되어 원상 회복됐다.
시간 통일은 이뤘으나 아쉬움은 남는다. 적어도 ‘시간 주권’에 관한한 평양 표준시가 옳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 표준시는 일본이 한일합병을 계기로 강제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본래 자(子) 축(丑) 인(寅) 묘(卯)로 시작되는 12간지로 시간을 구분했다. 19세기말 대한제국은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24시간제를 채택했다. 이때 국제표준인 영국 그리니치천문대가 위치한 곳을 경도 0도(본초자오선) 기준으로 시간을 정했는데, 한반도의 중앙이 경도 127.5도로 그리니치보다 8시간 30분(UTC+8.5시간) 정도 앞선다.
일본은 열도 중앙을 지나는 UTC+9시간(경도 135도)이라 우리보다 30분 빨랐지만 1911년부터 일본의 표준시에 맞춰 우리 시간을 멋대로 변경했다. 시간주권마저 강탈(强奪)당한 것이다. 사실 시간주권을 북한이 먼저 선도한 것은 아니다. 해방후인 1954년 이승만 정부가 UTC +8.5시간으로 대한제국의 시간을 회복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1년 박정희의 5.16쿠데타이후 30분 단위 시차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일본 표준시로 돌아가버렸다.
모름지기 시간은 그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체리듬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오(낮 12시)가 되면 태양은 머리 위 중앙에 위치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의 표준시로 태양이 정중앙에 있을 때 우리의 태양은 비스듬히 동쪽에 있다. 알고보니 우리가 점심 식사를 관행적으로 12시30분 정도 한 것은 기실 정확한 ‘배꼽시계’ 였던 셈이다. (한반도는 경도 124도에서 132도에 걸쳐 있기 때문에 엄밀히 볼 때 서해안 인천과 동해안 강릉의 진짜 시차는 20분 정도 난다.)
사실 일본도 동서로 길쭉한 나라여서 정중앙을 지나는 표준시는 도쿄보다 30분 정도 빠르고 동쪽 홋카이도의 쿠시로와 서쪽 큐슈의 후쿠오카는 서로 2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같은 나라이기 때문에 하나의 시간대를 쓰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광활한 대륙인만큼 동서로 3시간의 시차가 나고 그에 따라 3개의 표준시가 있지만 중국은 만만찮은 크기의 대륙임에도 하나의 시간(UTC+8시간)으로 단일화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의 오전 8시가 서쪽끝에선 새벽 5시 정도이므로 해당 지역에선 출근이나 등교시간을 2시간 정도 늦추는 융통성(融通性)을 발휘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러시아처럼 광활한 대륙이 아닌 이상 한 나라에선 같은 시간대를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왜 한반도만 일본 표준시간을 따라야 하는걸까.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의 시간은 아직도 일본의 식민상태에 놓여 있다.
혹자는 UTC +8:30을 채택하면 정수 단위의 24개 시간대가 관행적인 국제사회의 규범(規範)에 맞지 않아 불편하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비용이 든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30분 단위의 시차를 갖는 나라가 없는 것일까. 아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인도다. 인도는 그리니치 기준 UTC+5:30 시간대를 쓰고 있다. 즉 현재의 우리와는 3시간30분 차이나는 것이다.
또 스리랑카의 경우 1996년에 일광 절약(서머타임)을 위해 UTC+6으로 변경했다가, 이것이 별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있어서 2006년 원래대로 돌아갔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UTC –4를 쓰다가 2007년 UTC –4:30으로 변경했다. 그후 일광 절약을 위해 2016년 5월에 원상복귀했다.
물론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이왕지사 60년 가까이 일본표준시에 맞춰 썼는데 이걸 고치면 ‘정신승리(?)’도 아니고 너무 번거롭고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냐고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불편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시간을 일년에 두 번씩 고치는 나라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하절기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를 채택하는 나라들이다.
