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매체 오세영시인 조혜진작가 인터뷰
모스크바=김원일 칼럼니스트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의 영혼을 느끼려면 어떤 문학 작품을 읽을까.’
러시아 미디어가 한국 문학과 한국 문인들에 대한 기사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러시아 리테라투르나야 가제타가 한러 문학교류의 일환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오세영 시인과 조혜진 작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문은 12일 10면과 11면 양면 기사를 통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영향과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의 영혼을 느끼기 위해 어떤 작품들을 읽어보아야 하는지 한국의 두 문인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고 소개했다.
- 한국현대문학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떠한 경향이 있는가?
오세영: 한국현대문학은 1884년 한국이 개항(開港)하였던 시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이후 100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 시간은 우리 역사에서 매우 비극적인 기간이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한반도에서는 열강들이 지배권을 주장하며 러일전쟁과 청일전쟁 등 대규모 전쟁을 일으켰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합병했다. 2차대전 후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독립을 얻지 못했다. 소련과 미국에 의해 분단되었고 군사통치가 시작되었다. 이후 1950년에 한국전쟁이 시작되었고 전쟁이 끝난 후 독립을 얻었지만 다시 군사독재가 시작되어 오랜 기간 동안 지배했으며 당연히 인권과 자유를 억압(抑壓)했다. 한국은 수난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한국문학은 ‘순수’문학일 수 없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독재에 항거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졌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다. 작가들은 인간의 자유와 권리와 독재체재 하의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투쟁할 것을 촉구했고 그러한 방법으로 국가와 사회를 변화시키려 했다. 이것은 지난 세기 90년대까지 이어져왔다.
한국 현대문학에는 두 측면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외적’인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으로 이미 우리가 말했던 시대를 반영하는 독재에 항거하고 인권을 수호하려 했던 문학이다. 두 번째 측면은 ‘내적’인 것으로 인간본성과 인류보편의 물음, 삶의 의미를 찾는 한국문학에 내재한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문학은 100년 동안 발전해왔고 20세기 말에 한국인들은 민주주의 확립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인간의 삶은 향상되었으며 사회 또한 개선되었다. 하지만 항상 그러하듯 동전의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한국인들은 자본주의의 발달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사이 인간성을 상실해왔다. 삶의 주요 목적이 돈이 되었고 물질적 풍요의 획득이 되었다. 사람들은 시장의 노예가 되었다. 물론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경제사회적 조건 속에서 한국문학은 “궤도를 바꾸었다.” 90년대 이후 문학작품들의 주요 주제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인간성을 되돌려주는 것이 되었다. 물론 경향과 방향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것들은 매우 당양했다. 페미니즘 자연주의 등이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경향들은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조혜진: 나는 한국문학은 매우 자유롭다고 말하고 싶다. 스타일의 측면에서도 주제와 플롯 소재들의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는 다양한 실험적인 경향들이 발달되었고 특히 그것들은 좋은 평가들을 받았다. 하지만 이 모든 자유로움 속에서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돌리는 산문가들과 시인들이 있어왔다. 그들은 독재자와 투쟁하던 시기로 돌아갔다고 말할 수 있다. 정치적 질서의 변화와 함께 사회 문제들이 사라지지 않았고 그들은 모습을 달리했다. 하지만 80년대 작가들과는 달리 현대의 작가들은 질서 자체에 대해 쓰지 않고 인간 개인과 그들의 삶 자신의 이상을 드러내려 노력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도 그러한 유형의 작가들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현대문학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오세영: 산업사회 독재와의투쟁 인간탐구다.
조혜진: 표현성(한국어에는 표현수단들이 많이 발달되어있음) 진지함(한국문학은 매우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음) 물음(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단순히 주장하지 않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음)이다.
- 한국에서 작가의 지위는 어떠한가?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 작가라는 직업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오세영: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했었다. 소련시절 작가들은 작가연합을 통해 월급을 받았었지만 한국에서는 그랬던 적이 없다. 소련에는 국립출판사가 있었지만 한국에는 개인출판사만이 있었다. 상업적인 이유가 있다면 출판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출판하지 않는다. 대략 10%의 수익을 작가들이 받는다. 따라서 더 많이 팔리면 더 많은 돈을 받게 되는 구조이다. 한국정부는 작가들과 문화계 인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많은 프로젝트들을 만들었지만 한계가 있다.
조혜진: 따라서 한국에는 전문작가가 없다. 모든 작가들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오세영 작가와 나는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 러시아 문학의 영향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가? 러시아 작가의 작품들이 한국 문학 전체와 개인적으로 미친 영향이 있는가?
오세영: 오래전 이야기에서 시작해보고자 한다. 양국 간 외교관계는 1991년에 맺어졌다. 모두 그 이전에는 한국이 소련과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양국 간에는 냉전(冷戰)이 있었고 어떤 관계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상 그렇지는 않았다. 한국현대문학이 발전하기 시작하였을 때 바로 러시아 문학이 그것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 현대 산문의 창시자(創始者)로 여겨지는 이광수 작가는 톨스토이를 매우 좋아했다. 특히 톨스토이 소설들에서 나타나는 인본주의가 그를 매료시켰다. 그는 톨스토이의 사상과 재능의 영향을 받았고 그의 작품 속에서 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광수 작가만이 예가 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러시아 문학을 매우 사랑했다.
내가 이미 말한 것처럼 이후 한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우리 작가들 중 일부가 소비에트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 독립투쟁 과정에서 그들 중 많은 수가 사회주의리얼리즘의 예술적 기법들을 사용했다. 사회주의리얼리즘은 일본의 압박과 싸워나가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와 같은 것이 해방이후 한국전쟁 당시 독재와의 투쟁 동안 있어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러시아와는 떨어진 상태로 한국에서도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조혜진: 나에게 있어 러시아는 신비하고 낯선 나라이다. 게다가 나는 처음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나는 대학시절 처음으로 작가가 되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당시 나는 주로 도스토예프스키와 체홉을 읽었고 그들은 나의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그들의 작품은 내가 작가의 장인(匠人)정신을 배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올해 모스크바국제도서전시회에 나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었다. 나는 매우 감사한다. 하지만 한국 작가들이 러시아에 소개되는 것 뿐만 아니라 현대 러시아 작가들도 한국에 많이 소개되기를 바란다. 왜냐 하면 한국에서 현대 젊은 러시아작가들은 잘 모르고 오로지 고전작가들만 알기 때문이다.
-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 독자들이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한국작가들은?
오세영: 한국고전문학 중에서 ‘춘향전’ ‘홍길동전’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또한 내 견해에 10세기까지 유행했던 향가 장르를 읽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죽은 누이에게 바치는 노래를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데 많은 향가들 중에서 그것이 가장 강한 인상을 줄 것이다. 현대 작가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작가들을 추천한다. 김소월 서정주 정지용. 이들은 지난 시대의 위대한 이름들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작가들 중에도 위대한 시인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고은 정호승 시인들이 있다(오세영 작가가 언급한 작가들은 거의 러시아어로 번역되어 있다).
조혜진: 나는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진 외국 독자들에게 우리 단편들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소설이나 중편이 아니라 바로 단편들. 내 생각에 한국 작가들은 이 장르에서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항상 매력적이고 화려하며 잘 고안된 이야기들이다. 또한 한국문학을 처음 맛보는 데는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그들 중 특별히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을 언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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