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트럭운전은 어떤 느낌일까
치열한 시뮬레이터 수업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밤 9시에 시작해 11시 30분이 되도록 연습했다.
우리 조에 남자 한 명이 또 수업에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가 생겨 집으로 간 모양이다. 우리 조는 3명이 남았다.
연습을 하고 있는데 시험을 보겠냐고 물어서 그러겠다고 했다. 중간에 실수로 시동을 한 번 꺼트렸다. 6단에서 5단 기어로 내려야 하는데 고저 변환 스위치를 내리지 않아 저속(低速)에서 10단이 들어가 버린 것이다. 나는 당연히 실패로 생각하고 처음부터 다시 할 생각을 했는데 여자 강사는 시동을 켜고 이어서 하라고 했다. 그래도 되나? 수행 과제를 마치고 나니 합격이란다. 93점을 받았다. 헐. 시동 꺼진 것 외에는 별다른 감점 요인이 없었나 보다. 80점이 합격 점수다.
시험이 일찍 끝나서 방으로 가겠느냐 후진 연습을 하겠느냐고 묻기에 당연히 후진 연습을 한다고 했다. 트레일러는 후진 시 일반 자동차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에 자꾸 헷갈렸다. 수 없이 실수를 반복한 끝에 요령이 생겨 마침내 후진에 성공했다. 역시 연습 뿐이다. 여자 강사가 나보고 잘 한다며 하이파이브도 해줬다. 그러면서 내일 오후 1시 수업 때 보잖다. 다 끝난 것 아니었나? 아마도 다음 단계를 미리 선행학습 하려나 보다. 어차피 잡혀있는 수업 일정이니까. 나는 공식적으로 PSD 과정에 들어갈 준비는 마쳤다. 내일 오후 3시에 예비 정리 모임이 있는데 지금까지 남은 사람들은 전원 참석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PSD 단계에 들어가기 위한 선발 과정이었고 이제부터가 진짜 트레이닝이다. PSD는 거창해 보이지만 Prime Student Driver의 약자다.
퍼밋 시험이 됐든, 시뮬레이터 시험이 됐든 아직 마무리 못한 학생들은 내일까지 모두 완료해야 한다.
이제 남은 일은 트레이너를 잘 만나는 일이다. 좁은 차 안에서 트레이너와 2주를 밤낮으로 지내야 한다. 케미가 잘 맞아야 한다. 가뜩이나 나는 말이 적은데다 원어민만큼 영어를 못 하니까 이왕이면 이해심 많은 사람이 좋겠다. 말도 좀 고상하게 하고. 영어도 좀 같이 배우게. 욕심이 너무 큰가? 비영어권 출신을 만나면 서로가 힘들다. 서로 말을 못 알아 먹어서.
트레이너들은 모두 현직 트럭기사로서 자기 일을 하면서 부업(副業)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육 후 단번에 학생이 합격하면 추가 보너스가 있기에 모두들 열심으로 가르친다. 학생도 보너스를 받는다. 그래서 열심히 배운다.
빠르면 금요일에도 트레이너를 만날 수 있고, 보통은 주말 중에 만나지만 길어지면 다음주까지 갈 수도 있다. 트레이너와 학생이 만나 서로 합의가 되면 약속을 잡아 트립을 떠난다. 실제 업무에 투입되는 것이다. 운전은 실무를 통해 배운다. 드디어 실제 트럭을 모는 것이다.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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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졸인 합격발표
건강보험료가 월 1200불이라니..
간밤에도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목요일 아침 수업은 직원 혜택에 대한 내용이다. 은퇴연금과 건강보험, 생명보험 등. 지난 번에도 들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잘 모르겠다. 보험은 어렵다. 사실 이 수업은 당장 들을 필요도 없다. 이 모든 혜택은 정직원이 된 후 90일이 지나야 발효(發效)되기 때문이다. PSD 단계를 수료하고 실기시험을 봐서 CDL을 취득한 날부터 정직원으로 인정된다.
