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북의 완전비핵화 확약, 미국의 평화체제 구축 공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역사적인 6.12 북미정상회담 후 두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안보 보장들을 제공하기로 공약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굳건하고 변함없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공동선언에는 그동안 미국 쪽이 끈질기게 요구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완전한 비핵화’(CVID)라는 용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이른바 ‘CVID’는 앞으로 계속되는 북미 대화를 통해 논의될 것으로 보여 이번 회담이 북미 간 대화의 큰 틀을 대강 합의한 자리요, 양국 공식대화의 첫 걸음을 시작한 자리가 된 것이다.
이날 전 세계는 세계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역사적 순간을 생중계하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봤다.
한국의 일부 언론과 미국의 대북정책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공동선언에 'CVID‘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며 '미국은 얻은 것이 없고 북은 얻을 것은 다 얻은' 사실상 ’미국의 항복문서‘라는 식의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했다.
미국 국무부 조셉 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CNN 방송에서 “완전한 한반도비핵화”를 재확인했다는 표현은 결국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단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재확인에 그쳤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런데, 이번 공동선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비핵화’를 북미관계정상화뿐만 아니라 ‘4.27 판문점선언’ 이행과 결부시켜,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이 있어야만 ‘한반도비핵화’가 가능함을 명시한 점이다.
이는 ‘남북관계발전’을 미국이 방해하면 ‘한반도비핵화’도 없음을 뜻하는 대미 경고로 남북한이 더 이상 미국 마음대로 놀아나는 나라가 아니라는 뜻도 담긴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서명을 한 것은 남북 대화를 수십 년간 철저히 방해해 온 미국의 옛 행태를 돌이켜 볼 때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세계패권이 약화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미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열었다면 이미 북미 관계는 호혜평등관계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10년~20년 전에 비해 미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서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은 중동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중국의 남지나해 세력 확장, 대 러시아 전선의 유럽연합 및 나토(대서양조약기구)군 세력 위축 등 눈에 들어오는 예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미 본토 타격 막은 트럼프, ‘손해 본 장사’ 아니다
앞선 글들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다시피, 북한이 핵을 개발, 완성시킨 것은 미국의 끈질긴 핵 위협에서 살아 남기위한 오랜 고육책의 결과임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그 핵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체제보장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필요한 조건이 될 수 밖에 없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지닌 핵강국 북한이 뭐가 답답해서 무조건 핵을 폐기하겠는가.
트럼프가 취임 후 만난 외국 정상 중 이번 김정은처럼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대했던 정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북핵이 두려웠고 자신의 얽히고설킨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번 북미회담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미국이 계속 요구하는 ’CVID‘는 미국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전혀 실현성 없는 말장난에 불과한 정치적 언어일 뿐이다.
북한이 어디에 무슨 핵무기를 얼마나 숨겨두고 있는지 미국이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측이 알려준 내용 말고는 미국 자체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있는 곳을 밝혀낼 능력이 없다.
미국이 이를 모를 리가 있는가. 겉으로는 ’CVID‘를 들먹이며 이러한 약점은 모르는 척,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 본토 타격만 막으면 발등의 불은 끄는 것이다.
북한이 김일성-김정일을 거치며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요청했던 게 어디 한 두 차례인가. 지미 카터까지도 ‘그 조그맣고 보잘 것 없는 북한이 감히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자고? 웃기는 소리!’ 라며 냉담했고, 오바마 때 까지도 북을 무시해 온 미국이다.
그러다가 미국이 뒤늦게 알게 된 북한의 완성된 핵능력을 더 방치해서는 큰 일 나겠다 싶은 때가 온 것이다. 트럼프는 결국 불안을 못 견뎌 ‘검은 세력’의 극구 반대를 무릅쓰고 북미 정상이 만날 기회를 잡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언뜻 보면 김정은이 트럼프보다 더 많은 것을 챙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미 본토 핵공격’을 우선 막아 낸 사실만으로도 지혜로운 트럼프가 훨씬 큰 선물을 받아갔다고 본다. 결국 양국 정상은 현실적으로 받을 것은 받고, 줄 것은 준 ‘윈윈(win-win)’ 게임을 했다. 트럼프가 ‘루저(loser)’란 워싱턴의 해석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미국 시민 72%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지지한 이유다. 그 결과 다우지수는 대폭발 했고, 달러환율, 금값, 비트코인 가상화폐 등도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공동선언문을 전면적이고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미국과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이행하기 위해 폼페오 국무장관과 북한 측 고위급 당국자 간 후속 협상을 가능한 이른 날짜에 열기로 약속했다. 그 결과에 따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곧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