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NC TV >,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과 외교부, 산불피해자 도움에 무책임' 질타
▲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
(샌프란시스코=코리아위킅리) 김명곤 기자 =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과 외교부가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의 긴급 도움 호소 전화를 받고도 긴급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미주 인터넷 방송 < JNC TV >는 캘리포니아 산불로 피해를 입은 한인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재난 발생시 초기 대처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하여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 JNC TV >에 따르면, 지난 8일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로 긴급 대피한 K씨는 산불이 크게 번지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10일(토)부터 12일(일)까지 연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영사관은 자동 전화 시스탬을 통해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라는 메시지와 긴급 전화번호만을 알려주었고, 그나마 13일(월)도 미국 재향군인의 날로 휴무여서 연락이 닫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희한한 일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산불 피해 도움 요청을 SNS를 통해 접한 사람들 가운데 A씨가 한국 외교부에 연락을 했는데, 외교부 영사 콜센터 직원이 ‘피해자(K씨)와 어떤 관계냐? 영주권이 있는 분이냐?’ 등의 질문을 한 후 한참 후에 "현지 영사관에 전화해보니 현지 재외국민 피해 사실 없다고 한다."라면서 '미국 현지인들도 개별적으로 움직인다더라'고 현지 영사관 직원의 말을 전하고 "현지에서 직접 영사관에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
이밖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B씨와 C씨 등도 12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었으나 무응답이었고, 화요일인 13일에서야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A씨는 외교부와 영사관이 SOS 요청 무시 등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과 관련하여 "담당 공무원 모두를 해임해야 한다"며 외교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근무 자세를 비판했다.
다음은 < JNC TV >의 보도 내용이다. 일부 표현을 수정한 채 전문을 공개한다.
재난 사흘째인 10일부터 12일까지 휴일이라며 공식 업무 안 해
< JNC TV>는 캘리포니아 산불로 피해를 입은 한인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재난 발생시 초기 대처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캘리포니아 산불 발생 초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는 얼마나 안전한 사회가 되었는지, 그리고 구조적이고 정책적인 면에서 반드시 개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취재했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11월 8일 목요일 새벽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로 여섯 시간 내 거리의 모든 학교에서 수업이 중지되었고 엄청난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한 대형 화재였다.
11월 8일 한인 K 씨는 산불 속에서 가까스로 탈출해서 대피했지만, 8일과 9일이 지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황이었다. 호흡이 곤란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설 수 없었고,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픈 상태였다고 한다. K 씨는 이러다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10일, 11일, 12일 계속해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안타깝게도 10일, 11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이고, 12일은 재향군인의 날, 즉 '베테랑스 데이(Veterans Day)’ 공휴일이어서 영사관 공식 업무는 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업무시간 이후 영사관에 전화를 하면 아래와 같은 자동응답 메시지가 뜬다.
"안녕하세요 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입니다. 지금은 업무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총영사관 근무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사건 사고 등 긴급상황 발생시에는 전화 000번, 또는 000번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산불 피해자 K 씨는 정신이 워낙 없었던 상태라서 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자동 응답이라서 중간에 끊은 것으로 보인다. K씨는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계속 영사관과 연락이 안 되자 생명의 위기를 느끼면서 SNS와 전화로 영사관에 연락해 달라고 사방팔방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에서 재난 구조의 일차 책임은 미국 기관이 담당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영사관의 역할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국가 재난시는 영사관이 비상 근무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엔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하며, 미국에 있는 영사관은 한국을 대표해서 있는 정부 기관인데, 자국의 국민들이 큰 재난에서 고통받는 그 순간에 사흘이나 되는 휴일을 모두 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JNC TV 취재 결과, 산불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영사관에 도움 요청을 한 사람은 확인된 사람만 총 3명이며, 더 있을 수도 있다. 그 세 명 중 가장 최초로 연락한 사람은 A 씨다. 놀랍게도 SNS에서 도움 요청을 본 한국에 거주하는 A 씨가 한국시간으로 11월 12일 오후 1시 34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는 11월 11일 오후 6시 34분에 외교부로 전화를 걸었다.
110번을 눌러서 정부 통합콜센터로 연결이 되었고, 여기서 다시 안내를 받아서 (02 2100 2114) - 정부 서울청사 자동안내 시스템으로 - 다시 안내받아서 (02 3210 0404) 외교부 영사 콜센터와 통화했다고 한다.
