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합격과 페이스북 자동번역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아침에 일어나 Pre-trip inspection 실전 테스트를 했다. 교재를 보지 않고, Nathan이 실제 시험관처럼 채점을 하며 전체 인스펙션을 진행했다. 3개를 놓치고 지나갔다. Nathan 말로는 엑설런트한 결과란다. 그래도 중간에 순서 뒤죽박죽이고 완벽하지 못했다. 좀 더 다듬어야지.
오후 3시 30분 화물 인수이지만 전화를 해보니 일찍 도착해도 괜찮다고 했다. 주차할 공간이 있다는 얘기다. 오가는 물건이 많은 큰 업체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트럭에 주유(注油)하고 출발했다. 전에는 Nathan이 말로만 설명하고 자신이 하던 것을 오늘은 내가 실제로 해보도록 했다. 트럭커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단계적으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운전하고 오면서 도로 표지판 읽는 연습을 30분 가량 했다.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다. 트럭 드라이버에게 표지판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제한속도. 과속 티켓은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발주처에는 1시 좀 넘어 도착했다. 기다리며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그리곤 하염 없이 다시 기다림. 일직 왔다고 일찍 짐을 싣게 해주는 것은 아니구나. 4시 조금 넘어 7번 dock에 대라는 지시가 있었다. dock에 댄다고 곧바로 싣는 것도 아니다. 일단 싣기 시작하면 20~30분 정도 걸린다. 5시에야 적재가 시작됐다.
내 페이스북 내용을 Nathan이 보는데 아래에 영어 번역이 자동으로 달린다. 얼마나 잘 번역됐는지 읽어보진 않아 모르겠지만 대략의 뜻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Nathan이 자기 엄마가 한국 나이는 한 살 더 많다고 설명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아주 엉터리 번역은 아닌가보다. 그럼 굳이 영어로 적지 않아도 되겠군. Nathan 험담(險談) 쓰지 않길 잘했다. 그럴 내용도 없었지만. ^^
트럭 드라이버는 하루에 14시간 연속 on duty, 11시간 driving, 8시간 연속 운전후 30분 휴식, 8일 동안 70시간 on duty의 규칙이 적용된다. 나는 처음에 운전시간만 문제되는 것으로 알고 Nathan이 틈만 나면 off duty를 누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차피 하루에 14시간만 일할 수 있고 on duty를 하더라도 그 시간 안에는 다 끝낼 수 있는데 뭐하러 저렇게 열심히 누르나 싶었다. 70시간을 운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잘못 알았기 때문이다. on duty 시간에는 운전 시간 뿐 아니라 주유 시간, 인스펙션 시간, 짐 싣는 시간, 내리는 시간 등이 다 포함된다. 그 시간을 실제 시간 그대로 기록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소요 시간 이상은 전자 로그북에 기록해야 한다. 그러니까 짐을 싣거나 내리러 오면 적재나 하역 시간을 등록하고 15분 가량 지나면 얼른 off duty로 바꾸는 식이다. 트럭킹은 시간 관리의 게임이다. 노련한 트럭커들은 시간관리를 잘 한다. 일이 있어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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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쪼개기 주행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적재가 7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6시간 넘게 기다린 것이다. 일찍 온 것이야 우리 사정이니 그렇다쳐도 3시 30분 약속인데 너무 오래 걸린 것이다. 문제가 복잡해진다. 다음 트럭스탑까지 가려면 3시간 가까이 걸린다. 밤 10시에 도착한다치면 10시간을 쉬고 나서 내일 오전 8시에나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배달 약속 시간이 8시다. 트럭스탑에서 배달처까지는 30분 거리지만 출근 시간이고 하니 1시간은 넉넉 잡아야 안심이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Nathan은 시간 쪼개기를 하겠다고 한다. 10시간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을 8시간을 쉬고 운행을 한 다음 2시간을 쉰다는 것이다. 8/2 split 이라고 하는데 법적으로 가능한 모양이다.
