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비만 인구 비율은 전 세계 최상위권이며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국가적 재앙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경고는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년 안에 국내 전체 성인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비만(obesity)’환자가 될 것이라는 상당히 충격적인 보고서까지 등장했다. 보고서를 중심으로 날이 갈수록 뚱뚱해지는 뉴질랜드 국민들의 비만 문제를 살펴본다.
<20년 안에 인구 절반이 '비만'>
이번 보고서는 오타고 대학의 로스 윌슨(Ross Wilson) 박사를 중심으로 국내 보건 전문가들이 정부의 공식 보고서인 ‘New Zealand Health Survey’와 기타 자료들을 토대로 작성했다.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총 7만 6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7월 4일 발간된 학술지인 ‘Australian and New Zealand Journal of Public Health’에 실렸으며 국내외 언론에도 그 내용이 널리 소개됐다.
보고서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변화가 가해지지 않은 채 추세가 이어지면 현재 32%인 국내 성인 비만 인구 비율이 20년 뒤인 오는 2038년에는 45%까지 치솟을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는 결국 성인 인구 두 명 중 한 명은 이른바 ‘과체중 (overweight)’까지도 넘어서는 ‘비만’으로 분류된다는 셈인데, 이로 인해 국가 보건 시스템에 가해질 충격은 가히 재앙 수준에 도달한다.
이번 조사처럼 비만 문제에 대한 각종 연구에서는 이른바 ‘체질량지수(體質量指, Body Mass Index, BMI)’라는 수치가 항시 등장한다.
20여년 전인 지난 1997년에 조사된 뉴질랜드인들의 평균 체질량지수는 26.4였는데 2015년에는 28.3으로 높아졌다.
이 추세가 그대로 진행되면 2030년 초반에는 평균 체질량 지수가 30.0 이상으로 높아지는데, 30.0은 뉴질랜드에서는 공식적으로 ‘비만’으로 간주되기 시작하는 수치이다.
▲ 비만 국가 상위에 오른 NZ(2012년 WHO 자료)
<'체질량지수'는 어떤 개념?>
비만은 큰 사회적 문제이자 개인적으로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만큼 이미 주변 많은 이들은 ‘체질량지수’라는 개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상식들을 가지고 있다.
‘체질량지수(BMI)’는 통상 성인의 비만 정도를 측정하고자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산출 공식은 BMI = weight(kg)/height(m²)이다.
이 지수는 계산이 간편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그러나 인종과 성별, 근육량, 유전적 원인 등 다양한 이유로 단순하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지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들도 쉽게 계산해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보건 분야의 일선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지수 중 하나이다.
현재 통용되는 기관별 BMI 기준을 보자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저체중’을 18.50 이하, ‘평균체중’은 18.50 ~ 24.99, 그리고 ‘과체중’은 25.00 ~ 29.99이며 30.00 ~ 34.99는 ‘비만’, ‘중증 비만’은 35.00 ~ 39.99, 나아가 40.00 이상은 ‘고도 비만’으로 각각 분류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한비만학회’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이와는 조금 다른데, 여기서는 ‘저체중’은 WHO와 같은 18.50 이하를 말하고 ‘평균체중’은 18.50 ~ 22.99, 그리고 ‘과체중’은 23.00 ~ 24.99로 잡고 있다.
또한 25.00 ~ 29.99를 ‘비만’, 30.00 ~ 34.99는 ‘중증 비만’, 그리고 35.00 이상을 ‘고도 비만’으로 각각 분류해 WHO 기준에 비해 특히 과체중 이상을 진단하는 기준점이 더 엄격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BMI 지수가 증가할수록 심혈관 관계 질병, 고혈압, 골관절염, 암, 돌연사 등 특정 질병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지며 BMI는 이런 질병들의 위험을 예고해 주는 여러 지수 중 하나이다.
그러나 BMI 자체가 발병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는 아니며 또한 수치가 보여주는 위험도가 과장됐다는 연구도 최근 연이어 나오고 있다.
특히 운동선수 등 근육이 많은 경우에는 지방과 근육을 구별해 계산하지 않으므로 과체중으로 판정받을 우려가 있으 며, 반대로 비만의 경우는 실제보다 비만도가 덜 나오게 되는 문제도 있다.
나아가 성별에 따른 차이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인종과 성별 등에 따른 기준표를 따로 참조할 필요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같은 BMI의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고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체지방 비율이 더 높을 가능성이 많다.
이에 따라 정확한 비만도 측정을 위해서는 체질량지수뿐만 아니라 허리둘레나 근육량 등을 포함해 측정해야 한다.
▲ 2015/2016년 오클랜드 성인 주민의 비만율
<인종별로 달리 나타난 BMI>
이번 연구에 활용된 기본 자료 중 하나인 ‘New Zealand Health Survey’자료에는 각 인종과 성별 BMI의 최근 통계가 수록됐다.
해당 자료는 ‘마오리(Maori)’와 ‘태평양계(Pacific)’, 그리고 ‘유럽계 뉴질랜더(New Zealand European)’로 구분 됐는데 유감스럽게도 아시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구분된 자료가 발표되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마오리 성인 남자는 평균 94.4kg의 몸무게와 176cm신장, 그리고 BMI가 30.5로 각각 나타났다.
