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권 청년 (앨버타대학교 운동생리학 4학년)
지난 22일 캐나다에서 개최된 봅슬레이 월드컵 남자 2인승 종목에서 한국의 두 청년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썰매 경기 불모지에서 생겨난 기적”이라면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이끌어냈다. 봅슬레이가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건 1924년이지만, 한국팀은 2010년에야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것이 처음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이후 본격적 선수 양성에 들어갔으며, 한 대학교 체육교육과 선후배 사이인 원유종(31) 청년과 서영우(25) 청년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봅슬레이 트랙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체중을 불리기 위해 하루에 밥 15공기를 억지로 먹으면서 윗몸 일으키기 1천회 등의 강훈련을 지속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18위에 그쳤으나 좌절치 않고 투지를 불태운 끝에 이번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 우승이라는 쾌거를 일궈낸 것이다.
한인청년의 세계를 향한 도전과 열정이 낳은 기적이 아닐까 싶다. <앨버타위클리>는 앨버타 한인청년들의 좌충우돌 라이프 스토리를 발굴하고 소통하기 위한 기획을 마련했다. 20~30대 한인청년들의 도전과 열정, 실패와 좌절, 그리고 성취와 성공을 체험하며 좌충우돌하는 인생담이 한인 독자 여러분들에게 정보와 노하우 제공은 물론, 찐한 감동과 자극이 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좌충우돌!> 라이프 스토리 1회 주인공은 현재 앨버타대학교 운동생리학(Kinesiology) 4학년에 재학 중이며, 앨버타대학교 한인학생회(KOSA) 회장을 맡고 있는 강병권(Thomas Kang) 청년이다. 그는 어떤 동기로 처음 캐나다에 첫발을 디디게 됐는지 궁금했다.
▲ 제 위에 5~6년 터울로 형이 둘이 있습니다. 형들에게 너무 맞다 보니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ㅎㅎㅎ). 또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다른 나라 사람들과 문화를 접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마침 부모님의 경제사정도 좋아지셨고, 캘거리에 사시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중학생 때 1년만 어학연수를 받을 계획으로 왔습니다.
▲ 처음에는 영어도 안되고 친구도 하나 없었지요. 게다가 제 성격도 내성적이라 낯선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혼자서 주로 생활했습니다. 흑인, 백인들 틈에서 생활하는 것이나, 스스럼 없이 스킨십을 나누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면 잘 적응이 안되고, 이런 게 문화충격인가 보다 생각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영어로 생활하는 게 편해졌어요. 주위 친구들과 대화도 스스럼없이 하게 되면서 점차 자연스럽게 적응이 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까지 캘거리에서 마치고 대학교는 에드먼턴으로 왔는데, 학교나 전공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 고등학교 2, 3학년을 보내면서 나름대로 진학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과학, 수학 과목을 잘 했기 때문에 공대에 가려고도 생각했고요. 한때는 옷을 좋아하게 되어 패션과 관련된 공부를 해볼까도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패션을 공부하겠다고 했더니 결사반대 하셨어요. 지금까지 준비도 안됐고, 탁월한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래가 불투명할 거란 이유에서죠. 그래서 주변의 친구나 선배들을 찾아 그런 고민을 많이 나눴습니다.
▲ 그런데 제가 운동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축구, 농구는 물론 거의 모든 운동을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관련된 전공을 알아보니 운동생리학(Kinesiology)이란 학과가 있었고, 졸업 후 진로도 폭넓게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캘거리대학교에도 있었지만, 다른 도시를 경험하고 싶어 에드먼턴의 앨버타대학교, B.C.주의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SFU)에 지원해 결국 몇 사람이라도 아는 사람이 더 있는 에드먼턴으로 오게 됐습니다.