보험료가 상당히 비싼 것에 대해 놀랐다. 회사에서 일정 부분 지원도 있기 때문에 오픈마켓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싸다는데도 엄청 비쌌다. 치과, 안과 등을 포함해 최고 옵션으로 했을 때는 가족 포함 주(週)에 300불 가까이 됐다. 그렇다 월(月)이 아니고 주(週)다. 한 달에 보험료로 1,200불이 나간다는 얘긴데 트럭커들의 평균 임금은 5~6만 달러 수준이다. 급여의 20% 정도를 보험료로 낸다는 것이 말이 되나? 병원에 갔을 때 환자 부담금도 여전히 있다.
우리 가족은 현재 저소득층으로 분류돼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는다. 수입이 빈곤층 상한선과 애매하게 물려 있어 어떤 해에는 약간의 보험료를 내기도 했지만 한달에 몇 십불 수준이었지 몇 백불은 아니었다. 근래 택시 수입이 준 이래로 자연스레 저소득층에 안착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 택시에서 트럭으로 옮겼는데 건강보험료 내고 나면 마찬가지거나 더 수입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중산층 노동자 계급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겠다. 미국은 아주 잘 살거나 못 살거나 해야지 중간에 있으면 힘들다. 미국은 한국과 더불어 대표적인 소득 양극화 심화 국가이다. 빠르게 중산층이 소멸(消滅)하고 있어 머잖아 대부분 국민이 보험료를 내지 않는 복지국가(?)가 될 것 같다.
어느 시점에서는 나도 회사 보험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회사 보험은 정액제이지만 오바마케어는 소득에 따라 차등 부과되기 때문에 더 나올 수 있다. 트럭 일을 하면서의 내 소득 목표는 6자리다. 10만 달러 이상. 당장은 어림도 없고 경력이 쌓인 후에도 죽어라 일해라 가능한 수치다.
수업 이후에 출석 호출이 있었다. 이번에는 내 이름이 있었다. 드럭(Drug) 테스트 결과가 나오지 않은 8명이 있다고 했다. 제발 내 이름이 거기 없기를. 끝까지 조마조마하다. 마약 같은 것은 입에 댄 적도 없지만서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다.
Phil이라는 이름이 호출됐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아참 근데 여기서 나는 Kil Jae지. Phil은 아직은 닉네임이고 나중에 시민권을 따면 개명(改名)할까 생각중이다. 문제는 내가 스타벅스에 가서 Phil이라고 이름을 말했을 때 제대로 알아 들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Peter로 알아 듣고 이번에 내려오면서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Ben으로 적더라. 여러 번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냅둔다. 커피만 마시면 그만이지. Phil이 아시안하고는 매치가 잘 안 되는 이름인가?
강사들도 비영어권 이름을 발음하는데 애를 먹는다. 내 경우는 양호하다. 길재는 거의 정확하게 발음하는 편이다. 황을 종종 횅이나 왕으로 발음해서 그렇지.
학생들과의 업무를 담당하는 강사의 이름은 Viginia인데 Ms. V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다. 아직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못 봤지만. 미스 V는 펜딩 리스트에 있는 20명 정도의 이름을 불렀는데 그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대개 필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경력 확인이 안 됐거나, 메디컬 카드를 못 받았거나, 필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약물검사 결과가 안 나온 경우였다. 호명이 끝나고 이름이 불리지 않은 사람은 3시에 있을 미팅에서 수련생 명찰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Yay~~! 오늘 밤은 편히 잘 수 있겠다.
방으로 돌아와 쉬는데 청소 아주머니가 왔다. 내 방은 됐으니 그냥 두라고 했다. 룸메이트가 화요일 떠난 이후로 혼자 쓰고 있다. 그쪽 침대는 건드리지도 않았다. 남이 쓴 것도 아닌 시트나 수건을 한 번 쓰고 세탁하는 것도 낭비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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