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란코프 교수 www.en.wikipedia.org
“대북지원 재개는 남북관계정상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한반도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지난 22일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전문을 소개한다.
최근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상황에서 한국학 권위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의견을 들어본다.
-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으로 낙관적인 희망이 나타났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와 미국의 대북정책과 차이를 두는 새 대통령의 몇몇 발표들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기대가 근거가 있나?
- 실제로 이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문 대통령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실현시키기에 매우 힘든 큰 바램이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에게도 그러한 과도한 희망에 대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대선 준비 기간 그는 이행불가능하거나 상호모순적인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대다수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내가 정권을 잡으면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대선운동을 했다. 한편으로는 경제를 활성화하여 경제성장 속도 증가시킬 것을 약속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인상을 초래할 수 있는 사회 복지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그는 중국과 미국, 북한과 동시에 합의를 이루는, 일종의 진정한 외교적 기적을 이룰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큰 행운이 따라줄 때에야 문 대통령이 최대 두 나라와 합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생각한다. 이러한 공약은 민주주의국가의 선거과정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일들이라고 설명될 수 있지만, 한국국민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 중 많은 수가 문 대통령의 공약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해 결국 문 대통령은 2002-2007년 집권했고 문 대통령이 함께 정치경력을 쌓았던 정신적 지주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운명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노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한국 대통령 중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현 정치적 상황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대선후보였던 평범한 정치인이었지만, 그는 기적을 행하는 자가 아님에도 많은 이들은 그에게서 기적을 기대하고 있다.
- 북한정권이 문 대통령이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에 관하여 밝힌 계획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여기는가?
- 물론 평양은 문 대통령의 소위 ‘반미적’ 발언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북한은 문 대통령의 당선에 매우 큰 기대를 걸었는데, 이른바 “남북협력” 재개에 대한 큰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본질적으로 남북경제교류는 어떠한 협력도 아니다. 실은 무역이나 경제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남한은 북한에 상당 금액의 경제지원을 하고 있다.
상식과는 달리 북한에도 완전히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권좌에 앉아있고, 모든 국가의 평범한 정권들처럼, 북한 정권도 항상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이득을 취하고자 한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정책이 남한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간접적인 대북지원 재개는 남북관계정상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며, 남북관계정상화를 통해 한국도 북한도 이득을 얻을 것이다.
북한이 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또한 한미관계 악화 가능성과도 관련이 있다. 이러한 전망은 북한 정부의 긍정적인 태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는 당신의 두 명의 주적들이 서로 싸우고 있을 때, 당신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긴장 완화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 나는 문 대통령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고,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앞에 놓인 장애물들은 보다 중대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력재개가 남북한 간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그의 판단은 옳지만, 문제는 상당수의 남북협력의 방식이, 특히 개성 공단 사업이 현재 유엔 안보리의 제재조치로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엔의 제재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것인가는 매우 복잡한 질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를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이 분야에서의 모든 시도는 한국이 유엔의 제재조치를 위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이 제재조치 중 일부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경우는 상황이 복잡한 것이 한국은 세계 경제와 법질서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이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북한은 각 사건 때마다 한국대통령을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북한에 대한 강경발언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한미관계에 어떻게 반영될까?
-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종의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와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하는 것은 기로에 서 있는 것이지만, 또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입장을 고려해 본다면 기로의 넘어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정부는 최대한 전대미문의 초강경대북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경협이나 경제지원과 같은 행동을 하면, 백악관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 대통령도 미국 대통령도 모두 대선 과정에서 현 한미관계 상황에 대해 기존의 관계 모델이 자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용을 적게 지출하고, 그것을 주한미군에 전가하여 절감된 돈으로 미국 상품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자국 물품을 생산해 낸다고 비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미국의 헤게모니와 거만함,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태도를 비판하며, 미국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과 새 대통령과 그들의 지지자들의 분위기 속에서 양국 간의 심각한 이견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나는 한미군사동맹 결렬이나 주한미군철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불호와 상관없이 현재 대다수 한국인들은 이것을 안보의 보장과 같은 긍정적으로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이 동맹에 의심을 품고 있는 정치인은 유권자들의 상당한 불만과 맞닥뜨릴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정권에서 한미관계 악화는 거의 불가피해 보인다. 악화의 원인은 러시아와 중국이 우려하고 있는 사드배치 문제와 같은 것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문제들이 한국인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떤 것이 한미관계에 주요 장애물인가?
- 북한문제 접근법 외에 한미 FTA가 있다. 대선 캠페인 중과 당선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가 미국에 불리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한편, 그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문재인 지지자들은 한미FTA가 한국에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요소가 많은 논쟁적인 문제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진실에 가깝다. 어떤 경우든 FTA논쟁은 한미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러시아나 세계에서 한반도 문제가 거론될 때 북핵 문제나 다른 군사정책문제를 둘러싼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에게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한국인들은 이 문제를 2차적인 것도 아닌 심지어 3차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북한문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은 중앙아시아의 정치상황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정부나 국민들이 실제로 관심 갖는 것은 바로 대외경제요인이다. 바로 이와 관련해 러시아에서는 사드배치회담보다 한미FTA논쟁이 덜 알려져 있다.
- 현 상황에서 한반도에 대한 예측은?
-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한미관계는 반드시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한과의 첨예한 대립각을 완화시킬 방안을 그가 차질 없이 실행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성과도 못 본채 한미관계, 한중관계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은 문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에 따른 결과이다. 한국은 현재 극도의 낯선 상황에 놓여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정부는 미국은 영원한 우방이며, 중국은 정치적 문제에 관하여 중대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무엇보다 먼저 경제, 무역, 투자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에 기초하여 행동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의 구체적인 군사 및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경제희생을 할 의향이 있다. 또한 미국정부는 현 한미관계가 미국에 크게 득이 되지 않으며, 한국이 미국의 파트너로 필요한 존재도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문 대통령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복합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다. 이제 혼란스럽고 쉽지 않은 시기가 올 것이다. 여전히 기적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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