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세로 경제위기에 빠진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 카자흐스탄이 위기 돌파를 위해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선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경제위기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모든 비효율적인 조세환경을 철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조세제도는 최적화되어야 한다"면서 현행 복잡한 세금구조를 3단계로 단순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각 기업이 부담하던 직원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내년부터 판매세로 통합되고 기타 세금도 단일화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그동안 복잡한 세금구조가 외국기업의 현지 진출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지적돼왔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확대를 위해 세금제도의 전면적인 수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또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에 대해서도 더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금융구조 개혁도 시사했다.
1991년 옛소련에서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이후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 연평균 9% 대의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금융권의 공공연한 '뒷돈' 관행으로 시중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30%를 넘어서며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국은 이에 지난해부터 2천500억 텡게(약 1조 4천억원)의 부실채권 회수 자금을 마련하고 은행들의 부실채권 정리를 독려해왔으나 아직 그 성과는 미흡하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카자흐스탄의 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태도는 "손실 확대와 자산비율 약화로 이어져 카자흐스탄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위기가 가속화되는 지금, 은행권의 만연한 부실과 비리만큼은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아울러 모든 국영기업의 민영화 추진도 밝혀 그동안 현지에서 외국기업의 진출이 제한적이던 자원분야를 개방할 것도 약속했다.
2014년 기준 국가 총 수출의 83.5%를 자원분야에 의존한 카자흐스탄은 최근 유가급락에 그동안 원유수출 이익으로 조성한 국부펀드가 작년 말부터 올해 8월까지 67억 달러 감소하고 같은 기간 경상수지는 35억 달러 적자를 봤다. 또 최대 교역국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며 러시아 제품에 경쟁력이 밀린 카자흐스탄 제품은 올해 들어 국내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 수는 86%, 올 상반기 대외수출은 73% 급감했으며 지난 8월 변동환율제 도입 후에는 저유가 지속과 러시아 경제악화로 달러당 자국 통화가치가 60% 폭락하는 등 환율위기까지 겹치며 카자흐스탄의 경제는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