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74-75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 가운데 여행자들에게 가장 팜므파탈의 유혹적인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사마르칸트이다. 이 도시의 지배자는 수없이 바뀌었다. 이 도시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세상을 제패하려는 야심찬 왕들에게도 매혹적인 도시였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이 도시는 흥미로운 곳이었다. 이야기는 단지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이다. 이야기는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연극이 되며 오페라가 되고 음악이 된다. 일찍이 영국은 섹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날 잘 만든 만화 캐릭터 하나가 공장 수백 수천 개에서 생산된 물건의 값어치보다도 높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온 세상 어린이에게 꿈과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아라비안나이트는 아랍과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국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집대성(集大成)해서 만든 이야기이지만 시작은 이렇게 한다. “옛날 페르시아에 사산이라는 이름의 왕조가 있었다. 이 왕조의 술탄인 형 샤흐라야드는 군주로서는 드물게 형제간에 우애가 넘쳐 동생에게 왕국을 하사했다.” 바로 그 왕국의 도성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사마르칸트이다.
위대한 구법승 현장은 북쪽의 실크로드를 따라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로 와서 이곳에서 다시 카슈미르로 가 인도를 순례한 다음 남쪽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으로 가 유명한 서역(西域)에서 불경을 구한 ‘대당서역기’를 남겼다. 이 글은 중국인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에게 서역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과 영감을 불러일으켜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수많은 구전설화(口傳說話)를 만들어내는 모태(母胎)가 되었다. 서유기(西遊記)는 현장의 구법여행이라는 사실에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덧입고 문학적 허구를 더해서 인류문화유산으로 남은 것이다.
천일의 밤하고도 하룻밤 더 계속되는 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가 있어서 내게 사마르칸트는 특별한 도시다. 이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온갖 전설과 우화, 모험담, 사랑이야기들이 다 들어 있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맘껏 날아다니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이야기, 동방으로의 항해를 떠나는 신드바드의 모험,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呪文)에 사로잡히게 했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어부와 악마의 이야기, 짐꾼과 바그다드의 세 처녀 이야기 등은 어린 나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곤 했다.
그 시절 내 마음에도 그런 모험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락방은 내게 온 세상이었고, 좁은 마당이 사막이었고 수돗가가 오아시스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국의 신비한 기운을 사막의 신기루(蜃氣樓)처럼 아련히 좇았다. 나는 담요 위에 올라가 무던히도 하늘을 나르려고 퍼덕거렸고, 세숫대야에 올라타고도 망망대해를 항해해서 원숭이 섬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언제나 세 가지 소원은 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다녔었다.
나는 지금도 자동문 앞에 서면 습관처럼 ‘열려라 참깨’를 중얼거린다. 내게 언젠가 한번은 참배를 해야 하는 이야기의 메카가 바로 사마르칸트였다.
사마르칸트에 다가가면서 이 사막 한가운데 아무다리아 강과 시르다리아 강 두 개의 강을 품은 오아시스의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이 도시에 들어와 이 무한한 문화적, 관광 상품적 가치가 있는 아라비안나이트의 흔적이 없는 것에 곧 실망하고 말았다. 내가 찾아 낸 곳이라곤 기껏해야 ‘알리바바’란 간판을 내건 식당이 전부였다. ‘아라비안나이트’가 바그다드의 전유물(專有物)이 되도록 사마르칸트 시당국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진 남이섬에도 그렇게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생각하면 사마르칸트 시당국에 조언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페르시아의 술탄 샤흐라야드는 젊었지만 어질고 지혜로웠다. 그는 어느 날 사냥에 나갔다가 들어오다가 왕비가 흑인 노예와 희롱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격분하여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살해해 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여자를 믿지 못하게 된 왕은 새로 법을 만들어 미인을 하룻밤에 하나씩 아내로 맞아들여 동침하고 그 다음날 아침이면 사형에 처하기로 정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이 법은 딸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고 온 가족이 국외로 도망치는 사람도 생겼다. 이때 자진해서 술탄에게 시집가겠다고 나선 용감한 아가씨가 있었으니 대재상의 딸 셰헤라자드이다.
세헤라자드는 동생 둔야자드를 불러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궁에 들어갔다. 그날 밤 세헤라자드는 술탄에게 동생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고자 하니 만나게 해달라고 눈물로 애원하여 동생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둔야자드는 언니와 계획한대로 술탄과 언니의 침실에 들어 언니가 옛날 전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으니 죽기 전에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언니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듣고 있던 술탄은 그만 호기심이 생겨서 둔야자드의 소원을 허락했다. 그리하여 세헤라자드의 아라비안나이트는 시작했다.
