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현대외교사의 가장 인상적 인물” NYT
<러시아 주간 엑스페르트가 북미정상회담에 관해 게보르그 미르자얀 교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미르자얀 교수는 러시아 정부 산하 금융 대학교 정치학과에 몸담고 있는 미루자얀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을 올해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사건이자 지난 반 세기동안 동아시아 전체에서 일어났던 외교적인 과정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기고문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올해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사건이 될 것이다. 또한 최근 반 세기동안 동아시아 전체에서 일어났던 외교적인 과정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 트럼프가 주저했던 이유도 이해는 된다. 실제로 이것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이고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사람은 노벨상 수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노벨상 수상자가 트럼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세계를 격동(激動)시키는 역할을 하는 나라로 보이고 김정은은 한반도에 안정을 가져올 임무를 가진 문명세계의 대표자로 비추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새로운 얼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런 역설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자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북 관계에서 자신의 비즈니스 전략인 거래의 기술(먼저 강한 압박을 통해 우위를 차지하고 이후 우위에서 협상을 하는 것)을 적용했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유도에서 자주 사용되는 동양의 ‘벚꽃 가지’ 전략(최종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 먼저 항복하는 것)을 사용했다. 대북 최대 압박 정책 앞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조건에서(핵무기 전면 폐기) 협상하던지, 아니면 전쟁을 해야 할 선택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전쟁 불사 용의가 있음을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할 수 없도록 모든 가능한 행동을 취했다. 예를 들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인들을 자신의 동맹이 되도록 만들었다. 남북 정상회담 후 80%의 한국인이 그에 대해 호감을 보였다. 또한 중국의 지지도 이용했다. 두 번의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정은은 평화의 사자로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해 나갔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이미지가 최근 수개월간 현대 외교사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변화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세계 언론들은 그를 이제는 현대화와 개방, 경제 개혁, 남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최근 세 명의 군부 내 보수 강경파 수뇌들을 교체함으로 실제로 그런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조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협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 자신이 북한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과 평화조약과 핵 미사일 프로그램 문제에서 유연한 결정을 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핵문제에서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긴장도를 완화(緩和)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그 개인과 북한 전체 체제의 안전 보장인 핵무기를 전면 폐기할 생각이 없다. 어쨌든 트럼프와 나란히 사진을 찍음으로 외교적인 위상을 강화하고 부분적으로라도 미국이 남북관계발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이란이 치르고 있는 대가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미국과의 장기적인 핵폐기 협정을 체결할 생각이 없다.
북미정상회담을 무작정 취소할 수 없던 트럼프
미국의 과제는 훨씬 더 어렵다. 미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동의한 것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이 북미정상회담은 중요하고 유용하면서도 매우 위험부담이 컸다. 한반도의 평화뿐 아니라 트럼프의 정치 경력이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북미정상회담 결과 최소한 어떤 식으로든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담은 로드맵이 명시된 문서를 채택해야 했다. 사실상 이 문서는 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합의하고 작성이 끝났어야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그에게 비핵화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했지만 문서적으로 합의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정상회담 성과가 하나도 없다고 드러나면 국내에서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이 그냥 북한 정권을 합법화 시켜주었다고 비판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정상회담을 안 하면 트럼프의 힘의 우위에 기초한 대외정책이 허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니 안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G7 정상회담에서는 동맹국들이 미국에 대해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의회 선거 전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이면 공화당의원 수가 줄어들고 그에 대한 탄핵 움직임도 더 강력해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처음에는 북한의 언사를 이유로 스스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지만, 다음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거부하도록 하는 전략을 썼다. 루돌프 줄리아니 대통령 법률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한 후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하자며 무릎을 꿇고 엎드려 애걸했다. 물론 이런 자세는 김정은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김정은 위원장을 자극한 것이다. 물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루디는 이 협상(미·북 정상회담)과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 이 상황을 수습(收拾)했다. 그러나 가장 경험이 많고 상황을 아는 미국 정치가 중의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한 것은 단순히 그런 것은 아니다.
사악한 동맹국
결국 트럼프 미대통령은 머리 좋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도발(挑發)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시리아에 대한 정책에서 보듯이 계획을 바꾸었다. 시리아에서 처음에 트럼프는 바샤르 아사드를 축출하고자 했는데, 나중에 이 계획을 바꾸어 그가 IS를 축출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전략을 이제는 북한에게도 적용하려는 것이다. 이전에는 북한과 하는 모든 회담에는 CVID를 논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의무 사항을 담은 문서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단지 북한 비핵화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사실 어떤 회담이던 다음 과정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일종의 후퇴요 패배이지만, 결국 트럼프에게 최소한의 자구적 방어책이 될 것이다.
이제 트럼프는 정상회담 후 어떻게 승리를 거둘 것인지, 즉 시작되는 비핵화 과정에서 다양한 의무를 김정은에게 부과해서 최대로 이를 이행하도록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하고 이를 위해 동맹국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요 동맹국은 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일본이나 지원 대가로 무역관세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이 아니다. 무역관세 철회는 트럼프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닌데, 그 경우 수많은 표를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동맹국은 러시아이다. 한반도 문제 관련 당사국 중 러시아는 지금까지 가장 조용한 행보를 보였고 최근에야 라브로프 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조용하다고 중요성이 적은 것은 아님을 이해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국외교협회 아시아연구주임은 “러시아가 물밑에서 북한을 지원하고 협상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막후 협상가, 스포일러, 사악한 동맹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핵문제에서 그를 제외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동맹국이 될지, 중개자가 될지, 또는 스포일러가 될지는 향후 트럼프 미대통령의 대러 정책에 달려있다. 어쨌든 러시아가 제공하는 협조에 대해 요구하는 대가는 중국이 요구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적을 것이다.
글=게보르그 미르자얀 교수(러시아 주간 엑스페르트)|러시아 금융 대학교 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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