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시간 틈 타 ‘전기공급 중단’ 협박 … 선불카드 결제 요구하면 무조건 ‘사기’
전화사기가 다시 극성이다. 전기세를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고 협박해 현금을 갈취하는 수법은 수년째 그대로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바쁜 영업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당장에 전기가 끊기면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당혹감을 이용하는 것이다.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 모씨의 경우도 그랬다.
“전기세를 냈다”며 이 씨가 반박하자, 전화를 건 사람은 “우리 기록엔 미납된 것으로 나오니, 일단 현금카드를 이용해 돈을 낸 후 지불내역이 확인되면 크레딧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 다음달 금액에서 10%의 할인까지 해주겠다”고 현혹했다. 물론 “지금 내지 않으면 1시간 안에 전기가 끊긴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이 씨는 “세탁소 전기가 셧다운 되면 당장에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전기차단부터 막고난 후에 크레딧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다급한 심리를 이용한 보이스 피싱 전화 한 통으로 이씨는 1,000달러에 달하는 돈을 사기당했다.
사기범들은 평소 업소에 가장 많은 손님이 출입하는 시간까지 거의 정확하게 파악하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도넛샵은 아침 7시부터 9시 사이에, 음식점은 12시에서 2시 사이에, 컨비니언 스토어는 오후 6시 즈음에 전화한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게 돼 급한 마음에 돈부터 지불하려는 업주들의 심리를 극대화시키려는 심산이다.
전화번호 확인까지 시켜주는 시스템도 갖췄다.
텍사스주 덴튼에서 비어&와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지난해 연말, 덴튼시청의 전기공급 중단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전기세가 체납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최 씨가 “이번 달에 내야 할 세금 고지서를 며칠 전에 받았는데 지난달 밀린 잔액이 0으로 되어 있고 이번에 내야 할 금액만이 청구됐다. 미납금이 없다는 뜻이 아니냐”며 따져 묻자 상대는 “우리는 전기중단 서비스를 할 뿐이니 체납액 확인은 덴튼시에 직접하라며 1-877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와 교환번호를 알려줬다.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하니 “City of Denton”이라며 어떤 남성이 전화를 받았고, 상황을 설명하니 담당자를 바꾸겠다며 또 다른 상담원을 바꿔주기까지 했다.
이들은 최씨의 주장에 “자신들의 데이터에는 체납된 것으로 나온다”며 “전기세를 낸 후 체불금액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차후에 돈을 돌려주거나 다음달 전기세를 고지할 때 크레딧으로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최씨는 전화를 끊은 후 전기세 고지서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이스 피싱’임을 확인, 다행히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업시간 중에 갑자기 전기가 끊길 수 있다는 불안감에 빠지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고 회고한다.
보이스피싱은 특히 연말에 더욱 기승을 부린다. 전기세, 국세청, 전화세, 개스비 등 사칭하는 공공기관도 다양하다.
그러나 수법은 매우 간단하다. 돈을 내지 않았으니 바로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협박이 전부다.
돈을 요구하는 수법도 똑같다. 근처 월마트나 CVS에서 그린닷(Green Dot), 머니팩(Money Pak) 등의 선불카드를 구입하여 Conformation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전기요금 미납을 빌미로 한인들의 주머니를 터는 전화사기는 비단 달라스에 국한된 건 아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전기 끊겠다, 돈내라”는 전화사기는 시카고, 남가주, 시애틀, 북버지니아, 워싱턴 DC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성행중이다.
전기세 체납을 이용한 보이스 피싱은 특정한 전력회사에 가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무차별적으로 한인업주들에게 전화를 건 뒤 ‘걸리면 한탕’이 되는 식의 ‘막가파 피싱’이다. 따라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러한 유형의 보이스피싱이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항은 전력회사들은 전기요금이 체납됐다고 해도 사전 공지없이 전기를 끊거나 프리페이드 카드로 체납된 돈을 납부하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뉴스넷] 최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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