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만화 가게가 성행을 했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이 오락을 즐기는 유일한 곳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던져 놓고 한 걸음에 가는 곳이 바로 만화 가게였다.
산호의 ‘라이파이’나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천리’같은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는 지금은 대부분 은퇴한 세대들이다. 우후죽순과 같이 많았던 만화 가게는 TV의 등장으로 그 기세를 잃어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일본 만화, 성인 만화 가게로 겨우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만화라고 하면 어린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만화들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서 비교육적이라고만 생각한다. 헌데 최근에는 어린이 만화보다 성인 만화가 대세이다. 성인 만화의 원조는 일본이다.
그래서 국내 만화 시장 역시 일본 만화를 번역한 것이 대부분으로 ‘미스터 초밥 왕 전 14권(학 산문화사: 2005)’이라는 요리 관련 만화나 ‘신의 물방울(학산문화사: 2005)’같은 와인에 대한 전문 만화는 2005년부터 나와 현재 33권째 계속해서 출판되고 있다.
국내 신문 만화로는 고우영 작가의 ‘수호지’가 유명했고, 요즈음 신세대 만화 작가로는 강 풀이 인기다. 강 풀의 순정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문학세계사: 2007)’ 는 영화로도 흥행에 성공했고, 연극으로도 롱런하고 있다.
우리 나라 성인 만화로는 뭐니뭐니 해도 허영만의 ‘식객(김영사)’이다. 2003년부터 시작해 현재 총27권에 이르는 대작이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일본어판과 영어판까지 나왔다. 최근에 일본 초밥왕 작가와 우리 식객 작가의 만남도 이루어져 한·일 만화가의 음식 사랑을 교류하기도 했다.
만화가 종이에서 영화로 진화를 하고 있다. 우리 나라 만화 영화의 대표작은 ‘로봇태권V’다. 최근에 컬러로 복원 상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만화 영화하면 단연 일본이다. 재팬 애니메이션(Japan animation)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그 실력은 가히 세계적이다.
꾸준히 우리 나라 극장가를 일본 만화 영화가 강타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에 독특한 제작 기술로 관객들을 사로 잡고 있다. 일본이 애니매이션으로 영화계를 주름잡는 반면 미국에서는 만화 콘텐츠(contents)로 영화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흥행에도 성공한 것이 바로 미국 만화 회사 Marvel사의 작품들이다. 대부분이 영화화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 수퍼 맨, 헐크, 스파이더 맨, 어벤저, 아이언 맨 등.. 우리는 만화하면 심심풀이로만 생각한다. 감히 서가에 올려 놓지 못할 책이라고 천시한다. 하지만 우리 집 서가에 자리를 떡 잡고 있는 만화가 여러 권 있다.
그 중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한 것이 바로 ‘먼 나라 이웃나라’이다. 처음 출간 될 때 사서 본 책(1-6권)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이사할 때마다 항상 챙기는 장서(?)이다. 수많은 이사 때마다 챙긴 사람은 내가 아니고 아들이다. 이처럼 우리 나라에도 좋은 만화 콘텐츠가 많이 있다.
저자인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김영사)’는 현재 16 권 스페인 편으로 출간을 마감했다. 유럽을 필두로 미국, 중국, 일본, 우리나라, 중동 등 전세계의 문화와 역사를 만화로 구현하고 있다. 만화라기 보다는 역사 문화 역사서이다.
만화가 이원복은 서울공대 건축과를 수학했다.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에서 서양미술사를 수학했다. 한국 만화. 애니메이션 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이 교수는 독일 유학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 시리즈 외에도 ‘가로세로 세계사 1.2.3 (김영사: 2007)’, ‘신의 나라 인간 의 나라(두산동아: 2002)’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김영사: 2007)’, ‘사랑의 학교(사랑의 학교: 1995)’ 등 교양 만화의 대가이다.
서울대 송병락 교수와 함께 자본주의 홍보성 만화를 많이 그렸다.
자본주의. 공산주의(동아출판사: 1990), 한국. 한국인. 한국경제(동아 출판사: 1993)
부자 국민 일등 경제(김영사: 2001) 등이 있다. 어른들도 즐기는 교양 만 화 장르를 개척한 사람이다.
나의 교양 만화 시리즈 옆에 윤 승윤의 ‘겨레의 인걸 100인 1,2(송우출 판사: 1991)가 있고, 만화 중국의 서예사 상·하(소와당:2009)가 한쪽 켠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동안 천대 받았던 만화가 요즈음에는 영화, 연극, 광고 등에 활용되는 OSMU(One Source Multi Use)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만화는 종이에서 영화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생(未生)’은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다.
스마트 시대에 걸 맞는 웹툰(webtoon)으로 또 한 번 진화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좋은 컨텐츠는 여러 분야에서 사랑을 받게 마련이다.
칼럼니스트 김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