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튼수도원 ‘미스김라일락’ 특별 식수
韓구상나무 등 ‘리블룸 프로젝트’ 공식 발표
Newsroh=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흥남철수’의 영웅 레너드 라루 선장을 기리는 ‘리블룸 프로젝트’가 미국의 한 수도원에서 닻을 올린다.
뉴저지 뉴튼의 세인트 폴 수도원에서 오는 27일 공식 선언되는 ‘리블룸 프로젝트(Rebloom Project)’는 인류애와 인권을 상징하는 가톨릭의 성지(聖地)에 한국형 가든이 조성되는 역사적인 작업이 될 전망이다.
미동부 환경인권단체인 1492그린클럽(회장 백영현)은 15일 뉴튼 수도원과 함께 미스김라일락과 구상나무, 소나무 등 한국의 나무들을 1만여 그루 이상 심는 프로젝트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뉴저지 북서부에 위치한 세인트 폴 수도원은 성 베네딕토 소속으로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1952년 설립된 왜관수도원을 돕는 등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흥남철수때 화물을 버리고 피난민 1만4천명을 구조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1914-2001) 선장이 전쟁 직후인 1954년 이곳에 들어가 마리누스(Marinus)라는 이름의 수사(修士)로 제2의 인생을 산 곳이기도 하다.
수도원과 한국의 세 번째 인연은 운영난으로 위기에 처한 2001년 왜관수도원이 7명의 신부와 수사를 긴급 파견하면서 끈끈하게 이어졌다. 라루 선장이 87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이틀전 내려진 결정이었다. 고결한 인류애로 수많은 목숨을 구한 라루 선장과 한국전쟁때 왜관수도원을 도운 것을 잊지 않은 결초보은(結草報恩)이기도 했다.
라루 선장은 생전에 흥남 철수 작전에 대해 "쌍안경으로 비참한 광경을 봤다. 피난민들은 이거나 지거나 끌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항구로 몰려들었고, 옆에는 병아리처럼 겁에 질린 아이들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 당시 항해를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틀림없는 메시지가 내게 와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한국인신부와 수사들은 수도원 재건을 위해 끊임없이 일하며 기도했다. 수도원의 재정을 위해 주목한 것이 크리스마스 트리 판매였다. 사무엘 김 주임신부와 이 오딜로 신부는 50 에이커에 달하는 넓은 수도원 부지에 크리스마스 트리의 새 품종을 심는 과정에서 구상나무의 학명이 ‘Korean Fir(한국 전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상나무는 제주도와 지리산 등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1909년 독일 선교사들이 제주에서 유럽으로 반출, 미국까지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솔방울이 하늘로 향해 모양의 구상나무는 우아한 자태로 오늘날 가장 고급스런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을 받고 있다. 본래 해발 800미터대의 고지대에서 자라지만 사무엘 김 신부 등은 여러차례의 실패 끝에 적합한 품종을 찾는데 성공, 해발 250미터의 수도원 부지에서 대량 재배할 수 있었다.
현재 세인트 폴 수도원에는 약 500그루의 구상나무가 아름다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다. 1492그린클럽의 백영현 회장은 “이곳에서 영면에 든 라루 선장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미스김 라일락과 소나무 등을 심는 문제를 수도원과 협의하던 중 구상나무들을 발견하게 됐다. 한국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구상나무들을 이렇게 고도가 낮은 수도원에서 보게 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라고 감탄했다.
구상나무는 미스김라일락과 마찬가지로 해외로 반출되어 품종개량을 통해 세계적인 종자로 거듭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백영현 회장은 두 나무가 근세사 우리 민족의 기구한 운명과 닮았고 강인한 생명력이 해외 800만 동포들을 상징하기에 족함이 없다고 말한다.
백영현 회장은 그 길로 세인트 폴 수도원과 함께 구상나무와 미스김라일락, 소나무 등 한국나무들을 향후 1만5천그루 이상을 수도원의 500에이커(약 60만평) 부지에 식재해 한국형 가든으로 조성한다는 프로젝트에 의기투합(意氣投合) 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달초 수도원을 방문한 성 베네딕토 수도원의 노트겔 수석 압바스(Abbas)와 박현동 브라쇼워 왜관 압바스가 20년생 미스김라일락 두그루를 예수상 앞에서 나란히 식수하는 특별 행사도 치렀다.
왼쪽 나무는 수도원 신자 김형남씨가, 오른쪽 나무는 1492그린클럽이 기증한 것으로 ‘위대한 행진(Great Marchness)’이라는 이름 아래 인류애를 발휘한 라루 선장의 숭고한 정신을 따라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미스김라일락을 심고 있는 사무엘 김 주임신부
이와 함께 성 베네딕토 수도원과 1492그린클럽이 구상나무가 1909년 어떤 배경속에서 유럽에 진출하게 되었는지 역사 추적을 하는 작업도 공동으로 전개하자는 합의도 했다.
백영현 회장은 “식물학자 등 한국의 전문가들과 산림청 등 관계 기관을 통해 구상나무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다. 독일에서도 관련 자료를 보내오면 구상나무의 역사적 디아스포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오드리 신부와 함께 한 백영현 회장(오른쪽)
그는 “눈도 없고 발도 없고 손도 없는 나무들이 낯선 땅에서 갖은 시련을 이겨내고 이렇게 집단 서식지를 일군 것이 참으로 대견하다. 더욱이 라루 선장 등 우리 민족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뉴튼 수도원에서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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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흥남철수’ 영웅 라루선장의 라일락향기 (2016.9.9.)
백영현회장 뉴튼수도원에‘미스김라일락’ 등 한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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