한편 마오리 여성은 평균 83.4kg과 163.1cm에 BMI는 31.3 으로 조사돼 마오리계는 남성과 여성 모두 비만 기준을 이미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태평양계 남자는 102kg과 176.4cm에 BMI가 32.7, 그리고 여성은 98.4kg에 164.6cm의 키, 그리고 BMI는 36.2로 나타나 마오리보다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태평양 제도 주민들은 전부터 비만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아 관련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쿡 아일랜드가 성인 인구 비만률 50.8%로 1위인 것을 비롯, 나우루 45.6%로 2위, 그리고 사모아와 통가 역시 각각 43.4%와 43.3%로 세계 4위와 5위에 올라 있다. 반면 이른바 뉴질랜드 유럽계는 남자가 평균 86.7kg, 176.5cm, 그리고 BMI 27.8로 조사됐고 여자는 74.7kg과 163cm, BMI 28.1로 아직 둘 모두 비만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역시 과체중에 진입한 상황이다.
<인류 공통의 문제로 등장한 비만>
WHO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75년에서 2016년 사이에 지구촌에서 비만 인구의 비율은 3배나 크게 증가했다.
2016년 현재 18세 이상 세계 성인 인구의 39%에 해당하는 19억 명이 과체중이나 비만 인구인데, 이 중 세계 인구의 13%에 달하는 6억 5000만 명 이상이 비만으로 분류된다.
과체중과 비만 인구 중 남성은 비율이 39%, 그리고 여성은 40%로 나타났으며, 남성 비만 인구 비율은 11%인 반면 여성은 15%로 나타나 여성이 과체중과 비만에서 모두 남성보다 높았다.
한편 같은 해 5세 미만 어린이들 중 4100만 명이 과체중 혹은 비만으로 집계됐는데, 과거에는 잘사는 나라만의 문제로 치부됐던 비만 문제가 이제는 저소득 국가들로까지 번지는 추세이다.
실제 지난 2000년 이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5세 미만과 체중 혹은 비만 아동의 숫자가 50%나 증가했으며, 2016년 현재 이들 나이대의 비만 및 과체중 아동 중 절반 가까이가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또한 2016년 현재 5세에서 19세까지 아동 및 청소년 중 비만, 과체중 인구가 3억 4000만 명으로 조사된 가운데 특히 해당 나이대 전체 인구 중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1975 년에는 단 4%였던 것이 2016년에는 18%까지 급증했다.
특히 이 나이대에서 비만으로 그 범위를 좁히면 1975년에는 전체 대상 중 1%에도 미치지 못했던 비율이 2016년에는 1억 24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비만 문제가 예전보다 훨씬 더 이른 나이에 시작됨을 보여준다.
<비만의 사회적 비용 연간 10억불>
연구 주관자인 윌슨 박사는 이번 보고서에서, 비만 문제로 국가적인 ‘경고등’이 이미 켜진 상태이며 비만으로 인한 보건 분야 피해는 이미 담배로 인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향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면서, 사회적 보건과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에 지워지는 부담이 막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오클랜드 대학 보이드 스윈번(Boyd Swinburn) 교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6년에는 비만이나 과체중과 관련된 사회적 보건 비용이 연간 전체 보건 예산의 4.4% 수준 인 6억 2400만 달러였다.
그러나 스윈번 교수는, 현재는 ‘생산성 감소(lost produc tivity)’를 포함할 경우 그 비용이 연간 10억달러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 당연히 심장 질환을 비롯해 뇌졸중, 당뇨병, 척추 통증을 포함한 각종 질환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보건 비용 역시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설탕세 도입 등 시급한 종합대책 필요>
윌슨 박사와 함께 연구에 공동 참여한 오타고 대학 핵스비 애벗(Haxby Abbott)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유행병처럼 퍼지는 비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효과적인 공중보건 정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애벗 교수는 정크 푸드처럼 건강에 이롭지 못한 먹거리의 시장 판매를 제한하는 한편 좋은 먹거리들은 세금 정책이나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만 문제가 과도하고 불균형한 영양 섭취와 함께 움직이지 않고 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데 원인이 있는 만큼 사람들이 더 많이 움직이고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권장하는 정책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에 나온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인들은 하루 평균 4km에 가까운 4582걸음을 걷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미국인보다 192걸음이 적으며 세계 최고였던 홍콩의 6880걸음에 비해서는 확연히 뒤처진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그 자료도 믿을 수 없다면서, 흔히 직장까지 차로 이동하는 키위 문화가 전체 운동량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비만 인구 비율로 연계되면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외국의 ‘설탕음료세 (sugary drinks tax)’와 같은 정책은 일터에서 정크 푸드를 없앨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책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4월에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관련 제품 생산자들이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내용물에서 당 성분을 줄인 제품들을 생산하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 윌슨 박사는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가 점증하는 국내의 비만 문제를 놓고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는 한편, 이 문제에 대한 경고음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시급히 해야될 일들을 찾아나설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