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림 대표(좌)와 고덕신 목사(우)
부르고뉴 지방의 몽따니레쉐르 성(Château de Montagny-lès-Seurre)은 프랑스와 한국 전통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4헥타르의 넓은 대지, 한식 제조 및 아뜰리에, 소금 찜질방, 숙박용 별채 및 한국 전용 객실이 있다.
뒷뜰에는 장독대가 있어, 전통적이고 장인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된장, 고추장, 간장이 그안에서 부르고뉴의 해볕을 받아가며 익어가고 있었고, 장독 두 개는 땅에 파묻혀 있었다.
푸드마일리지 제로를 위해 ‘텃밭에서 식탁으로’ 라는 원칙으로, 한국 고유의 채소(깻잎, 쑥, 당귀, 근대 등)를 재배하며, 한국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 한식을 기반으로 사찰음식, 장수음식, 발효음식, 약선음식, 제철음식 등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샤틀렌느 (Châtelaine, 성의 여주인)는 한국 전통 음식기능보유자인 유홍림 대표
유홍림 대표 부부는 독일에서 유학을 했다. 그러다 프랑스 파리로 왔고, 슬하에 4자녀를 두었다. 어떻게 부르고뉴 지방에서 한국 전통 음식을 제조하고 체험할 수 있게 했는지,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들의 거처인, 부르고뉴, 몽따니레쒜르 성을 찾았다.
성은 프랑스식 장식으로 멋스러웠고, 능소화로 뒤덮인 별채에는 소금 찜질방과 한식 체험 아뜰리에, 그리고 뒷뜰에는 장독대, 텃밭, 가마솥까지 있었고, 숙성과 발효실, 우리나라 종갓집 같은 분위기의 넓은 공간에는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장식되어 있었다.
이곳으로 장소를 정한 이유가 있는지요 ?
-아이들이 4명인데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면서 휴가를 성에서 함께 보내다가, 이럴게 아니라 차라리 성을 구입을 하자 해서 1년 동안 찾다가 이곳, 몽따니레쉐르 성을 구입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아이들이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그래서 독일, 스위스, 프랑스를 접한 지역을 찾다보니 이 곳으로 정했죠.
전통 요리 연구가이신데요, 그럼 예전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셨나 봅니다.
-친정 어머니가 가정선생님이셨지만 직장인이셔서 어릴 때 할머니곁에서 보고 들은 요리 지식들이 있었어요. 워낙에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형제 많은 집의 맏며느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외동아들에게 시집을 갔죠. 우리 전통을 지킨다는게 좋았어요. 독일에서부터 한국 음식을 많이했어요.
2011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업인 전주한과, 홍 한과 사업을 3대를 이어 하게 되었어요. 한과가 후식이쟎아요. 후식을 잘하려면 한국음식을 배워야겠다 싶어서, 전통음식 연구소를 작년까지 11년을 다녔어요. 작년에 한국전통음식 기능보유자가 되었죠.
명이 나물, 콩 밭, 연못
이곳을 선택하면서 소원이 세가지가 있었는데, 명이나물, 콩 밭, 연못이에요. 연못은 연을 키우기 위해서 였어요. 이 집을 통해 이 세 가지가 다 이루워진 셈입니다. 이 지역은 포도주로 유명한 부르고뉴 지역이지만, 땅이 기름져서 포도가 잘 안되고 곡식 농사를 해요. 콩은 자연히 주변 농가에서 채워지구요. 명이는 전 정원사가 이곳에 옮겨 심었답니다. 명이는 부르고뉴 특산품입니다. 연못은 아직 완성은 안되어있지만 물을 모으는 야생연못까지 있었답니다.
한식에서 제일 중요한게 간장이고, 한과에서 중요한게 조청이에요. 브루고뉴 지역의 포도주 저장고 등을 보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맛이 깊어가는 간장을 현지에서 생산해 유럽에 보급하는게 제 숙원 사업으로 꿈을 가졌습니다. 간장을 만들려면 콩이 있어야죠. 와보니 콩 밭이 널려있는거에요. 우리 집에 일 도와주러 오는 프랑스인이 보리, 콩, 밀, 유채, 해바라기 등 곡식농사를짓기 때문에 쉽게 재료를 구할수 있었어요. 곁보리를 얻을수 있으니 그걸로 조청을 만들고, 콩역시 쉽게 많은 양을 얻을수 있어서 메주를 만들고 간장을 담을수 있죠.
여기서 메주 만들 수 있는 콩이 납니까 ?
-한국에 있는 대두는 아니에요. 하지만 푸드 마일리지 줄인다는 취지에서 수입해서 오는 것보다그 지역에서 나는 것으로 음식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주위에 있는 프랑스인들이 모두 농부들이라, 저에게는 천국이에요. 뭐든지 다 가져다줘요. 그리고 여기에는 명이는 전 정원사 덕에 집안에 지천으로 널려있어요.
