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는 이웃나라” Russia 24-TV 단독회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기에 앞서 러시아 24-TV와 단독 회견을 가졌다. 일문일답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계신지, 지금까지 만나오면서 어떤 개인적인 느낌과 인상을 가지고 계신지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푸틴 대통령과 저는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비전을 공유(共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과 또 제가 우리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를 위해 준비 중인 신북방정책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또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더욱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논의를 하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또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남북 경제 협력 시대가 열릴 텐데, 그때 남북 경제 협력은 러시아까지 함께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전체의 다자 평화 안보 협력체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한국과 러시아, 그리고 나와 푸틴 대통령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상황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푸틴 대통령께서 일관되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유엔안보리의 강도 높은 제재 결의에 동참해 주셨고, 또 그 제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을 하면서 평화적인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함으로써 오늘의 상황을 잘 이끌어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주신 푸틴 대통령의 협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계속적인 협력을 기대하려고 합니다.“
- 대통령께서 6월 11일에서 12일로 넘어가는 밤에 싱가포르 회담을 기다리시느라 밤잠을 설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대통령께서 그렇게 밤잠을 설치시면서까지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간절히 기원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북미 관계는 지난 70년 적대(敵對)와 갈등(葛藤) 속에 있어왔습니다. 이제 북미 관계는 그런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그런 역사적인 대전환을 이루었습니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또 미국은 북한의 안전에 대한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그 훌륭한 합의를 완전하고 신속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남북 간의 합의와 북미 간의 합의 아주 빠르게 실천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핵실험장을 폐기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또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기도 약속했습니다.
또 남북 간에는 그동안 휴전선을 마주보면서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던 선전방송도 이미 다 중단하고 방송시설들을 철거(撤去)했습니다. 나가서 이번에 한국과 미국은 대규모 연합훈련의 유예까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북한의 미군 유해(遺骸) 송환도 빠른 시일 내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미 간에 빠른 실무협상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북한은 더욱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들을 신속하게 제시하면서 함께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북미 정상회담 전에는 대통령님과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인 4.27 만남이 있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상징적으로 잠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에 발을 디디는 제스처도 보여주셨는데,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와 앞으로 남북 정상 간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주 젊은 나이인데도 상당히 솔직담백하고, 그리고 또 침착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장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의바른 모습도 보여 주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허심탄회(虛心坦懷)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결과에 있어서도 많은 합의를 이루어냈지만 합의서에 담지 않은 많은 부분에 대해서도 서로의 공감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했고, 그래서 핵을 내려놓는 대신 자신들의 체제를 보상받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핵을 내려놓고, 경제 발전에 전력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앞으로 남과 북이 함께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였고, 우리 합의서에 그대로 남겨 있습니다. 남북 간의 경제 협력은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하는 점에서도 저와 김정은 위원장은 공감을 나누었습니다.”
- 마침 3각 협력 말씀을 하셨으니까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푸틴 대통령과 4월 달에 전화통화를 하실 때에도 남북러 간에 전력이나 가스, 철도와 같은 분야에 3각 협력을 추진해 나가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력, 가스, 철도, 이러한 사업들 중에 대통령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유망한 어떤 사업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러시아와 한국 간에는 경제 협력이나 또 문화, 인문, 인적 교류 등에서 무궁무진한 협력 분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한국과 러시아 간의 협력에는 앞으로 남북 평화체제가 구축될 경우 북한도 참여할 수 있고, 이는 북한 경제와 국가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선 대표적인 3각 협력이 빠르게 시작될 수 있는 사업만 해도 철도, 가스, 전기, 3개 분야를 들 수 있습니다. 철도는 남북철도가 연결이 되고, 그 연결된 남북철도가 러시아 시베리아철도와 연결이 된다면 우리 한국으로부터 유럽까지 철도를 통한 물류 이동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것은 북한에게도 큰 경제적 이익이 되고, 우리 한국에게도 엄청난 이득을 주게 됩니다. 물론 러시아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러시아 가스의 경우에도 가스관을 통해서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북한으로 공급되고, 또 한국으로 공급되고, 나아가서는 해저관들을 통해서 일본으로까지 이렇게 공급될 수도 있습니다. 