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내내 질척거리듯 연이어 매일 같이 오는 비가 오던 어느 날이었다. 한국 식품점과 슈퍼마켓에 다녀와서 배추를 절여 놓고 육개장을 끓이면서 무우를 채 썰어서 김치 양념에 넣고 버무렸다. 무우를 제외한 양념은 시간 있을 때 만들어 냉동실에 얼린 것이 있어서 일이 반으로 줄어 들어 다행이었다.
절인 배추를 씻은 후 물기를 빼서 김칫소를 넣어 포기김치를 담그고 남은 무우로 깍두기 담그고 나니 조금 피곤한데다가 감기가 옮았는지 밤에 갑자기 목이 꽉 잠기더니 기침이 나오고 가래까지 나오는 증상이 나타났다. 며칠 기침을 하였더니 늑골 부분에 통증을 느껴서 기침할 때도 아프지만 웃을 때도 아파서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민간요법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강과 대추 그리고 우리나라 배를 사다가 생강은 블랜더에 갈아서 압력솥에 넣고 배는 씨만 빼고 껍질채로 얇게 썰어서 대추와 함께 넣어 푹 끓여 체에 내렸다.
갱엿을 넣고 졸인 후 식은 후에 꿀을 넣어 섞어야 하는데 이 나라에서 갱엿을 구할 수가 없기에 통과해야하나 하다가 쌀로 만들었다는 올리고당을 넣고 더 졸여 병에 담아 한 숟가락을 먹으니 먹자마자 효과가 나타남을 느꼈다.
뜨거운 물에 소금을 녹여 조금 식힌 후에 가글해도 즉시 효과를 보는 것처럼..
때마침 쇠고기 여러 팩이 선물로 들어와서 부위별로 나눠서 냉동고에 넣고 이틀간 먹을 것은 냉장고에 넣으며 보니 가격대가 비싼 부위들이었다.
몇 년 전에 한국에 있을 때 정육점에서 2+ 혹은 1+ 하는 등급에 생소함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제 40회 한국방송대상 수상작인 ‘육식의 반란 제 1편- 마블링의 음모’(전주MBC 유룡 기자)를 보며 한국에서는 마블링이 있는 쇠고기를 선호하고 좋은 상품으로 취급하지만 사실 그 마블링이 우리 건강에 독이 된다는 것이다.
참고 사이트 : https://www.youtube.com/watch?v=IgLfu68zW4
같은 맥락의 ‘분뇨사슬’, ‘검은 삼겹살’, ‘팝콘치킨의 고백’과 같은 몇 편의 동영상을 보며 너무 심각한 내용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 나라 슈퍼마켓이나 정육점에서 마블링이 있는 쇠고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무튼 들어온 쇠갈비와 안심을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서 겉만 노릇노릇하게 익히고 오븐에 넣어 속까지 익힌 후 다시 후라이팬에서 소스를 끼얹어가며 만들었더니 비쥬얼이 그럴듯한 훌륭한 요리가 완성이 되어 “와! 이것은 일품요리다”하며 감기 기운이 있는 와중에 음식 만들랴 사진 찍으랴 잠시 분주했었다.(^^)
평상시엔 별로 먹탐을 내지 않던 육류였는데 체력이 딸리거나 아플 때 먹으면 곧 회복이 되곤 하는 남의 살(?)과 생강조청으로 인하여 밤에 잘 때 설치지도 않고 기침과 “쌕 쌕!”거리는 소리도 멈추어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다음 주중에 신선한 생강과 말린 대추랑 우리나라 배를 넉넉히 준비하여 “생강조청”을 만들어 겨울을 나기 위한 비상약으로 냉장고에 보관해 놓아야겠다.
지난 번 글에 한국에 가면 생각나는 음식 이야기를 썼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생각지도 않았던 메뉴까지 등장하여 먹는 즐거움을 느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마중 나온 지인의 차에 타니 지인의 신랑과 나의 제자인 그 집 아들이 마당에서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굽는다고 하며 “고기 좋아하시느냐”고 묻길래 나는 별로 고기 좋아하지 않는다고 만일 벌써 불을 피웠으면 고기 몇 점만 남기면 된다고 하고 집에 도착하여 집밥을 먹었던 생각이 난다.
