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경제위기에 빠진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 카자흐스탄이 시장개방 확대로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세릭 주만가린 카자흐 국가경제부 산하 보호규제 위원회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2017년 1월 1일부터 국내에서 가격 규제가 폐지된다"고 밝혔다고 카진포름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주만가린 위원장은 "가격 규제는 각종 사업에 장벽이었다"고 강조하며 "가격 규제가 철폐되는 대신 시장에서의 독과점행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자흐 당국의 이번 조치는 앞서 발표한 세금제도 개혁 등에 이은 것으로 관리경제에서 자율경제로의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1991년 옛소련에서 독립한 카자흐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 연평균 9%대의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에 비해 국민소득 증가는 더뎌 정부는 각종 지원금과 가격 규제 등으로 시장을 관리하며 물가를 안정시켜왔다.
문제는 이 같은 관리경제 체제가 최근 저유가로 국가재정 수입이 악화하자 오히려 카자흐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국가 총 수출의 83.5%를 자원분야에 의존한 카자흐는 공산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물가안정을 위해 당국이 환율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고수하고 효율적인 시장통제를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로 외국기업 및 자본의 진출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유가급락에 그동안 원유수출 이익으로 조성한 국부펀드가 작년 말부터 지난 8월까지 67억 달러 감소하고 같은 기간 경상수지는 35억 달러 적자를 보며 관리경제 유지를 위한 정부 부담만 커졌다.
카자흐 당국은 이 때문에 재정지출 부담을 줄이며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늘리고자 시장개방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앞서 8월 카자흐 당국은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했으며 지난달에는 각 기업이 부담하던 직원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의 복잡한 세금구조 단일화와 모든 국영기업의 민영화 추진도 발표했다.
아울러 내달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는 카자흐는 금융, 관세분야 등에서도 자율경제에 맞는 제도 개혁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