전기의 경우에도 러시아가 추구하는 에너지링 이런 부분도 동북아 전체가 함께 하면서 러시아에서 생산된 전력이 북한과 한국으로, 그리고 또 나아가서는 일본으로까지 공급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앞으로 유라시아대륙의 어떤 공동번영을 촉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잘 아시겠지만 러시아에서는 한국의 가전제품이 없는 가정집이 한 군데도 없을 정도입니다. 가전제품이 없다면 자동차라도 한 대 있고, 한국의 제품을 러시아 사람들이 사용합니다. 그 정도로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 관계는 매우 긴밀하게 발전하고 있는데요. 대통령님께서 작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과 러시아 간 유망한 협력 분야로‘9 브릿지’라는 구상을 제안하셨습니다. 분야 중에서 현재 한․러 관계가 가장 잘 발전되고 있는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분야에 더 집중해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통령님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과 러시아 간의 경제 협력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가운데에서 대표적인 분야로서 아까 말씀드렸던 철도, 가스, 전력, 항만, 또는 농업, 수산, 산업기지, 조선 등의 대표적인 아홉 분야를 ‘9개의 다리’라는 말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 한국은 그 사업들의 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 대통령 직속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에서도 극동한국투자지원센터, 한국투자자의 날 등에 플랫폼을 만들어서 러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 또 그리고 협력 사업들을 위해서 많은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통해서 양국의 경제 협력이 촉진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과 러시아 간에는 경제공동위원회가 활발히 가동(稼動)되고 있어서 아홉 개 다리의 협력 사업들의 발전을 위한 많은 MOU들을 이번 정상 회담 계기에 각국의 정부 부처와 정부 부처 간에, 또는 각국 기관 간에, 또는 기관과 기업 간에 체결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더 필요한 것은 아홉 개 다리별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빨리 만들어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러 경제공동위원회 액션플랜을 마련하고 있는데, 논의가 굉장히 많이 진전됐기 때문에 이번 9월의 동방경제포럼에서는 양국 간 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양국 간의 협력이 가속화되는 덕분에 작년도 양국 간의 교역액은 190억 달러 정도, 그 전년도보다 40%나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러 간의 경제 협력은 이제 시작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그렇게 실천될 수 있도록 푸틴 대통령과 진심을 다해 협의할 생각입니다.”
- 우리는 보통 정상에 오른 분들을 보면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대통령님도 그러한 분이신데요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대한민국과 러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 청년세대에게 조언과 격려의 말씀을 당부 드립니다.
“누구나 오르고 싶은 자신만의 산이 있습니다. 이 산을 찾고 도전하는 것이 청년의 권리입니다. 방황(彷徨)과 일탈(逸脫)도 괜찮습니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낼 수 있다면 시간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시대가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청년시대가 이끌어갈 미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도전의 경험 자체가 청년들이 가진 가장 큰 힘이고 자산이 될 것입니다.
청년들에 대한 조언과 격려만큼 기성세대들의 역할과 책임을 되새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마음껏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성세대들의 몫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상당히 많은 한국 국민들은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종교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인들의 정신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며 대통령님은 카톨릭 신자이신데 대통령님 삶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상은 어떠한지요?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보다 ‘평화’입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다행히 얼마 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한국 국민들의 평화를 향한 간절한 염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비롯해 이웃 국가들의 지지와 성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의 신앙심의 바탕에도 평화를 향한 마음이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한국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피난민입니다. 이웃을 잃은 우리 가족에게 성당 수녀님들이 사랑을 나눠주었습니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었고 평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고마움 때문에 어머니가 먼저 천주교 신자가 되셨고, 저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세를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웃 국가들의 지지와 성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마지막으로 러시아 국민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모스크바와 우리 서울은 아주 멉니다. 비행기로 9시간 정도 걸리는 먼 거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한국이 멀리 있는 나라처럼 이렇게 인식하기 쉬운데, 사실은 러시아는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바로 이웃나라입니다.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한국은 아주 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이 추구하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더 확대해서 동북아의 다자 평화 안보 체제, 더 나아가서는 유라시아의 공동번영, 평화까지 한국과 러시아는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양국의 인적교류가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러시아를 사랑하고, 러시아의 문화를 사랑하면서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민들께서도 한국을 더 가까운 나라로 생각해 주시고, 또 사랑해 주시고, 한국을 더 많이 찾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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