Nathan이 운전대를 잡고 열심히 몰았다. 알라바마를 출발해 테네시를 지나 켄터키에 들어섰다. Lynyrd Skynyrd의 ‘Sweet home Alabama’를 알라바마 현지에서 들으며 달리다니. 9시 30분에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섬과 동시에 sleeper berth로 상태를 바꿨다. 그러니까 침대에서 우리는 자고 있는 것이다. 주차공간은 Nathan이 미리 전화로 예약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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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에 왜 KFC가 안보일까
아침에 일어나니 10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내가 운전 가능한 시간이 8시간으로 리셋되어 있었다. Nathan은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아무튼 좋은 일이다.
켄터키 주 볼링 그린에서 짐을 내렸다. 트럭에 컨테이너를 연결한 채로 짐을 싣거나 내리는 것을 live라고 한다. 이번에는 컨테이너를 떼어놓고 다른 빈 컨테이너를 연결했다. 이런 경우에는 drop & hook 이라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적어서 트럭커들이 선호하는 배달 형태다.
배달을 마치면 항상 새로운 물건을 싣기 전에 컨테이너를 세척한다. 보통은 내부를 하는데 외관이 더러우면 외부도 한다. 주로 식품을 싣기 때문에 청결이 중요하다. 오늘은 중간에 좀 이른 샤워를 했다. 샤워는 좋은 일이다.
켄터키 주 알바니에서 미주리 주 조플린으로 가는 물건을 받았다. 이번에는 라이브 로딩이다. 그런데도 빨리 실었다. 생고기였다. 싣는 과정에서 녹았는지 육수 핏물이 컨테이너 배수구를 통해 줄줄 흘러내렸다. 컨테이너를 냉동으로 해놓았으니 시간이 좀 지나면 멈출 것이다.
오늘 운전은 Nathan이 많이 했다. 알바니에서 실은 고기 무게가 많이 나가 균형을 맞추느라 트레일러 바퀴를 뒤로 많이 물렸기 때문이다. 트레일러 바퀴가 뒤로 갈수록 회전이 어려워진다. 언덕이 많고 좁은 시골길 구간이 있어 Nathan이 운전한 것이다.
내일 스프링필드로 돌아간다. 조플린과 스프링 필드는 1시간 반 정도 거리다. Nathan은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 운전 연습장도 예약해 두었다. 내가 볼 때는 그 시간까지 배달하고 가기에 무리일 것 같은데 Nathan은 가능하다고 했다. 트레이너 말이니 믿어야지. 아직 두어 시간 더 달릴 수 있으니 더 가서 쉬어도 될텐데, 늦어지면 Nathan은 주차 공간이 없을까 염려했다.
아침과 저녁에 각 프리트립 연습을 했는데 일부 실수가 있긴 했어도 합격선은 무난히 넘겼다. 내일과 모레 합해 8시간 정도 연습하고 금요일 오전에 드디어 시험을 본다. 합격하면 오후에는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모르겠는데 Nathan은 확신에 차 있다. 그래 아마 8시간 정도 집중 연습하면 테스트는 통과할 것이다.
내일은 8시에 출발한다. 하루 14시간 일할 수 있으니 밤 10시까지 연습하려면 오전 8시 이전에 시작할 수 없다.
오늘 묵는 곳은 평점 3.9점의 트럭스탑이다. 이 정도면 높은 편이라고 한다. 5점 만점이다. 와 보니 공간이 널널하다. 아직 6시 정도로 시간이 이른 탓도 있지만 근처 다른 트럭스탑이 거의 다 찬 것과 대조적이다. 보니까 시설이 떨어진다. 주차장은 아스팔트 포장이 아니라 그냥 흙바닥이며 주차선도 없었다. 트럭들이 알아서 간격 맞춰 대는 식이다. 트럭이 지나가니 먼지가 풀풀 날렸다. 매점이나 화장실 시설도 그냥 시골 주유소 수준이었다. 샤워비가 5달러였다. 지금까지 간 곳이 호텔이라면 여기는 여인숙 수준으로 비교할 수 있겠다. 안전하게 잠만 자면 되니까 상관 없다.
Nathan에게 켄터키에서 KFC를 한번도 본 일이 없다고 하니 자기도 그렇단다. 아마도 우리가 시내 깊숙이 들어가지는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KFC 본사는 켄터키 주에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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