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이 올 것인가?
한반도에 교류가 활성화되고 민족적인 부흥 정신이
되살아난다면 제2의 한강의 기적, 압록강의 기적을……
인종이 유전적 특성을 지닌 자연과학적 개념이라면 민족은 문화적 요소를 기준으로 한 사회과학적 개념이다. 반면 국민은 국적을 기준으로 하는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개념이다. 한민족은 한반도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오랫동안 고유한 언어와 문화적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해 왔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우리의 신분을 살펴보면 황인종이며 한민족 출신으로 한국계 뉴질랜더라고 볼 수 있다.
한민족이 역사를 만들어 온 지 반만 년이 지나 타국에 이주를 시작했고 그 역사가 이제는 160여 년이 되었다. 그러나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1945년 이래로 한반도는 둘로 쪼개어졌고 단일 민족 두 개의 국가로 출범한 이래 다시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배달겨레=한민족=한국인이라는 동일 정체성에서 인식의 혼란을 야기하는 시점에 와 있다. 국제적으로 한반도에는 휴전선 이남에 남한(South Korea)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한국) 즉 ROK(The Republic of Korea)와 휴전선이 북에 북한(North Korea)이라고 불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가 존재하고 있다.
해방 후 정부를 수립할 때 남한에서는 조선 말기의 대한제국 명칭을 이어받아 3.1운동 후 출범한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받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를 수립했고 그보다 뒤늦게 출범한 북한에서는 고조선과 근세조선의 조선이라는 이름을 살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수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문 명칭인 코리아(Korea)는 고구려-고려로 이어지는 고려가 서양 세계에 알려지면서 고려-Korea 로 표기된데서 유래한다.
한민족이 다른 나라로 이주를 시작한 1860년대 이래 160여 년을 지내오는 동안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재외 동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조선 말기에 굶주림을 피해 러시아의 연해주 지방으로 이주했던 동포들은 1937년 급작스런 소련 스탈린 정부의 강제 퇴거 명령으로 중앙아시아 지방으로 축출되어 척박한 삶을 이어왔는데 우리는 그들을 고려인으로 부르고 있다. 조선 말기부터 굶주림을 피해 또는 일제의 압박을 피해 중국 간도지방으로 건너가 정착한 이들은 연변 조선족으로 불리고 있다. 8.15 광복 이후 일본에 남아 있던 재일 동포들은 북한을 지지하는 조총련계인 조선인 연맹(후에 재일조선인 총연합회로 개칭)과 이를 반대하는 민단계인 재일조선인 거류민단의 양대 부류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나라의 정치 체제가 지난 12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바뀜에 따라 조선 시대에 이주를 한 조선 출신과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이주한 동포, 해방 후 북한에서 이주한 북한 출신, 남한에서 이주한 한국출신 등 같은 한민족이면서도 재외 동포사회에서 각양각색의 그룹이 혼재하여 있는 상황이다.
2017년 말 현재 세계 각지에 뿌리내려 살고 있는 동포는 얼마나 될까? 우선 한반도의 남한에 5180만, 북한에 2540만 합계 7720만이고 중국에 254만, 미국에 249만, 일본에 81만, 캐나다 24만, 우즈베키스탄 18만, 오스트레일리아 18만, 러시아 17만 기타 78만 등을 합쳐 재외 동포 740만으로 집계된다.
그래서 총 한민족의 수는 한반도에 7720만, 재외에 740만 총계 8460만이 되므로 약 8500만으로 불릴 수 있다. 한민족은 이스라엘, 아일랜드, 이태리에 이어 세계 4대 인력 유출 민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80여개 국가에 퍼져나가 살고 있으며 실로 지구상에 지구상에 해가질 날이 없는 민족이 되었다.
2018년 들어 한반도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요동치고 있으며 한반도 문제가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 남북한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 국가이며 이는 일제 통치가 종말을 고하고 미국, 소련 등 강대국이 한반도에 개입한 결과로 만들어 낸 비극의 잔재이다. 남한과 북한은 민족의 뿌리, 문화의 뿌리, 역사의 뿌리가 같은 핏줄을 지닌 구성원으로 조직된 국가 체제이나 73년 동안 동질성이 박탈당한 채 극한적인 대립과 갈등 속에서 살아 온 한민족이다. 현재에도 남북 이산가족이 서로 간의 생사도 모르는 채 통한의 세월을 보내고 있으며 이는 인류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극적인 현실이 되고 있다.
2018년은 한반도의 등불이 다시 켜지는 희망의 한 해가 될 것인가? 남북한, 북한과 미국, 남한과 미국 간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웃 나라인 중국, 러시아, 일본과도 건설적인 동의가 이루어진다면 동북아의 평화 시대를 인도하고, 이는 세계 평화를 유도하는 세계사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89년 전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R. Tagore, 18611941)는 우리 한민족을 위해 선물한 시「동방의 등불」에서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코리아는 그 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에 세계를 비추는 빛이 되리라, 나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라고 설파했다. 그의 바라는 바와 같이 한반도는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이했고 조국 분단의 비극과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만에 기적적인 경제 부흥을 이룩함과 동시에 학술, 스포츠, 예능 분야에서 세계 선진국 수준을 달성하였다.
한반도에 교류가 활성화 되고 한민족의 민족적인 부흥 정신이 되살아난다면 1억에 근접하는 인구에 영국과 비슷한 면적의 한반도, 잠재성이 높은 인력 자원,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킹 되어 있는 재외 동포와 연계되어 육로로 아시아, 유럽 대륙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태평양으로 진출해 남북 아메리카, 대양주까지 세력을 펼쳐 제 2의 한강의 기적, 압록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한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