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 영웅 라루선장 안식처 자리잡아
뉴튼수도원(뉴저지주)=노창현 민지영기자 newsroh@gmail.com
“1907년 모국을 떠난 구상나무를 라루 선장의 안식처(安息處)에서 만나게 되다니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27일 뉴저지 뉴튼수도원에 일단의 사람들이 모였다. ‘글로벌웹진’ Newsroh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과 이날 수도원 행사 소식을 들은 한인들이었다. 뉴튼 수도원은 ‘흥남철수’의 영웅 레너드 라루 선장이 1954년 수사로 제2의 삶을 살다가 2001년 영면(永眠)한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2004년 뉴욕타임스가 흥남부두에서 화물을 모두 버리고 1만4천명의 피난민을 구한 라루 선장의 숭고한 인류애를 발휘하고 수도원에서 가톨릭 수사(修士)로 여생을 마친 감동의 스토리를 조명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이곳이 한인사회에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라루 선장의 헌신(獻身)에 감동받은 뉴저지의 환경인권운동가 백영현 1492그린클럽 회장이 미스김 라일락과 소나무 등 한국형 정원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지난해 가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특히 최근엔 한국에서 멸종(滅種) 위기에 처한 구상나무가 이곳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성베네딕토 관할의 뉴튼 수도원은 한국전쟁으로 피폐한 1952년 왜관수도원을 설립한 디모테오 비테를리 신부(초대원장)를 아낌없이 지원한 인연이 있다. 전쟁이 끝난후엔 라루 선장이 마리누스(Marinus)라는 이름의 가톨릭 수사로 조용히 삶을 영위하며 두 번째 인연을 이어갔다.
80년대이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뉴튼수도원은 2001년 가을 라루 선장의 영면을 계기로 왜관수도원이 신부들과 수사들을 긴급 파견,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때 파견된 오드리 신부 등 한국의 사제들이 수도원 재정을 돕기 위해 주목한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카나안 전나무’ 등 기존의 트리용 나무들을 재배하며 구상나무를 새롭게 재배하게 된 것이다.
오드리 신부는 “구상나무의 학명이 ‘한국 전나무(Korean Fir)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기왕이면 한국 고유의 수종을 키워보자 했던거죠”라고 들려주었다.
구상나무는 본래 제주 한라산과 지리산 등지에서 자라는 한국의 토종나무로 1907년 독일인 신부에 의해 유럽으로 묘목을 채집해 전파한 것이 시초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인기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된 구상나무가 다시 미국으로 옮겨오게 된 것이다.
백영현회장은 한국형가든을 위해 수도원을 출입하면서 구상나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최근 한국에선 지리산 등지의 구상나무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물며 해발 1000m대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구상나무가 해발 250m에 불과한 뉴튼수도원에서 무려 500여그루의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영현 회장은 “이곳 수도원이 해발고도는 낮지만 700~800m대의 저온 환경에 있어 구상나무를 생육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고 특히 한국 신부님들이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기울인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알려진대로 미스김 라일락은 1947년 미군정청 소속 식물학자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가 북한산에서 수수꽃다리 열매를 채취해 미국서 재배에 성공, 오늘날 ‘라일락의 여왕’으로 불릴만큼 가장 인기있는 수종중 하나가 되었다.
미스김 라일락이 한인입양아와 비슷한 삶의 궤적을 걸었다면 구상나무는 우리 한민족의 해외이민사와 맞닿아 있다. 한인들이 최초의 하와이 이민을 떠나던 시기에 구상나무 묘목이 유럽으로 이식(移植)됐기 때문이다.
백영현 회장은 “벽안(碧眼)의 신부님 손에 이끌려 유럽에 간 이름 모를 구상나무가 언젠가부터 미국으로 건너와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된 것을 보면서 낯설고 물 선 이국만리 타향에 건너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이민그룹이 된 한인들의 삶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나 흥남부두에서 차디찬 겨울바람을 가르며 수많은 피난민들의 목숨을 구한 라루 선장의 안식처에 구상나무들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운명적이기까지 했다. 뉴튼 수도원에 한국형 가든을 조성한다는 프로젝트에 미스김 라일락, 소나무와 함께 구상나무가 중심 수종이 된 이유였다.
라루 선장이 영면한 예수상 앞 잔디밭엔 얼마전 정면에 20년생 미스김 라일락 두 그루를 비롯, 어린 묘목 60그루가 심어졌다. 왼편의 미스김 라일락은 수도원 신자(아셀라)가 기증했고 오른쪽은 1492그린클럽 회원(발렌티나)이 각각 기증했고 성 베네딕토 수도원의 노트겔 수석 압바스(Abbas)와 박현동 브라쇼워 왜관 압바스가 식수하는 세리머니를 가졌다. 사무엘 김 원장신부도 작업복을 입고 나무를 심는 등 땀을 흘렸다.
백영현 회장은 “왼쪽 미스김 라일락은 라루 선장의 고귀한 인류애를 기리며 두 번째 항해를 떠나는 의미를 담았고 오른쪽 미스김 라일락은 수도원의 특별한 인연을 갖는 한국인과 미국인들이 함께 하는 ‘위대한 행진(Great Marchness)’으로 명명했다”고 소개했다.
뉴튼 수도원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 현지 시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설 예정이다. 뉴튼수도원측은 “수도원은 언제든지 대중들에게 열려 있다. 그동안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하는 분들이 자주 찾았지만 앞으로는 더많은 한국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영현 회장은 “수도원에서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적당한 곳에 원두막도 짓는다고 해서 이름을 ‘흥남정’이라고 지으면 어떻겠느냐는 말씀도 드렸다”면서 “머지 않아 라루 선장이 잠든 예수상 주변은 구상나무와 미스김 라일락, 소나무 등 한국 토종나무들이 아름다운 자태(姿態)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이성종 이애란씨 부부는 "마침 동부를 여행하는 중에 뉴튼 수도원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되었다. 선친 고향이 흥남이신데 흥남철수의 영웅인 라루 선장님 묘소를 참배하게 되어 정말 감동적이고 행복했다. 이곳 수도원이 한국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을 위한 인류애의 성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소망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
<꼬리뉴스>
오바마 감사편지 '1492그린클럽' 화제 (2017.1.21.)
환경인권운동가 백영현회장헌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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