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골프 신예 이하진
일요시사 0 314 2020.08.05 13:41
“남을 이기려 하면 실패, 나 자신을 이기려 하면 성공”
우승 비결, 일관성있고 기복없는 플레이 유지
지난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Riverside Golf Course에서 개최된 Waikato Winter Strokeplay Women 2020에서 Long bay college에 재학 중인 이하진(Danika Lee, 15)이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첫 라운드부터 자신있게 경기를 리드하던 이하진은 각 라운드마다 각각 70-69-70-74 스코어, -9 언더, 합계 283점(72홀)을 기록하며 골프 유망주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2월 NZ Womens Foursomes에서 1위, 7월에 열린 Lidia Ko U16에서는 3위를 차지하는 등 최근 떠오르는 골프 신예로 주목받고 있다.
Waikato Winter Strokeplay Women 2020 우승
Q. 1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Waikato Winter Strokeplay Women 2020에서 우승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이번 대회에서는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기분도 좋았고 잠도 잘 잔 편이었고, 무엇보다 경기를 앞두고 충분히 연습한 덕분에 보다 안정적인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어서 일관성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Q. 첫날부터 리드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4라운드 때는 성적이 부진한 편이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1라운드부터 1등을 하고 있다 보니 라운딩 도중 생각도 많았고 부담감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날따라 퍼팅이 안되었고 운도 따라주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드라이버 실수를 했는데, 실수를 안 해도 될 부분에 실수를 해서 그런지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4라운드 결과가 기대만큼 좋진 않았습니다.
Q. 경기 도중 그런 부담감을 떨쳐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A. 제가 긴장을 하면 말이 없어져요. 그래서 긴장을 풀기위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릴렉스하면서 다시 한번 침착하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Q. 이 대회에서 스스로 만족스러웠던 부분과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A. 만족스러웠던 건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는 큰 기복없이 잘한 거고요. 불만족스러웠던 건 충분히 잘할 수 있는 홀에서 그냥 흘려 보내는 등 실수를 했다는 점입니다.
Q.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선수로서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은데요. 특히 이번 대회처럼 우승을 했을 때는 더욱 나름의 성과가 있을 듯합니다.
A. 먼저 이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된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고요, 제가 앞으로 어떤 부분을 좀 더 연습해야 할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체크가 되기도 하고요.
골프 시작 겨우 3년… 골프 유망주가 되기까지
Q. 처음 골프를 시작한 나이가 궁금하네요.
A. 처음 시작한 건 11살때이고요, 지금 14세니까 이제 3년 됐네요. 어느 날 저희 할아버지께서 골프채를 사주시면서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셨어요.
Q. 3년 만에 이런 성적을 내는게 흔치 않은 일인데 그 전에는 골프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지요.
A. 한번도 해본 적은 없어요. 학교에서 하는 다른 운동은 여러 번 해보았는데 눈에 띄게 잘하는 운동은 없었어요. 제가 골프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Q. 처음 골프를 접했을 때 어땠나요? 다른 운동과 달리 흥미롭게 느껴졌나요?
A. 이상하게도 골프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흥미를 느꼈어요. 골프장 가는 게 마냥 신이 났고 가슴이 설레일만큼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Q. 골프를 운동삼아 시작했지만 선수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A. 우연히 타카푸나 골프장의 손조훈 대표님과 강명수 코치님께 평가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두분께서 제게 재능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고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어요.
제 스스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한 부분도 있었는데요. 앞으로 제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골프선수로서 유명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Q. 한때 아버님은 씨름선수를, 어머님은 유도선수로 활동했다고 들었는데 이런 부분들이 이하진 선수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되었을 것 같네요.
A.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받았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무엇보다 제 생각에는 두분 모두 운동을 하셔서 그런지 때론 엄격하게, 때론 다정하게 조언해 주시는 것이 제겐 더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Q. 본인의 성격은 어떤 편인가요? 경기 중에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리드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A. 처음에는 낯가림이 심하지만 친해지면 엄청 활발해요. 평소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고 침착한 성격이에요. 그래서인지 골프와 제 성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Q. 요즘 최대 관심사는?
A. 제게 제일 큰 관심사는 언제나 골프에요. 남는 시간에는 여느 또래 학생들처럼 친구들하고 놀기도 하는데 요즘 같이 대회 준비할 때는 사실 놀 시간이 별로 없어요.
Q.학교 생활과 선수로서의 생활을 병행하려면 힘든 점도 있을 텐데요.
A. 가끔 힘들면 엄마와 대화를 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엄마가 하루정도 쉬면서 놀고 오라고 하세요.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수다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해요. 평소에는 노래도 듣고 기도도 하고요. 그래도 워낙 골프가 재미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힘들게 생각되진 않아요.
Q. 가장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는 분이 있다면.
A. 먼저 제가 가장 많이 믿고 의지하는 건 저희 가족입니다. 연습할 때도 경기를 할 때도 늘 제 곁에서 묵묵히 저를 챙겨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이 가장 의지가 되고요. 그리고 부모님만큼 저를 챙겨주시는 손 대표님과 강 코치님 등 타카푸나 골프장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에요.
세계 1위가 되는 그날까지
Q. 개인훈련은 어떻게 하는지요?
A. 방과 후 4시간, 주말에는 11시간 정도 골프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근력운동과 같이 기초체력을 기르는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습니다.
Q. 훈련할 때 어떤 부분에 치중하고 있는지요.
A. 강 코치님께서 항상 강조하는 점이 있어요. ‘일관성있고 기복없는 플레이’. 기술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저의 가장 좋은 플레이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거죠. 연습을 하다가 안되면 될 때까지 계속 연습하는 방법 밖엔 없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코치님의 역할이 제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선수로서 보완할 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제가 연습 도중에 뭐가 잘 안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편이에요. 그럴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안되는 부분들이 있더라도 제가 잘 되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면서 즐긴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평소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멘탈관리는 별도로 하는지요.
A. 먼저 선수라면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제가 완벽한 건 아니지만 프로가 되기 위해 식단관리와 체력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골프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한지만 실수를 통해 배우고 잘 하던 못 하던 그냥 재밌게 하는 거예요. 남을 이기려고 하면 잘 할 수 없지만 제 스스로를 이기려고 하면 잘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Q. 어떤 플레이를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나요?
A. 보기 없이 지키면서 찬스가 오면 버디를 잡는 플레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Q. 가장 존경하는 선수가 있다면? 어떤 점 때문에 존경하는지요?
A. 저는 박성현 선수랑 Brooke Henderson 선수를 가장 좋아해요. 박성현 선수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너무 좋고요. Brooke Henderson 선수는 지난 번 뉴질랜드에서 열린 LPGA 대회에서 바쁜 상황에서도 저한테 반갑게 인사해주면서 사인을 해줬던 그런 착한 모습에 반했어요.
Q. 앞으로 출전할 대회와 목표가 있다면.
9월에 New Zealand U19 Championship이 있고요, 올해 목표는 한번 더 우승하는거랑 제 18홀 평균 보기수를 줄이는 거예요. 최종 목표는 세계 랭킹 1위입니다.
Q. 골프를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A. 제가 특별히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우연한 기회로 골프를 치게 되었고 재미있게 하다 보니 더욱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골프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친구들이 있다면 언제든 여기 계신 여러 코치님들과 상담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선수 뒤엔 좋은 멘토들이 있다는 걸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글 박성인 기자
사진 이하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