여기서 메주를 띄울 수 있나요 ?
-그런 시설을 만들었고요. 일년 내내 메주를 띄울 수 있도록 했어요. 아무것도 없었던 성에 오랜기간 동안 공사를 거쳐 지금은 숙박 시설까지 갖추었어요. 한식체험을 하려면 이곳에서 삼박사일-일주일씩 거주를 해요. 그들을 위해 프랑스 Gîtes(프랑스숙박시설)로 등록되어 있어요.
그럼 프랑스인들이 오겠네요.
-처음에는 프랑스인들이 많이 왔죠. 그들에게 한식을 제공합니다. 한식을 더 좋아해요.
메종유가의 뒤뜰, 장독대
유홍림 대표의 셋째 딸, 고은지 씨는 한국문화와 음식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이 주로 오고 있다고 밝히면서, 프랑스에서 한국 전통 문화와 음식을 체험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고은지 씨는 한국의 전통 식문화를 이곳에 전파하고 싶은 생각에 어머니를 도와 ‘메종유가’ 마케팅 과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메종유가 상품들은 현재 웹사이트를 통해 주문가능하며, 앞으로는 대중들이 더 쉽게 구입할수 있도록 큰 유통망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그의 음식은 발효음식으로 슬로우 푸드다.
슬로우 푸드란 말 그대로 느린 거겠네요 ?
-간장을 만들려면 콩을 거두어 들이고, 불려서 삶고 메주 만들어 띄우는 과정이 3개월에서6개월이고 그것으로 간장을 만들려면 6개월이에요. 1년이 걸려야 간장이나오는데, 그것은 청장이라고도 하는데요, 그게 3년이 되어야 숙성된 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대량 생산은 어렵지요. 그러나 코로나 시기가 나한테는 좋았어요. 그동안 장 만드는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종갓집으로 시집을 가고 싶었는데 그게 안되었으니 여기를 프랑스 종갓집으로 만들어 보고자 했죠. 그래서 테마는 프랑스 종갓집의 집밥이고, 상표는 제 성을 딴 메종 유가에요.
부르고뉴 한국 고유 음식문화협회로 등록되어 있어요.
유 대표의 요리는 일종의 집 밥 같은 치유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로 한국 전통 음식을 빚어내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우리 전통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누면서, 다음 세대들에게 한국 문화를 전수하는 것이라고 한다. 꾸준히 함께 한식을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한식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지요 ?
-수요일 오전에 와서 텃밭에서 함께 일하고 점심을 먹는게 있어요. 정식으로 광고를 내지는 않았지만, 지금 하고 있어요. 정작 한국분들이 이런 음식을 못 먹고 있더라고요. 프랑스인들이 한식을 먹고 좋아하지만, 우리는 음식에 그리움이 있쟎아요. 된장국 하나에도 속이 시원해지고 멀미가 가라앉는 것 같다고 해요. 제가 하는 일이 정말 한국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도 생각해요. 그래서 저를 프랑스 친정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래요. 그리고 상실장이라고 도토리로 만든 간장과 된장도 있어요. 제가 고조리서를 공부했어요. 그게 우리 옛날 음식 레시피에요. 저희집에 도토리가 많아 발효 연구가들의 도움과 고조리서의 예를 가지고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된장과 간장은 건강에 필요하신 분들에게만 추천을 합니다. 숙성실과 발효실을 따로 설치해서 장을 만들고 있어요.
몽따니레쉐르 성(Château de Montagny-lès-Seurre)전경
유 대표의 한식에, 부군인 고덕신 목사의 인문학이 첨가되어 집안의 한식철학이 되었다. 유대표가 음식, 즉 한식을 통해 몸의 건강을 지키고자 한다면 고덕신 목사는 정신적인 차원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면서 배워가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사유, 치유, 향유, 세 가지를 언급하면서, 사유를 통해 새 미래를 준비하고 삶과 역사에서 받은 모든 상처는 서로를 통해 치유되어야 하며, 그것이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향유로 이어짐을 강조했다. 치유는 만남과 대화를 통해 가능하고, 그러기에 환대가 중요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향유가 이루어지면서 삶에 중요한 모티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유홍림 대표는 앞으로 유럽에 우리 전통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한과 등 한식의 맥을 이어 유럽의 2세들이 그맥을 함께 하도록 전통의 문을 활짝 열어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애쓸 것이며, 지금은 인터넷 판매로 시작하지만 세월과 함께 숙성된 발효식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유럽의 많은 한인여성들의 쉼터인 친정으로 프랑스 종갓집의 종부 역할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오는 길에 유 대표는 묵은지, 민들레 김치 등 마치 친정 엄마처럼 바리바리 싸서 챙겨주었다. 도시 생활에 지쳤을 때, 프랑스 부르고뉴 성, 프랑스 종갓집에서 유홍림 대표의 치유 음식을 먹으며 며칠 쉬다 오면 좋을 것 같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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