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미국의 약속 파기 이번에도? 불안한 북한
▲ 필자 김현철 기자 |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02년 10월 21일, “북한편에서는 미국이 합의 파괴자”라는 제목의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카트먼은 “제네바합의문(1994년 9월 23일부터 23일 간 개최된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양국이 서명한 기본 합의문)의 내적 논리에는 북미 사이의 관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라고 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어쭙잖은 대북 적대 정책 때문에 합리적인 제네바합의가 파행으로 끝나고 만 것을 아쉬워하는 발언이다.
제네바합의의 주요 내용은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개발 동결대가로 1,000MWe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고 대체에너지로 연간 중유 연 50만톤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에 대해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완전 복귀와 모든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허용, 핵활동의 전면 동결 및 기존 핵시설의 궁극적인 해체를 약속했다.
제네바 협정 파기 등 ‘약속 깨기’에 맛들인 미국
그러나 북한이 곧 붕괴될 것으로 오판한 미국은 이를 파기했다. 그러자 북한은 또다시 핵무력 완성을 목표로 불철주야 핵무기 개발에 온 힘을 쏟아, 미국이 평소에 바라던 북핵 폐기는 오히려 더 멀어지고 말았다.
3년 후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찾아 왔다. 9.19 공동성명이다. 주요 내용은 제4차 6자 회담 중 2005년 9월 19일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IAEA로 복귀한다는 약속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 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 약속, 북미 간의 신뢰구축 등 약속을 이행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제 버릇 개 못 준다’ 했던가? 미국은 또 이 약속을 지키기 싫어서 바로 다음날인 9월 20일, ‘파기’를 위한 새 계략을 꾸몄다. 이번에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예금된 북한 돈 2500만 달러가 위조지폐로, 북한이 이런 식으로 돈세탁을 한다는 정보가 있어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거짓주장, 예금액 전액을 동결시킨 것이다.
결국, 미국은 조사가 끝나기도 전인 9개월 후 북한을 위조지폐 제조국이라는 누명을 씌워 5개의 다른 공동 서명국들을 무시한채 9·19 공동선언을 파기해버렸다.
기가 막히는 사실은, 조사 결과 그 정보가 오보였다며 훗날 미국이 압류한 돈 전액을 풀어주면서도 9·19 공동선언은 파기 전으로 돌려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짜 정보 조작 목적이 9·19 공동선언 파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후 미국은 계속 북한을 ‘위폐제조국’이라며 순 억지 오명을 유지시켜 나갔다.
9·19 공동성명이 파기되자 북한은 또 다시 미국의 지속되는 적대시 정책에 맞서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시간을 벌었고, 결국 2006년 10월 4일 핵시험을 단행, 핵보유국임을 실증했다.
미국으로서는 이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호미로도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을 이제는 가래로 해결’하기 힘든 자승자박의 길을 택한 것이다.
시카고 대학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를 비롯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제 북한은 연 3~4%의 성장률로 경제구조 자체를 자립경제로 전환시켜 앞으로는 어떤 제재에도 끄떡하지 않을 경제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또 언제든 김정은 위원장의 명령만 떨어지면 최소형 수소탄 여러 기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상에서, 또 중단거리탄도미사일은 미국 해안 가까이서 잠수함을 이용해 발사하는 시험이 바로 실행되도록 준비되어 있다.
‘반 트럼프 언론’에 흔들리는 폼페오… 정상 간 신뢰관계는 ‘든든’
그렇다면 이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 선언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것일까?
북미정상회담 공동선언 내용의 골자를 쉽게 풀이하면, 1, 2항의 경우, 미국이 북한에 적대시정책 폐기, 종전선언-평화협정체결-정식수교 등을 하고, 3, 4항은 북한이 판문점선언을 바탕으로 ‘한반도 완전 비핵화’에 노력하고 미군 유해송환을 즉각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 외무성 담화문을 보면, 미국의 군산정 복합체 및 반트럼프 세력이 사실무근한, ‘비핵화와 역행하는 북핵 실험장 확장’ 등의 가짜뉴스를 조작하고, 자기네 말을 잘 듣는 언론을 이용하여 북미 대화의 판을 깨려는 불순한 행동을 폼페오가 알면서도 그들의 입김에 흔들린 듯한 자세를 취했다.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제네바합의, 9·19선언 등 북미 관계를 악화시킨 전 행정부의 실수를 어리석게 또다시 재현한 것이다.
그는 종전선언 문제에 대한 발언은 일체 없이, 북한만의 ‘비핵화 일정’만 일방적이고 무례하게 요구, 북한이, 미국은 “강도적(강도 같은)”이라는, 북미정상회담 후 전례 없는 단어를 구사하도록 행동했다. 사실, 똑같은 모욕을 세번째 당한 북한이라면 “강도”라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한 듯 싶다.
그런데, 한국 언론이 더 문제다. 대부분의 미국 언론이 국익도 아닌, 군산정복합체의 입맛에 맞추려고 반트럼프 논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면서 한국 언론은 김 위원장의 친서 공개를 비난한 미국 언론의 반트럼프용 보도를 무작정 베껴 쓰며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 통일 후 역사가들은 이런 얼빠진 한국의 ‘숭미’와 ‘숭악‘(검은 세력을 숭배하는) 언론을 뭐라 평가할까?
북한의 “강도 같다”는 대미 강경 담화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언론 등 반트럼프 세력의 북미대화 망가트리기용 공격(비핵화 일정도 없다는 등)에 대한 대답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 북미 간 아무 일이 없이 만사가 잘 풀리고 있다며 트럼프 특유의 너스레로 일단 불을 끈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김정은은 문재인의 두레박으로 이제야 겨우 우물물(대화)을 퍼 올렸다. 누가 뭐래도 두 정상 간 신뢰는 돈독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숭늉(한반도 평화)을 마시게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