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의 '오만': 닉 스미스, 존 키, 빌 잉글리쉬 3인방
2017년 9월23일 총선결과로 당시의 집권 국민당이 노동당에 정권을 뺏긴지 약 8개월이 됐다. 우익보수 국민당이 좌익진보 노동당으로 정권을 내준 이유를 곰곰히 따져보면 적은 밖이 아니라 오히려 안에 있었다. 국민당의 닉 스미스. 존 키, 빌 잉글리쉬 3인방이 최대의 공로자로 기억속에 떠오른다.
특히, 존 키 당시 국민당 당수 겸 총리 1인의 높은 대중적 인기에 일방적으로 의지하고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오히려 이익을 본 지지층인 부자들을 결집시켜 차기 총선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은 국민당 정권의 ‘오만’이 1등공신이었다.
결국 국회의석 120석중 근소하지만 최대의석을 차지하고도 캐스팅 보트를 쥔 같은 우익보수 군소정당인 뉴질랜드 제1당에게 배신당해 이기고도 정권을 뺏긴 뉴질랜드 국민당 이야기는 지금의 한국 정치에도 매우 의미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단기간 부동산 폭등에도 속수무책 닉 스미스(Nick Smith)
뉴질랜드 전국, 특히 오클랜드지역 부동산가격 폭등시기인 2013년 1월22일~2016년 12월20일 재임한 국민당 건설주택부 장관 닉 스미스(53). 1990년 10월27일 총선에서 넬슨 지역구에서 당선돼 처음 정계에 진출한 10선의원이자 토목공학 박사.
국민당정부 집권3기 9년동안 주택가격이 2~3배나 폭등했는데도 그는 딱 부러지는 대책마련에 실패했다. 주무장관으로서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저소득층의 빈곤심화와 빈부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는데도 국민당의 문제의식과 위기감은 오만하다 싶을 정도로 절대 부족했다.
멜리사 리 한인 국회의원이 회의 참석차 오클랜드 한인회관을 방문했을 때 기자는 당시의 심각한 부동산가격 폭등을 거론하며 “한국 같으면 건설주택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라고 난리가 나는데 뉴질랜드도 주무장관이 책임지고 사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더니 뚱한 표정으로 “주택부장관이 왜 사퇴해야 하나요”라는 대답만 돌아왔었다.
닉 스미스는 그래도 정치적 운은 좋아서 현재 사이먼 브리지가 이끄는 야당 국민당의 서열 26위로 예비내각 장관에 포함돼 있다.
가정을 위해 총리직 걷어 찬 존 키(John Key)
10년간 뉴질랜드 총리이자 집권 국민당 당수로 재임하며 선호총리 여론조사 때마다 평균 40%이상으로 2위와의 격차를 20~30%나 벌렸던 인기총리 존 키(56).
총선 9개월전인 2016년 12월 5일, 갑자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 말하고 전격적으로 총리직과 국민당 당수직을 내려놓고 부당수인 빌 잉글리쉬에게 바톤을 넘겨줘 뉴질랜드 국내는 물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선출직으로 당선된 공인이 개인적인 이유로 최고위 공직을 소명의식이나 책임의식없이 함부로 걷어찰 수 있느냐는 비난부터 추측성 스캔들 제기까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증명된 것은 없어 결국 박수 받으며 정계를 떠났다.
그는 금년에 뉴질랜드 최대의 대형은행인 호주계 ANZ은행 총재로 추대돼, 일개 펀드매니저에서 일약 뉴질랜드 총리로 등극했다가 고향인 금융계로 화려하게 복귀해 최고의 인생을 구가하고 있다.
유능한 재정부장관, 무능한 정치인 빌 잉글리쉬(Bill English)
빌 잉글리쉬(56)는 유능한 재정부 장관이었지만 리더쉽이 부족한 무능한 정치인이었다. 정치생활의 대부분을 전국구 의원으로 보냈고 2017년 총선 패배 후 사실상 당내 분위기에 떠밀려 은퇴한 케이스.
이전에도 여러 번의 당내 권력쿠데타에서 살아남아 결국, 존 키 총리하에서 당내 제2인자인 부당수 겸 재정부장관까지 승승장구 했지만, 애초부터 지역구에 확고하게 뿌리내린 대중정치인이 아니었다. 존 키에게 당권과 정권을 물려 받았을 때도 그의 역할은 9개월 남짓 남은 총선을 위한 국민당의 관리형 리더쉽이었다.
영국정치의 전통인 웨스트민스트 시스템에 따랐다면, 그는 총선패배 책임을 지고 지난해 9월에 곧바로 정계은퇴를 선언했어야 했다. 그 타이밍마저 놓치고 8개월이나 영이 안 서는 당수직을 유지한 탓에 은퇴하는 뒷모습도 초라하고 쓸쓸했다.
금년에 K마트, 타겟, 버닝즈 웨어하우스, Coles 수퍼마켓체인 등을 거느린 호주계 대형소매그룹Westfarmers 이사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