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김 아버지 김종진씨 소회
Newsroh=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이무기는 천년을 기다렸지만 클로이는 4년만에 용이 되었네요.”
스노보드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된 클로이 김(17 Chloe Kim)의 열풍이 불고 있다. CNN을 비롯한 미국언론은 연일 클로에 김에 관한 소식을 전하며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클로이 김의 오늘이 있기까지 아버지 김종진(62) 씨의 헌신적인 지원과 그녀의 금메달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사연도 소개되고 있다.
김종진씨는 1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두 클로이가 금메달을 딸거라고 말해 아주 스트레스가 심했다. 결과가 어찌 될줄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면서 “하지만 금을 딴 지금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난 이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아빠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느낌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 사진 NBC 캡처>
CNN은 김씨가 대부분의 미국인들처럼 그는 시원한 맥주를 즐기며 딸의 승리를 기념했다면서 이런 날이 오기까지 그는 오랜 길을 걸어야 했다고 말했다.
1982년 20대 중반의 그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전 재산이 800달러였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난 클로이가 스노보딩에 재능을 보이자 그는 하던 일을 중단하고 딸에게 매달렸다. 그는 NBC투데이쇼에 출연해 “나같은 이민자들은 항상 얘기하는게 있다.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클로이가 내게는 아메리칸 드림이다”라고 말했다.
클로이도 가족의 사랑과 지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감격의 눈물을 짓는 모습과 성조기를 두른 채 활짝 웃는 사진을 올리고 “난 우는걸 싫어하지만 이번만은 예외다. 금메달을 집에 가져가도록 밀어준 모든 분의 사랑에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이하 사진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클로이 김은 ‘자식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인생을 바친 부모님의 마음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SPN은 용이 된 이무기의 사연(事緣)을 전했다. "김종진씨와 부인 김보라씨는 딸을 이무기(Imugi)라고 부른다. 이무기는 아기 용을 말한다. 클로이는 2000년 용띠해에 태어났다. 한국의 설화에 따르면 어린 뱀이 1천년에 한번 폭풍이 몰아칠 때 하늘로 승천(昇天)하면 비로소 용이 될 수 있다."
클로이는 만 열세살이던 2014년 소치올림픽때도 준비된 메달 후보였지만 나이제한으로 2018년 평창올림픽까지 기다려야 했다. 김종진씨는 ESPN 알리사 로닉 선임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클로이는 1천년이 아니라 4년을 기다렸다. 올림픽에서 이무기(클로이)는 금메달을 따서 용으로 승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진씨는 “딸이 금메달을 따면 핑크 드래곤 스노보드 아카데미를 열어서 다른 소녀들의 올림픽 꿈을 돕겠다”며 농섞인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1차시도에서 클로이가 전체 선수중 가장 높은 93.75점의 점수를 받자 김종진씨는 꿈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지만 ‘아직 경기가 끝난게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클로이가 경기하는 날 미국에선 두 언니 트레이시와 에리카까지 날아왔고 서울에선 할머니 문정애(75)씨도 와서 손녀딸을 응원하는 배너를 들었다. 두 번째 시도후 클로이는 가족들 사이에 할머니가 와 있는 것을 보고 “세번째 시도는 난생 처음 제 경기를 보고 있는 할머니를 위해 바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미 금메달이 확정되었지만 클로이는 세 번째 시도에서 고난도의 묘기를 잇따라 연출하며 98.25점의 올림픽 사상 최고점을 기록하며 완벽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날 아침 경기에 나서는 딸에게 김종진씨는 “어이 이무기, 오늘의 용이 되는 너의 날이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폭풍우가 부는 날씨는 아니었지만 클로이 김은 폭풍과 다름없는 정신적 부담을 뚫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용이 되었냐구요? 네 제가 정말 용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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