지인이 시골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하여 한 채는 사용하고 한 채는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그 집안의 구조가 “와~~”하고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졌다. 벽면을 황토보드로 부부가 직접 붙였다고 하는데 독특하기도 하고 식탁도 리폼해서 만들었는데 마치 카페에 앉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첫 날에는 기도가 저절로 나오는 것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곳에서 매생이굴국에 들깨 가루를 넣어 끓인 떡국과 굴전은 얼마나 맛이 진하고 별미였던지 마치 임금님의 수랏상을 대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곶감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하여 감 500개를 사다가 껍질을 벗겨 지붕 처마 밑에 감 말리는 줄을 주렁주렁 꽂아놓고 꾸둑꾸둑 말렸다는 지인의 신랑은 식사를 마칠 무렵이면 배와 사과의 껍질을 깍아서 자른 후 접시에 담아 내곤 했 는 데 그 껍질을 벗겨내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 지 전광석 화 같았다.
며칠 그 집에 머물다가 떠나기 전날 저녁 무렵부터 하염없 이 내리는 함박눈으로 인하여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게 되어 운치를 더 하였다.
떠나기 전에 지인이 검은 콩으로 만든 청국장과 집된 장, 그리고 집에서 담근 고추장, 또한 조기 한 두름까지 바리바리 싸 주는 바람에 마치 시집간 딸이 친정에 가면 친정 엄마가 이렇게 싸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청국장의 절반은 한국에서 여러 사람 모여 식사할 때 끓여 더불어 함께 맛을 보고 다른 장들은 직접 가지고 온 덕분에 이 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무공해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먹을 때마다 베푼 지인의 손길에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르겠다. 원래 재래식으로 만든 장들은 냄새가 더 진한 것일까? 청국장 찌게와 된장찌게를 끓이는 날이면 집에서 아주 고약한 (?)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그래도 입은 즐겁다.
안타깝게도 이번에 김을 사 오지 못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김을..
바다의 해산물을 비롯하여 김, 미역, 다시마 등등 너무 좋아하는 데 그 중 김은 멸치를 이어 나의 간식이자 기호품이다. 엄마는 한톳인 백 장을 한 번에 굽곤 하셨다. 나는 학교를 다녀오면 무릎 사이에 김통을 끼고 소금을 털어 내면서 밥 없이 간식으로 먹곤 했다. 오죽하면 엄마가 바닷가로 시집 가라고 하셨을까.. 후훗!
며칠간 여기저기 볼일을 보러 다니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체력이 떨어진 나에게 아들이 “무얼 드시고 싶으세요?” 라고 물을 때 나도 모르게 “쇠불고기”라고 하였는데 그 때 내 몸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쇠고기에서 섭취해야 했었나보다. 그 날 아들네와 외식할 때 먹었던 ‘광양불고기’ 집에서의 쇠불고기와 천연양념으로 맛을 낸듯한 맛깔스러운 밑반찬들이 너무 맛있어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었던 것 같다.
하루는 아들이 준비한 저녁식사 메뉴 중 샐러드는 나를 기뻐하며 신나하며 먹게 만들었다. 옥상에서 숯불을 피워 초벌구이를 하여 다시 오븐에서 구워낸 메인 요리인 바베큐 치킨보다 훨씬 나의 손이 바쁘게 두 세번이나 개인 접시에 옮겨 담은 샐러드를 먹으며 연신 “와~ 내 취향이야! 너무 맛있어!”이러면서 먹었던 나!
출국하던 날 내가 잠시 머물고 있던 교회에서 점심식사로 비빔밥과 손두부를 준비해 주셨는데 그 날 공항까지 모셔다 드린다고 온 아들과 조카가 너무 맛있어 하며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먹는 모습에 준비해 주신 두 권사님의 손길에 너무 감사함이 넘쳐났다.
역시 누군가를 위하여 사랑으로 만드는 음식은 맛이 있다. 나 역시도 그러하니까.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태복음 7장 12절)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5장 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