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고령에 국제베테랑스컵 출전화제
Newsroh=로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임국찬 선생(왼쪽)과 김대창 선생
“지금도 젊은 친구들 몇 명은 여유있게 제칩니다.”
김대창(78) 선생이 넌지시 턱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임국찬(81) 선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드축구팬들에게 ‘임국찬’ 이름 석자는 너무도 선명하다. 60년대부터 70년대초까지 한국축구대표팀 부동의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반평생을 따라다닌 악몽(惡夢)의 꼬리표도 있다.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70멕시코월드컵 최종예선 호주와의 마지막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20분경 이회택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는 대표팀에서 가장 정확한 킥을 자랑하는 임국찬. 그러나 상대 GK의 선방에 막혔고 한국은 월드컵 티켓을 놓쳤다. 엄청난 비난을 받은 그이는 이후 어딜 가나 따가운 눈길을 받았다. 결국 1980년 쓸쓸히 미국이민을 떠나고 말았다.
여느 이민자처럼 그이는 생선가게와 청과상도 하고 옐로캡도 운전하며 성실한 삶을 살았다. 90년대초 맨하탄에서 옐로캡을 몰때는 고객들에게 누구보다 친절한 응대로 루디 줄리아니 시장으로부터 특별한 표창을 받기도 했단다.
바쁜 이민생활속에서도 그이는 공 차는 것을 쉬지 않았다. 축구는 영광과 좌절을 함께 안겨주었지만 그이의 영원한 반려(伴侶)였다. 시간이 날때마다 인근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 80이 넘은 고령에도 거뜬히 경기를 소화한다.
그이가 처음 뉴욕에 왔을때 한인조기축구회가 있었지만 말그대로 취미 수준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네임밸류의 임국찬 선생이 가세하며 체계화된 동호인팀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감독겸 선수인 그이의 지도로 선수들의 기량도 눈에 띄게 늘었고 뉴욕한인축구협회장 직을 맡아 꿈나무 축구교실도 운영하는 등 협회가 축구인들의 구심체가 되는데 기여했다.
그시절 만나 호형호제(呼兄呼弟)하게 된 이가 김대창 선생이었다. 동호인대회에서 각종 개인상을 휩쓰는 등 선수급 실력을 자랑하는 김대창선생은 타민족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3년전부터는 미주에서 가장 큰 시니어국제축구대회에 개인자격으로 타민족팀에 합류해 출전을 하고 있다.
뉴욕로얄축구단이 9일부터 11일까지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열리는 제24회 인터내셔널 베테랑스컵에 사상 처음 출전하게 된 것도 김대창 선생이 주선한 덕이다. 뉴욕로얄축구단은 지난 1일 플러싱 머레이힐스테이션 앞에서 열린 결단식에서 이번 대회를 미주한인축구계의 최고 원로인 임국찬선생에게 헌정(獻呈)하는 대회로 삼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평생을 축구인으로 산 임국찬선생이 공식적인 국제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하겠다는 후배들의 정성이 모아진 대회인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임국찬 선생과 김대창 선생은 75세이상 부문에 출전하는 골든스테이트 아주리팀에 합류하고 뉴욕로얄축구단은 60세이상 부문에 단일팀으로 출전한다.
김대창 선생은 “임국찬 선배가 저 연세에도 운동장에서 젊은 친구들을 가볍게 제치는 모습을 보면 역시 국대 최고의 미드필더는 다르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결단식에 참석한 부인 린다 김 여사도 “남편이 집이 있는 뉴욕 브롱스 공원에서 젊은 미국인들과 자주 축구를 하는데 나이를 알고나면 믿지 못하겠다고 말들을 한다”며 웃는다.
임국찬선생의 왼손 약지엔 근사한 금반지가 있다. 70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후 청와대에 초대돼 박정희 대통령에게서 받은 것이다. 70년 한국대표팀 1진 청룡은 당시 아시아최고 권위의 메르데카컵과 태국 킹스컵 등 모든 대회를 석권한 바 있다.
임국찬 선생은 중고교시절엔 라이트 윙으로 뛰었고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팀에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번 대회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뛰게 되냐는 질문에 “팀에 들어가 코치가 주문하는대로 할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임국찬 선생은 “뉴욕을 대표해서 뛰는만큼 로얄축구단 선수들이 그간 쌓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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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뉴욕한인축구팀 미주국제대회 첫 출전 (2021.7.3.)
24회 인터내셔널 베테랑스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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