A씨는 ‘피해자가 화재로 집을 잃고 길거리로 나와서 계속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외교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와 어떤 관계이냐? 전화번호를 아느냐? 영주권이 있는 분이냐?’
▲ 피해자 도움 요청에 대한 영사관과 외교부 대응 진행일자 |
샌프란시스코영사관, 대응 메뉴얼 요청에 "비밀문서라 공개 어렵다"
당시 외교부의 반응에 대해 A 씨의 증언을 한 번 그대로 옮긴다.
“긴급상황인데도 외교부와 영사관은 그 피해자가 영주권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묻고 그런 문제에 집중하기에 반말로 소리 지르고 호통치며 싸웠습니다. 그러니까 그제서야 현지 영사관에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다시 보고 받기를 원하느냐 물어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다시 온 답변은 현지 영사관에 전화해보니 현지 재외국민 피해 사실 없다고 한다는 X같은 보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영사관 직원이 미국 현지인들도 개별적으로 움직인다고 하면서, 현지에서 직접 영사관에 전화해 달라고 말한 것을 외교부 직원이 A 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A 씨는 이렇게 심경을 표현했다.
“캘리포니아 산불재해 피해자에 대한 SOS 요청 무시 등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외교부와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최전선의 영사관은 이 사태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고 관계 공무원들은 모두 책임지고 해임 처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생명의 위기를 느끼는 긴급 상황에서 영주권 유무 확인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가령, 물에 빠진 사람을 봤을 때, 그 사람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 먼저 따져보고 구조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상관없이 일단 구조부터 하는 게 순리이다. 또한, 재난 위기상황에서는 그런 확인은 무의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 거주하는 한 재외 동포 가족이 변을 당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 가족 중에 어느 분은 미국 시민권이 없고, 어느 분은 미국 시민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중에 한국 국적을 가진 분만 골라서 구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점은 외교부에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직접 전화를 했음에도, 구조 요청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긴급 조치가 없었다. 그리고 영사관도 그런 연락을 받았으면 피해자를 찾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반대로 피해자에게 영사관에 연락해 달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지금 피해자가 영사관에 연락이 안 돼서 다른 사람이 대신해서 연락이 된 상황을 생각한다면 어이가 없다. 만약 피해자가 통화 불가능한 불능의 상태라면, 저런 답변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영사관에서 긴급한 재난 상황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외에도 외교부나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연락을 취한 다른 사람들이 또 있다. 이 소식을 들은 LA 인근에 거주하는 B 씨가 12일 LA 영사관에 구조 요청을 위해 전화를 했다. 월요일이 휴일이라 자동 응답이 되어 있어 전화를 끊고, 13일 다시 LA 영사관에 전화를 했으며, LA 영사관에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이 내용을 전달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거주하는 C 씨도 12일 영사관에 구조 요청을 위해 전화를 했다. 역시 월요일이 휴일이라 자동 응답이 되어 있어 C 씨도 중간에 전화를 끊고, 13일 다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전화로 영사관에 이 내용을 전달했다.
13일이 돼서야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서 피해자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물론 이날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는 못했고, 통화는 수요일에서야 이루어졌다.
일요일 외교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접수가 된 상황인데, 피해자에게 화요일 날이 되어서야 연락이 되었다는 것이 정말 의아하다. 피해자는 산불 발생 중에도 셀폰을 바꾼 적도 없고 같은 번호로 계속 휴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만일 한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SNS를 이용했다면, 찾는 것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JNC TV는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재난 대응 매뉴얼에 대해 문의를 했다. 영사관 측은 비밀문서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했다. 이 매뉴얼의 존재 여부에 대해 미국에서 취재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한 언론사를 통해 <재외국민 재난지원 관련 매뉴얼>유무와 그 내용을 확인 중이다.
요즘같이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국민들도 보고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해서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 국가에도 이롭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가는데, 국가기관의 재난 대응 문제에 있어서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 현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피해자, SNS에 체험기 올렸다 '2차 피해'
피해자는 현재 안정을 찾고는 있지만, 산불로 심리 쇼크를 크게 받은 상태이다. 때로는 산불 속에서 혼자 살아남아 왔다는 죄책감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사정을 SNS에 올렸다고 주변에서 공격을 하여 2차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총영사관이나 한국 정부의 재난구조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거나 올리지 말아달라”고 피해자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피해자가 산불 피해당한 것에 대해 침묵을 지키라는 압박도 여러 곳에서 받았다고 한다.
재난 피해자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오히려 이런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재난 관련 정책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