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간지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회견
러시아 일간 콤메르상트가 지난 6일 5면에 우윤근 주러시아한국대사와의 특별회견문을 실어다. 미하일 코로스티코프 국제부 차장이 작성한 인터뷰 전문을 소개한다.
- 대사님은 처음으로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대한민국 국회 사무총장이라는 고위직에 있다가 대사로 임명되었는데, 대사로 발탁(拔擢)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미 아는 바대로 저는 직업 외교관이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러시아 대사로 임명을 받고 처음엔 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고 사양 의사를 조심스럽게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께서 훌륭한 대사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임하는 국가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으로 20년을 활동했고 또 1년 반 기간의 국회 사무총장, 대표적인 정당의 원내대표와 국회 법사위원장 등을 역임했기에 대통령께서 법무부 장관이나 도지사직을 맡기실 수 있지 않나 생각했는데 전혀 뜻밖에 러시아 대사로 임명 받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부터 러시아 문화와 러시아 고전 문학을 특별히 사랑했고, 20년 전에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 법률 고문으로 일했으니 러시아와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도 수학을 했었다. 따라서 러시아 대사로 본인을 임명하신 것은 한러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더하자면 한국 정부의 의전 상에 변화가 있었다. 한국 내의 의전 관례상으로는 주미 대사가 의전서열 1위인데 대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주러시아 대사가 의전서열 1위가 되도록 배려하셨다.”
- 기자의 한국인 친구들은 대사님이 한국에서 유명하고 강력한 정치인이었다고 자주 말하고 있다. 주러 대사 임기를 마친 후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을 다시 이어나갈 계획은 없는가?
“한-러 경제협력 ‘9-Bridge’ 프로젝트의 실현과 내년도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 준비 등, 본인에게 맡겨진 많은 중요한 사명들이 있기 때문에 현재는 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대사직 퇴임 후를 생각할 만큼 한가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러 관계 발전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러시아 측에서는 2018년 동방경제포럼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낙연 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에 꼭 참석하고 싶어 했지만,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개최 준비와 북미정상회담 성사 협력 등의 중요한 일들로 참석하지 못했다. 동방경제포럼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올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 시에 한국과 러시아의 두 정상들은 매우 다양한 분야별로 협력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했다.”
- 한국과 러시아가 주력하고 있는 경제협력 ‘9-Bridge’ 구상에 대해 최근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는 «구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구상의 실행 과정에 대해 말할 것이 있다면?
“양국 부서들이 이미 이 구상을 실행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수립했고 내년 초 트루트네프 부총리와 한국의 신임 북방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체결할 예정이다. 주요 성과에 대해 언급하자면 철도, 가스 및 전력 분야에서 한러 실무팀들이 현재 공동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인프라 면에서는 한국 측이 극동 슬라뱐카 항만 개발에 대한 기술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조선 분야에서는 한국의 삼성중공업과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가 이미 극지용 셔틀유조선의 공동 건조 등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올해 양국38개 영농기업이 참여한 한-러 농업비즈니스 대화가 개최되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제1차 한러지방협력 포럼이 개최되어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 주지사들과 한국의 도지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본인도 주러대사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특별히 문재인 대통령께서 포럼 개막식 축사를 해서 의미가 컸었다. 최근 지방정부 차원에서 양국 협력이 특히 활발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 '9-Bridge' 액션플랜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협의를 통해 정하고 있다. 액션플랜 서명이 이루어지고 나면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들이 공개될 것이다. 이 액션플랜을 기초로 한-러 양측이 더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발굴(發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2018년 전반기에 러시아와 중국의 교역량은 30%, 일본과의 교역량은 19% 증가했는데 러시아와 한국의 교역량은 총 7.6% 증가했다. 양국의 교역량이 아주 활발하게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기서는 기간별로 대비해 보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원년인 2017년에는 한-러 교역량이 급격하게 성장하여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동기간 러시아와 중국의 교역량 증가율은 35%, 일본과 러시아의 교역량 증가율은 14%였다. 다소 조정국면에 들어갔던 올해 전반기의 경우 성장률이 아주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금년 한 해 교역량이 2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국과 러시아가 서비스와 투자 분야 FTA를 체결할 것이라는 보도가 얼마 전에 나왔었는데 현재 어떤 단계에 와있는지?
“서비스 및 투자 분야 FTA 체결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려면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에서는 정부와 국회서 이 절차가 마무리되었고 현재 러시아가 국내 절차를 완료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 국내절차가 조만간 완료된다면 내년 초 공식적으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유라시아경제연합과 FTA 상품분야 협정을 체결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 서비스 및 투자 FTA는 포괄적 FTA를 체결하기 위한 첫 단계인데, 러시아는 현재 자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우려 때문에 포괄적 FTA 체결을 두려워하는 입장이라는데?
“그렇다. 보통 상품 분야에는 어느 정도 다양한 고려사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및 투자 FTA 체결이 상품 분야 FTA 체결의 촉매제(觸媒劑)가 될 것이다. 상품 분야 FTA 체결에 일정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를 체결할 경우 양국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서비스 및 투자 FTA 체결이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있는가?
“우선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착수하게 되면 협상 진행 과정에 따라 다음 진행단계도 보다 명확해 질 것이다. 모든 것이 잘 된다면 내년에는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일전에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아직 협력 재개를 결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이 무엇이며 협력 재개 가능성이 있는지 말해 달라
“이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관련되어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 분위기가 존재하는 가운데 간접적이라도 기업들의 결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지지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들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가 민간 기업들에게 투자하기에 아직 완벽하게 편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투자하라고 제안할 수는 없을 것이다.”
-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유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
“이 프로젝트 투자와 관련된 전반적인 주변 여건들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현 국제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투자를 한 기업들에 대한 직간접의 제재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포괄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정부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 최근 수개월간 러시아와 한국은 대북 제재를 어느 정도 완화하고 북한과 경제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을 찬성하고 있는데, 양국이 국제 사회의 입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보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제재 해제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제사회가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노정에 들어섰다고 인정해 줄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 한국정부가 새로운 남북관계발전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과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교류 분야 발전이다. 첫째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과 정기적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스포츠 및 문화 협력 등이다. 이미 철도 연결에서도 진척이 있다. 최근 한국 열차가 비무장지대를 넘어서 북한으로 출발했고 북한의 철도 상태에 대해서도 실사를 했다. 이를 위해 유엔은 사전에 철도 공동 조사 작업을 제재 목록에서 제외해 주었다. 가까운 시기에 남북 철도 연결 착수식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세 차례의 만남을 통해 남북의 정상들은 남북관계를 다방면에서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으며 그 주요한 이행성과들이 비무장지대 GP시범철수, 남북철도연결 공동조사, 인도주의적 사업들과 문화스포츠 행사의 공동 개최 등이다.”
- 가까운 시일 내에 한반도 전체를 통과하는 열차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우선 철도 상태를 조사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천도 필요하다. 이러한 여건들이 조성되면 수년 안에 기차가 오갈 것으로 기대한다.”
- 현재 비무장지대에서 GP 철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남북 관계 화해 기조(和解 基調)가 얼마나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지?
“이 작업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시행되고 있다. 11개 GP 철거에 관한 합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GP철거 후 군사시설 검증 작업이 시행될 것이다. 남북이 이러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신뢰관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우발적 충돌 위험이 감소된다. 따라서 이는 남북 모두에게 매우 좋은 신호이다.”
글 미하일 코로스티코프 | 콤메르상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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