이슬람에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주옥 같은 문학작품들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이슬람 문학을 말할 때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이 아라비안나이트이다. '아라비안나이트'란 이름으로 알려진 것은 이 이야기가 영어로 번역되고 난 뒤부터이다. 첫 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
“어느 부유한 상인이 장사 일로 멀리 여행을 나갔는데, 일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더운 사막 속에서 야자나무 그늘을 발견하고 거기에 앉아서 나귀에 매단 가죽부대 속에서 대추 열매를 꺼내서 먹으면서 그 씨를 주위에 뱉어 버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앞에 커다란 마귀가 나타나 상인을 죽이려고 했다. 놀란 상인에게 마귀는 "네가 뱉은 대추씨가 지나가던 내 아들의 눈에 들어가 그 때문에 아들은 죽어 버렸다. 너는 내 아들의 원수다"고 하므로 상인은 모르고 한 일이니까 용서해 달라고 빌며 애원했으나 마귀는 들어주지 않고 상인의 목을 잡아 커다란 칼을 휘둘렀다······.
세헤라자드가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훤하게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술탄은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서 세헤라자드를 하룻밤 더 살려 두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대재상은 딸을 잃었을 슬픔에 싸여 궁중에 들어와 보니, 왕은 대단히 명랑하고 기분이 좋아 보여 어찌 사람을 죽이고도 저렇게 유쾌할 수 있는지 정이 다 떨어졌다. 그날 밤도 둔야자드의 재촉을 받아 세헤라자드는 다음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또 이야기 도중에 날이 밝고, 왕은 다음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서 또 하루 더 세헤라자드의 사형을 연기했다. 이렇게 세헤라자드는 밤마다 이야기를 계속했다.
세 개의 능금 이야기, 꼽추 이야기……. 등, 세헤라자드의 이야기는 다음에서 또 다음으로 끝없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25야(夜)의 이야기가 끝나자 어느덧 이야기에 푹 빠진 술탄은 사형을 30일 연장하고, 55야를 이야기했을 때는 다시 50일 연장했다. 그리하여 세헤라자드의 이야기는 1천 일의 밤에 이르러 술탄 샤흐르야드는 그녀의 재능과 지식과 언변에 감탄하여 한 여자로 인한 잘못된 편견을 뉘우치고 그 악법을 폐지하여 세헤라자드를 왕비로 맞아들이고 선정을 베풀어 왕국은 오래오래 번영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엄청남 힘을 가지기도 했다. 땅 위의 모든 여자를 미워하고 저주하던 강퍅한 술탄 샤흐라야드도 세헤라자드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의 백성 모두를 사랑하여 나라 전체에 평화가 깃들어 태평성대를 누렸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좌절한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힘을 주기도 하고 평화를 소원하는 곳에 평화를 부르는 세레나데가 되기도 한다. 나의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가 그런 역할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싶다.
나는 유라시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또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어느덧 7개월 넘게 달리고 있다. 어릴 때 나는 늘 세 가지 소원을 말할 준비를 하고 다녔지만 결코 그것을 말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내게 세 가지 소원은 늘 바뀌었지만 이제야 그것을 말할 기회가 생겼다. 통일의 문 ‘열려라 참깨’ 평화의 문 ‘열려라 참깨’ 사드는 ‘가거라 참깨’ 핵무기와 온갖 전쟁무기도 ‘가거라 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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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하눔 왕비의 치명적인 키스
푸른 도시 사마르칸트를 에메랄드보다도 더 영롱한 땀방울을 흘리며 달리는 나그네에게 박수를 보내던 색목인(色目人) 여인의 그 오묘한 모습은 아마 영영 잊지 못 할 거다. 활짝 웃음 띤 그 얼굴에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에 어리던 알 수 없는 그리움 말이다. 뇌쇄적인 푸른빛의 신비감이 잠시 내 영혼을 버뮤다의 삼각지대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면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더니 한참 앞에서 기다리다가 나를 세워 콜라를 내 손에 쥐어주면서 자기는 한국의 수원에서 5년 살다가 왔는데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사내의 푸른 눈빛도 못 잊을 것이다.
중앙아시아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실크로드의 주체가 중국과 로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 교역을 담당했던 주역은 중앙아시아 오아시스 지역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순한 전달자 역할만한 것이 아니라 실크로드를 만든 주역이었다. 말하자면 문화의 거대한 기획사 역할을 했던 것이다. 실크로드에서 사마르칸트는 장안(長安)과 바그다드와 비잔티움과 어깨를 겨루는 그런 도시였다. 중국과 로마가 직접 접촉하고 교류한 적은 거의 없었다. 사실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이 사람들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전해들은 것이 전부일 정도였다.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의 트랜스옥사니아를 중심으로 무역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활동하던 이란어계 민족을 소그드인이라고 한다. 그들은 다섯 살이 되면 이미 외국어와 수학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20이 되면 외국에 나가 장사를 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돈이 되는 곳이면 지구 끝까지 갔다. 신라와 고구려까지 와서 장사를 했다. 그들이 중국에 정착하면서 중국식 성을 갖기 시작하였는데 강(康), 사(史), 안(安), 조(曹), 석(石), 미(米), 하(何)씨 등이 있다. 안녹산 역시 아버지가 소그드인으로 소그드인에게 흔한 안씨 성을 지닌다.(녹산은 '빛'을 뜻하는 소그드어를 한자로 음차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보 온달도 소그드 인일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인 온달은 당연히 우리말이 어눌했을 것이고 외모가 남다르니 아이들이 집단 왕따를 놓았을 것이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온달이는 바보래요!” 온달이가 문밖으로 나서면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이렇게 놀렸을 것이다. 삼국사기에 묘사된 그의 외모는 “얼굴이 험악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겼지만 마음씨는 밝았다.”였다. 외국인의 선 굵은 이국적인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중국의 기록에 소그디아 왕족의 성씨는 온(溫)이라는 기록이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평강 공주와 결혼한 온달은 이곳 소그드 인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바보가 마누라 잘 만났다고 하루아침에 장군으로 위용(威容)을 갖출 수 있겠는가?