미국 등 북미의 경우 3월 둘째주 일요일부터 11월 둘째주 일요일까지 1시간을 인위적으로 당긴다. 첨언하면 하와이와 애리조나 주는 서머타임을 시행하지 않는다. 같은 나라에서도 시간이 다른 주가 있는 것이다. 대단히 복잡할 것 같은데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서머타임을 적용한다. 서머타임을 쓰는 나라에선 시민들이 일년에 두 번씩 시간을 고칠때마다 생체리듬이 흔들리고 피로도를 느끼지만 시간절약제의 명분에 밀려 불편을 감수(甘受)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서머타임을 적용한 적이 두 번 있다. 1949년부터 1961년까지 하절기(5월부터 9월) 1시간 일찍 당겨 쓰다가 박정희정권이 일본표준시로 변경하면서 실제시간이 1시간30분이나 빨라지는 문제 때문에 폐지(廢止)됐다. 또 88서울 올림픽을 유치한 후 1987년과 1988년 2년간 시행하고 올림픽이 끝나자 슬그머니 없애버렸다. 당시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서머타임의 필요성을 열렬히 홍보했지만 사실은 미국의 방송사 중계시간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억지춘양격으로 시행한 것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가 표준시간을 바꾼다면 30분 조정, 한번으로 끝난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시간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 불편한가. 그 한번으로 사회 경제적 비용이 얼마나 증가한단 말인가. 일본과의 시간이 달라져서 어떤게 힘들다는걸까. 우리 국민들의 편리와 생체리듬에 맞게 시간을 맞추고 일본식민의 시간에서 벗어나 시간주권을 회복한 진정한 자주국가의 면모를 회복하는 것이 무에 그리 마음에 안드는걸까.
그러한 이들에게 네팔의 사례를 말해주면 유구무언(有口無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네팔은 국가적 자존심을 위해 인도와 15분의 시차를 두고 있다. 네팔의 표준시는 UTC +5:45다. 즉 그리니치보다 5시간 45분 빠르다. 지도상으로 보면 네팔은 표준시가 UTC +5:30인 인도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는 게 맞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네팔에 대한 인도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양국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됐다. 네팔은 1956년 표준시를 정할 때 영토 동쪽에 있는 가우리상카르산(山)을 통과하는 경도를 채택, 당시 콜카타를 통과하는 경도의 인도보다 10분 앞설 수 있었다. 그러다 1971년 인도가 표준시 기준을 콜카타에서 영토 중앙의 하이데라바드로 변경하면서 5분 더 벌어졌다. 결국 네팔은 30분도 아닌 15분 단위의 시차로 인접국인 인도는 물론, 세계 모든 나라와 많은 불편을 감수(?)하지만 “우리는 인도의 속국이 아니다”라며 그보다 더 가치있는 ‘시간 주권’을 지키고 있다.
시간주권을 되찾지 못하는 공공연한 비밀 한가지가 더 있다. 한국에서 표준시를 변경하면 한미일 동맹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다. 현재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하나의 표준시로 통합, 관리하고 있는데, 30분 오차(誤差)가 발생하면 우선 불편할뿐더러, 합동훈련이나 합동작전을 펼칠 때도 30분 차로 인한 혼동과 착각으로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시 혼란의 패닉 상황에서 착각하여 안보에 위협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수선을 떠는 ‘속국매니아’들의 말이다. 믿거나말거나지만 한때 박정희가 표준시 변경을 추진했는데, 주한미군이 뭔 짓이냐고 눈에 쌍심지를 켜서 중단된 적도 있었다. (아마도 박정희의 인권유린으로 압력을 넣던 미국의 카터정부 시절, 불만을 표출한게 아닌가 싶다.)
표준시를 바꾸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논리나 이유가 이럴진대, 더더욱 시간주권의 회복은 명분이 서는 일이다. 물론 이제 막 남북이 시간을 통일한 마당에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시간주권 회복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그 당위성을 인식하고, 머지 않는 미래 통일 COREA의 표준시를 선포(宣布)하는 그 날은 반드시 와야 할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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