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북미정상, ‘비핵화‘ 아닌 ‘핵군축‘ 합의한 것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최근 서울을 방문한 폼페오 국무장관은 한국 기자들이 없는 외신기자들만의 자리에서 “2021년 1월에 끝나게 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한반도에서) ‘주요한 핵군축‘이 실현되기를 바라느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외신기자들은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한반도의 ‘핵군축‘임을 눈치 챈 것이다. 이는 노련한 기자들만이 가능한 예리한 상황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폼페오는 더 숨길 방도가 없다는 듯, “그렇다. 매우 확실하게, 정말로 그렇다. 우리는 2년 반 안에 그것(한반도의 ‘주요한 핵군축‘)을 실현하기 바란다”고 흔연스럽게 대답했다.
트럼프나 폼페오가 그간 한번도 ‘비핵화’ 아닌 ‘핵군축’을 언급한 적이 없는데 이런 질문과 답변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은, 북핵 문제를 깊이 들여다본 결과 만난을 무릅쓰고 45년이나 공들여 온 핵무기를 패전국도 아닌 북한이 다 포기할 수 없음을 미국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이 북미 전쟁에서 꼭 필요한 양만큼의 핵무기를 숨겨 놓고 완전 폐기했다고 오리발을 내밀 경우, 미국이 숨겨놓은 것들을 찾아낼 능력이 없는 터에 완전 비핵화란 결국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외신 기자들은 눈치 채고 있었음을 말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측이 그간 계속 ‘비핵화’만 주장한 것은 ‘주요한 핵군축‘ 보다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하는 편이 미국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호감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진도 8.8 수소탄 터지면 미국은 ‘끝장’
여기서 다시한번 북한이 거의 반세기에 걸쳐 개발해온 핵 위력을 정리해 보기로 하자.
북한이 작년 9월 3일 풍계리에서 마지막으로 실시한 제6차 핵(수소탄) 실험의 진도 규모가 서방 언론이 폄하해서 보도한 내용(진도 5.7, 추후 6.3으로 수정)과는 너무도 크게 동떨어진 8.8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실험장이 완벽한 특수물질로 둘러싸여 있다면 실제 진도보다 적게 나올 수 있다고 풀이한다. 그 실험 결과가 세계 최대 규모인 8.8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기자들 앞에서 밝힌 내용이다.
예상은 했지만 한미일 등 서방 언론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미국의 체면 때문인지 이 엄청난 트럼프의 발언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진도 규모로 보아 가장 위력적인 것은 러시아의 수소탄 ‘차르봄바’로 6.4였다. 그 다음이 미국의 6.3 순이다. 러시아의 차르봄바는 58메가톤(TNT 5,800만톤)의 위력을 발휘하는 무시무시한 핵탄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진도 8.8은 러시아와 미국의 것에 비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그 위력을 계산하면 500메가톤(TNT 5억톤), 러시아의 9배가 넘는 것이다.
이는 일본을 패전으로 이끈 히로시마, 나가사끼 원자탄의 2만5천배에 달한다. 진도 8.8 핵탄 한방이 미국 본토 중앙에 떨어지면 전체 미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최근에도 미국의 일부 기자들은 북한 군사력에 너무 무지해 ‘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저토록 저자세여야 하는가?’하는 우문을 던진다.
미국 관리들 중 북한을 가장 많이 안다는 전 국무부 대북 정책특별대표 조셉 윤마저도 싱가포르 북미정상 선언이 미국만 손해를 본 ‘항복문서‘라고 했음은 북한 군사력 관련 공부를 안 했다는 뜻이다. 사실상 트럼프는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큰 ‘이익’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조중동 등 극우 언론도 북한을 제대로 연구한다면, ‘트럼프가 전략자산을 동원해 북을 공격하면 만사가 해결된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우대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는 등 바보 같은 보도는 양산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대미 외교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두 차례나 평양에 온 폼페오에게 비공개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 무기 한 두 가지는 보여줬을 수 도 있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
진도 규모 8.8이라는 사실도 북한에 온 폼페오에게 북한이 슬쩍 귀띔해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없는 것을 있다고 거짓말을 한 예가 없다는 것은 ‘물밑접촉’ 등 대북 대화 창구에 근무한 대부분의 미국 대표들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기자가 제공한 북한 군사력 정보 믿어도 되나?”
그간 많은 독자들은 북한 및 러시아 관련 군사정보를 다룬 본란의 글을 보면서 ‘이게 믿을 수 있는 글이냐?’ ‘필자가 종북 아니냐?’ 등 의문을 품어 온 것으로 듣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북한의 군사 정보에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지닐 수 있는 당연한 의문이다.
다행히 독자 한 분은 최근 “그간 칼럼을 보면서 ‘기자가 실명을 사용하면서 어떻게 이런 허황된 글을 쓸 수 있느냐’며 의문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는데, 몇 년을 지나면서 그 글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서야 의문이 사라지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 책을 쓰고 있는데 그간 깜짝 놀랐던 북한 군사력 관련 칼럼 일부를 그대로 인용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해 왔다.
진실은 한 순간은 몰라도 영원히 감춰지지는 않는 법이다. 언젠가는 숨겨진 사실은 밝혀지고 마는 게 우리 인간사다. 기자가 실명으로 글을 쓰는 한 허튼 글을 쓸 수는 없다. 언론인들도 누구 못지 않게 자신의 명예에 예민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