이곳에서 제일 놀라운 일은 한국말로 살갑게 인사하며 말을 거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소그드인들의 후손들은 이제 장안이 아니라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가고 있다. 오늘 만난 조키르라는 사람은 외대에서 한국어 연수를 3년하고 갔다고 한다. 그는 내게 꼭 다시 연락하자고 전화번호를 주고 갔다. 실크로드는 과거의 실크로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길이고 미래의 길이며 교류는 훨씬 광범위해지고 빨라지고 깊어지고 있다.
옛 시인들은 사마르칸트는 아름답고 도도한 여인과 같다고 “강력한 군주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하지만 누구도 영원히 갖지는 못한, 아름답고도 도도한 여인을 닮았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사마르칸트가 영영 기억하는 남자는 있다.” 그가 바로 ‘절름발이 티무르’, 사마르칸트가 낳은 위대한 지배자 아미르 티무르이다. 14세기 티무르의 제국은 카라반들이 드나들며 남겨놓은 동서양의 문화를 바탕으로 황톳빛 사막 사마르칸트를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수놓았다.
고대 소그디아나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는 칭기즈 칸 때 완전히 파괴되고 그의 사위임을 자칭한 아미르 티무르 때 다시 부흥했다. 사마르칸트에서 태어난 그는 40년간 정복 전쟁을 치르면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칭기즈 칸을 능가하는 대제국을 꿈꾼 그의 티무르 제국의 영토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페르시아와 러시아 그리고 인도의 델리까지 뻗어나갔다. 그는 사마르칸트를 ‘동방의 진주’로 만들기 위해 학자들과 건축가, 상인을 불러들였고 엄청난 토목공사를 벌였다.
그는 페르시아의 타크리트 성채를 공격할 때는 적병을 모조리 살상한 뒤 자른 머리로 피라미드를 쌓기도 했고, 호라산을 점령하고는 석회 속에 사람을 생매장해 성벽을 쌓기도 하는 등 잔인한 정복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다마스쿠스와 바그다드 등 그가 공략한 도시는 영락없이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그런 그가 사마르칸트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원들을 지어 이 도시를 ‘동방의 로마’로 역사에 길이 남겼다. 가장 잔인한 파괴자가 가장 위대한 창조자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 바로 비비하눔 모스크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탈색되지 않은 주름진 푸른 돔에서 뿜어 나오는 생명이 깃든 듯한 광채가 금방 나그네의 시선을 압도하고 만다. 그의 9명의 왕비 가운데 그가 가장 사랑한 중국인 부인 비비하눔을 위해 인도 원정을 다녀온 뒤인 1399년부터 짓기 시작한 이 엄청난 토목사업에는 여러 나라에서 끌고 온 건축가, 예술가, 공예가 등이 참여했다. 여기에 인도 원정에서 데려온 100여 마리의 코끼리들도 한몫 거들어 기중기가 담당했을 무거운 돌들을 날랐다. 이 사원 건축에 꽤 공을 들였던 티무르는 터키와 이집트 원정을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데 격노해 책임자들을 처형한 뒤, 직접 공사를 지휘했다.
사마르칸트가 숱한 이야기를 품은 도시라는 것은 아라비안나이트의 본향이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키스’라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딱 한 번의 키스가 사랑도 목숨마저도 송두리째 앗아가고 말았다. 비비하눔은 터키와 이집트에 출정을 나간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세상 최고의 모스크가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모든 공정이 순조롭게 마쳤으나 아치 하나만 미완으로 남아 있었다. 왕비를 흠모하던 페르시아 출신의 젊은 건축가는 공사 완성을 조건으로 왕비에게 키스를 요구했다. 왕비는 매번 거절했지만 공사가 늦어지는 데 안달이나 결국 할 수 없이 한 번의 키스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고 자신과 젊은 건축가만 알 치명적인 키스는 비비하눔 왕비의 볼에 반점으로 자국이 남고 말았다. 티무르는 이 반점을 보고 왕비를 추궁해 사실을 알아내고는 불같이 분노하여 건축가는 즉각 처형하고, 비비하눔은 미나레트 꼭대기에서 내던져 죽게 만들었다. 결국 비비하눔을 위해 지어진 비비하눔 모스크가 완성되었을 때는 비비하눔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슬픈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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