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안제현 안무가는 10월 8일 라 로셀에서 열리는 « Ici en Corée »페스티발에 참가한다.
안제현 안무가를 만나본다.
● 프랑스는 언제 오셨고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2010년 프랑스로 이주하여 현재는 주프랑스 한국문화원과 Collège Janson de Sailly, Collège Gustave Flaubert에서 아틀리에 강사로 한국무용을 지도하고 있어요. 유럽 국가에서 진행되는 한국무용 워크샵 강사로도 일하고요.
그리고 Association.OULIME(한불공연예술단)예술감독, Art groupe AN 대표로 전통국악 공연뿐 아니라 국악과 클래식을 접목한 음악과 무용 공연을 통해 전 유럽 각지를 돌며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 한 평생을 무용과 함께 하시는데 안무가님께 무용이란 무엇인가요?
제게 무용이란 나의 살아온 흔적이며 내 존재의 이유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무용을 시작하여 한국의 교육을 그대로 흡수해 온 저로서는 무용 이외의 다른 것은 생각해 볼 수가 없어요. 무용을 통해 성장하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는 저의 삶이기도 하니까요.
● 프랑스에 오게 된 동기는?
2007년 프랑스의 예술가들과 공동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들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의 공연들이 제재가 많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갈등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예술가로서 나의 철학과 생각을 오롯이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던 욕심으로 큰 용기 내어 프랑스에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이곳에 와서 2007년 “나는 배고프다” 창작무용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는 해마다 창작 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 유럽에서 활동하며 느끼는 특별한 점은?
요즈음 한국에서도 전통문화를 알리는 공연들과 행사들이 늘고는 있지만 항상 새로운 것과 트렌드에 대한 반응도가 높은 탓인지 전통문화공연들이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지요. 한국 전통춤의 춤사위를 구사할 줄 아는 한국인들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예술가들은 ‘전통의 현대화’를 내세우며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험적 무대를 펼치고 있지만 ‘오늘날의 시선으로는 낡고 촌스러워 보이는 전통 춤사위를 무대나 의상을 세련되고 미니멀하게 꾸미는 것’ 정도로 그치기도 해요. 저는 전통의 현대화보다는 전통의 본질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이 전통을 고수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곳이어서인지 공연을 할 때면 관객들을 통해서 느끼는 점도 많아요. 처음 경험하는 한국의 전통문화공연을 대하는 태도와 아낌없는 기립박수의 갈채를 보내는 이들을 볼 때마다 놀라고는 합니다.
한국에서 살풀이 춤 공연을 할 때 초입 2~3분간은 집중하다 지루해하는 이들이 많은 반면에 유럽 관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집중도가 높아지고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요. 그래서 제가 추는 한국 춤이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도록 하기 위해 책임 있는 무대를 만들려고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라로셀에서 열리는 « Ici en Corée »페스티발에서 선보이는 공연은?
10월 8일 18:30에 ‘Maison de l’étudiant - Espace culture de La Rochelle Université‘에서 저와 함께하는 ‘울림’이 “영혼의 꽃, 리진”과 세상과의 이별을 주제로 한 “여전히 날이 좋다”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영혼의 꽃, 리진”은 2015년 National de la céramique de Sèvres 박물관에서 30분을 담아 초연한 이후에 파리 기메 박물관 초청을 받아 1시간 20분의 대작으로 공연을 했어요.
2017년 포르투갈 리스본 동양박물관(Museu do oriente)&주리스본 한국대사관 주관 주최 초청공연을 했는데 2019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Théâtre No’Hma Teresa에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영혼의 꽃, 리진”은 조선 초대 프랑스 공사와 조선 무희의 실화를 바탕에 두고 만든 작품입니다. 국악과 클래식,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어우러짐으로 유럽인들에게 시대적인 아픔과 그들의 슬픔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고 만든 작품입니다. 매번 공연 할 때마다 관객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퍼하며 아낌없는 기립박수와 찬사를 보내줍니다. 그만큼 저도 애착이 많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공연은 계속 이어지시겠죠?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네. 10월 25일에는 불가리아에서 공연이 있고 12월 14일과 15일에는 파리 기메박물관에서 공연이 있습니다.
“한국무용이란 무엇인가?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유럽인들에게 한국적이란 무엇인가? 한국무용의 경계를 넓히는 작업은 무엇인가?” 스스로 제게 던지는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항상 고민하며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길에서 유럽인들에게 한국전통의 본질을 알리는 데에 우선을 두고 우리 문화의 깊이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로인해 더 많은 우리 국악인들이 유럽에 진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한국의 예술가들을 유럽에 소개하고 유럽의 예술가들과 한국 예술가들의 공동작업 기회를 만들어 양국 예술가들 간의 문화 교류를 통해 보다 한국예술을 퍼뜨리고 싶은 꿈에 요즈음 조심스럽게 작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여주는 단발성의 공연이 아닌 유럽인들의 관심도가 증폭되어 한국문화예술이 유럽에 퍼지는 그 날을 꿈꾸어 봅니다.
안무가 안제현은 한국전통무용을 만 네 살에 시작해 이길주(국가무형문화재 제47호 호남산조춤 예능보유자), 고 이매방(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 고 배명균에게 사사받았다.
익산시립무용단 창단멤버로 무용단원 및 지도를 역임했으며 전라북도 도립국악원 무용단원, 사단법인 리을무용단원과 문화원장, 사단법인 한국전통문화원단원으로 활동했다.
전라북도 김제무용협회 부지부장으로 일하며 사라져가는 지역민속춤 발굴과 시민들을 위한 무용공연 기획을 하였으며, ‘휘’댄스컴퍼니 대표로 궁중정재부터 전통춤과 현대춤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AK Dance Center 원장으로 20년 남짓 한국무용계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