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창현대표 ‘北불교강연’
새터민 주민들도 참석 눈길
“달라진 북녘 모습이 너무 놀랍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불자들이 통일의 가교(架橋) 역할에 적극 나서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새해들어 첫 방북강연회를 1월 19일 경북 구미에서 가졌습니다. 제가 북녘땅을 다녀온 이래 총 33번째 강연이지만 이날 강연은 좀 특별했습니다.
북녘 불교를 주제로 한 국내 1호 강연이자 보수분들이 많이 사는 경상도에서 열린 첫 방북 강연회였기 때문입니다.
그간 국내에서 가진 강연은 주로 서울 일원이었고 지방은 전주와 광주 남원 등 전라도와 춘천, 정도였습니다. 물론 제가 하는 강연은 전혀 정치색이 없지만 ‘北바로알기’라는 타이틀을 달았기에 북에 대한 편견과 악의적 왜곡에 휘둘리는 분들은 거부감을 갖기 쉽습니다.
특히나 영남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의 텃밭이고 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분들이 많아 이같은 방북강연회가 다른 지역보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구미는 박정희의 고향 이기도 한만큼 방북강연회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하필 구미에서 강연을 하게 된 것은 이곳 마하붓다사의 주지 진오스님과의 인연 덕분입니다. 진오스님은 가사 등 법복(法服)을 입고 염주(念珠)를 두른채 ‘달리는 탁발 마라토너’로 유명합니다.
군 법사 시절 교통사고로 한 눈을 잃는 큰 일을 당했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더욱 불법에 매진하고 특히 마라톤을 달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어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2013년경 스님이 일본 열도를 달리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것을 알게 되어 기사를 쓰며 인연을 맺었습니다. 진오 스님은 수년전부터는 베트남의 어려운 마을을 위해 해우소(화장실) 짓기 캠페인을 벌이며 베트남 종주 마라톤을 하고 있습니다.
진오스님의 특별한 마라톤에 뉴스로 필진 강명구 선생이 귀국후 몇 차례 함께 하면서 두겹 세겹의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아다시피 강명구 선생은 2015년 최소한의 생존장비를 실은 특수유모차를 밀면서 ‘나홀로 미대륙 횡단 마라톤’을 완주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2017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는 세계 최추로 유라시아대륙 1만5천km를 마라톤으로 달리는 위업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서울에 와서 강명구 선생과 점심을 하면서 진오스님이 올해 2월부터 미대륙을 탁발마라톤으로 달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요. 다음날 스님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제가 북녘사찰과 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강연을 하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초청해주셔서 19일 법회일에 귀한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하붓다사는 구미역에서 2.5.km 떨어졌는데 주변에 진호스님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도 있어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어려운 한부모가정 등을 돕고 있다고 하더군요.
3층 법당에서 예불을 드렸는데요. 삼귀의(三歸依)를 색소폰 연주로 진행하는 모습이 아주 이색적이었습니다.
예불을 마치고 스님의 법문 대신 ‘통일기러기’ 로창현의 ‘북녘 사찰과 불교문화 이야기’ 한마당이 시작됐습니다. 이날 강연은 불교 케이블TV BTN의 황성한기자가 직접 취재하는 등 관심을 보였습니다.
북녘엔 해방전만 해도 600개 넘는 사찰이 존재했지만 6.25이후 미군이 엄청난 폭격으로 산중 사찰까지 70%가 파괴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현재는 약 60여 곳이 남아 있는데요.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과 고려의 수도 개성이 있으니 얼마나 많은 유적지와 국보 문화재들이 있었겠습니까.
전쟁 이후 북에선 많은 사찰들을 복구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습니다. 불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같이 하는 민족종교이고 불교 문화와 역사는 우리 전통이요, 역사이기도 하니까요.
90년대 이후엔 남북 불교의 교류로 조계종단이 나서 단청 칠 등 지원 사업을 벌였고 법타 큰스님같은 분은 수십차례 북을 방문하여 북녘 사찰이 활성화를 도왔고 사리원같은 곳엔 금강국수공장을 세우는 등 적지않은 기여(寄與)를 했습니다.
이번 강연에선 백범 김구선생이 젊은 시절 2년간 승려생활을 한 평양의 법운암을 비롯, 북녘의 최대 종찰 묘향산 보현사, 평양 외곽의 동명왕릉을 수호하는 정릉사,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절 아도화상이 창건한 한머리땅 최초의 사찰 광법사, 남과 북에서도 가곡의 무대로 잘 알려진 정방산 성불사 등 5곳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소개하였습니다.
북에도 명산(名山)마다 어김없이 고찰(古刹)들이 있고 불교가 민족종교로서 동질감을 갖고 있는만큼 불자들이 남북 화합과 평화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얘기에 참석한 분들이 적극 호응해 주시더군요.
이날 강연에선 북녘 불교 얘기만 한게 아닙니다. 북녘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칠골교회의 예배 모습, 북녘의 유일한 천주교회인 장충성당의 미사 모습을 동영상으로 소개했으니까요.
또한 현재 북녘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평양 등 북녘 땅이 어떤 변화를 걷고 있는지 많은 사진과 동영상들, 에피소드를 들려드렸고 기대 이상의 반응에 힘이 났습니다.
강연장엔 대구와 춘천에서 오신 분들이 있었고 특기할만한 것은 세분의 새터민(북녘 이탈주민) 여성들이 참석한 것인데요. 강연 후에 진오스님이 이분들을 깜짝 소개해 놀랐습니다. 농반 진반으로 “아니 북에서 오신 분들이 있는데, 제가 공자 앞에서 문자 쓴건가요?”했더니 깔깔 웃더군요.
이분들은 “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생한 소식을 이렇게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 편견이나 왜곡이 없이 진솔한 북녘의 모습과 남북의 화합을 위해 힘쓰자는 강연 내용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대구에서 오신 남성분도 “정말 흥미진진했다. 지금까지 들어본 최고의 방북강연이었다”고 극찬을 해주시더군요. ^^ 여하튼 많은 분들이 “왜 북을 바로 알아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보여 새벽기차를 타고 구미까지 달려간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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