▲ 제가 공부하는 운동생리학은 스포츠와 의료가 접목된 새로운 학문 분야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학문입니다. 인체의 움직임을 해부학적, 물리학적으로 분석해 실생활에 적용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의료, 재활치료, 물리치료 분야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커리큘럼으로는 인체 해부학 개론, 실습, 스포츠 치료학, 인체공학, 응용의학, 건강과 복지 등을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단계적으로 배웁니다. 4학년 말에는 관련 기업체나 실험연구실, 의약회사, YMCA, 커뮤니티센터 등 실제 현장에 나가 4개월간 인턴 경험을 쌓아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저도 4학년이기 때문에 이곳 저곳에 지원서를 내고 있습니다.
-타국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힘든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대학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죠?
▲ 대학에 처음 들어와서는 학과공부 따라가는 게 장난 아니었어요.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공부 꽤나 한다고 자부했는데 대학에 들어오니 공부할 양이나 수업 진도 나가는 속도가 만만치 않아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또 학생들 간에 경쟁도 고등학교에 비해 훨씬 치열한 것 같았어요.
▲ 게다가 자취생활이란 게 스스로 밥도 해먹고, 옷도 빨아 입어야 하잖아요. 홀로서기하는 버거움이라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도 역시 힘들었어요. 또 같이 생활하는 룸메이트들과도 크고 작은 문제들도 발생했습니다.
▲ 특히 저희 과에는 한인 학생은 물론 아시아 학생들이 거의 없습니다. 한 학년에 200여명 학생이 있는데, 4학년에는 저 혼자거든요. 전체적으로도 서너 명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백인위주의 환경에서 오는 소외감 같은 것도 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 지나고 보면 힘든 기억보다 기분 좋고 따듯한 추억이 더 많이 남는 것 같아요. 힘들게 공부하는 중에 만난 좋은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과 재미있게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이 고귀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작년에는 자전거 여행도 떠났다는데, 어땠나요?
▲ 네, 한국의 친한 친구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작년에 왔어요. 그 친구와 뭔가 도전이 될만한 일을 궁리했죠. 배낭여행보다 자전거 여행을 해보자 해서 약 1달간 미국동부, 그러니까 시카고-클리브랜드-나이아가라 폭포-뉴욕, 약 2천킬로미터 코스를 자전거로 달렸습니다. 한국에서도 제주도에서 4박 5일 정도 자전거 여행을 한 적이 있었지만 1개월 간 자전거 여행을 지속한다는 게 제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도전이 됐습니다.
▲ 자동차를 타고 달릴 때는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관심도 없지만, 자전거는 조금 경사진 오르막도 굉장히 힘들거든요. 가도가도 똑 같은 농촌 한가운데 도로를 달리다 보면 나의 한계상황을 체험하곤 했습니다. 먹는 것, 자는 것, 모든 게 말이 아니었죠. 아무튼 10kg 이상 체중이 빠져 홀쭉이가 다 됐습니다.
-앨버타대학교 한인학생회(KOSA) 회장도 맡고 있죠?
▲ 네. 코사는 현재 앨버타대학교 한인 학부생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회원을 가진 학생회입니다. 물론 단과대 별로 사이언스, 엔지니어링, 비즈니스 등 학생회도 있습니다. 코사는 10년 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 동안 주로 어른들이나 교회분들이 한인학생회는 맨날 만나서 술마시고 논다라는 안좋은 인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동안 학생들과의 소셜 이벤트들 뿐만 아니라 활동을 다양화 하여 교육에 관련되거나 레크리에이션에 관한 이벤트들도 주최하고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청소년들이나 기존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과를 고민하는 재학생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학과설명회를 매 해 11월달에 주최하고 있습니다. 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 음료수나 빵을 나누면서 피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부상조하고 있습니다.
-장래 계획이 있다면?
▲ 최우선적으로는 영주권을 얻는 것입니다. 아직 유학생 신분이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졸업 후 전공 관련 직장에 취직을 먼저 해야겠죠. 그리고 차차 전공 분야의 자격증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더 다양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늘리고, 돈벌이 사업도 기회를 봐야죠. 장기적으로 꿈이 있다면 스포츠, 의료 전문 분야에서 사업가로 성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