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사람이 변화되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이봉래 대표는1시간이 넘는 인터뷰 시간내내 한번도‘수익창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가 대표로 있는 Joybells(이하 조이벨스)의 캄보디아 자회사격인 Hesed(헤세드)의 정체성이 사회적기업이긴 하지만 비즈니스 필드 중심에 ‘대표직’을 맡은 인물이라고 하기엔 이상하리만치 그에게서 돈냄새가 나지 않았다. 오직 캄보디아 지역자립, 특히 취약계층의 자립에만 몰두해 있는 그에게 가장 보람찬 가치는 사람, 오직 사람뿐이었다.
착한 기업 헤세드가 시작되기까지
사회적기업 헤세드의 모회사인 조이벨스 이봉래 대표는 허례의식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소탈한 아저씨’었다. 캄보디아에서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기전까지 그는 한국에 13년전 조이벨스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학교, 병원건축 및 자연재해 현장 구호팁 파견 지원등을 수행해 왔다. 그러다 문득 2012년경 재정적인 후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통한 선교(BAM, Business as Mission)형태를 따른 직접적인 구제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 고민 중 캄보디아는 그에게 창업에 가능성이 무한한 ‘모든 걸 다 해볼 수 있는 나라’로 다가왔고 캄보디아에서 사회적 기업 '헤세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직 3년이 채 안된 신생회사지만 헤세드는 이직율이 현저히 낮다. 작년 말 송년의 밤 행사에 직원의 가족까지 모두 초대한 이색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호텔을 처음 구경하는 가족들, 정성껏 준비한 음식에 신이난 직원 자녀들과 함께 어우러져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이 대표의 서툰 고백이 모든 직원에게 전해졌으리라.
헤세드를 만나 변화된 캄퐁츠낭 팜슈거 마을이야기
이 대표는 캄보디아가 살 길은 캄보디아의 뛰어난 제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부합하는 가장 좋은 조건의 제품은 ‘팜슈거’였다. 팜슈거는 현존하는 설탕 대체 식품 중 가장 좋은 설탕임이 입증되었고 캄보디아의 팜슈거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팜슈거 중 하나이다. 팜슈거 대량생산 지역은 보통 캄퐁스쁘로 알려져 있지만 이 대표는 좀 더 열악하고 각광받지 못한 지역에 도움을 주고 싶어 캄퐁츠낭을 찾았다.
헤세드는 팜슈거 제작을 해오던 캄퐁츠낭 마을 주민을 모아 “캄보디아의 팜슈거를 세계적인 수준의 팜슈거로 만들고 싶다. 지금 이 팜슈거는 너무너무 좋은 원료이지만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없는 이유는 위생문제 때문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방식은 그동안 여러분이 해오던 방식에 비해 귀찮고 까다로울 수 있지만 이 방식을 따라준다면 우리는 수출 할 수 있다.”고 호소하며 모자, 장갑쓰는 법, 손 씻기, 솥 관리법 등을 전수했다. 이 조건만 지켜준다면 그동안의 가격보다 25% 높은 가격에 팜슈거를 구매하겠다고 했지만 낯선 외국 회사의 제안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주민의 일부만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서로를 믿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농민에게는 헤세드라는 회사가 그들의 이익을 착취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아니라 잘 살게 해주려는 마음이 점진적으로 전달되었고 농민들이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며 서로서로 돕는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난 것을 목격하며 점점 두터운 신뢰관계로 거듭나게 되었다. 헤세드가 팜슈거 마을에 개입하면서 공동작업장이 조성되었고 먼저 일을 끝나쳐도 동료들의 일을 서로서로 도와가며 도와주며 공동 작업의 바람직한 모델이 되었다. 건강한 관계에서 건강한 팜슈거가 나왔고, 판매가 늘며 작년 한국 수출도 성사되었다.
팜슈거 마을은 실질적으로 60% 소득증대 효과를 봤다. 소득이 증대되고 협동할 수 있는 현장이 주어지면서 ‘이기적인 마음’이 사라졌다. 다른 회사보다 25%나 비싼 가격에 구입해주니 마을 주민들은 더 열심을 내기 시작했다. 우기는 거치고 건기동안 가구당 한 부부 소득이 200불이 안됐다고 여겨진 처음과 반면 평균적으로 월 300불 중반대까지 소득이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7가구로 시작했던 팜슈거 마을 조합은 이제 15가정이 합류해 생산량도 눈에 띄게 늘어갔다.
분기별로 여는 마을잔치에 지난번 완제품을 가져가 보여드렸는데 제품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마을 주민이 있었다. “내가 만든 팜슈거가 이렇게 깔끔하게 포장되다니..” 감격에 복받친 모습에 그 어느때 보다 큰 보람과 감사를 느꼈다.
협력, 상생은 나의 색을 녹이는 것=희생
“협력, 상생은 유독 한국인에게 어려운 것 같다”는 질문에 이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그림까지 그려가며 대답했다.
“수학에서의 교집합은 양 측에서 동일하게 갖고 있는 무언가의 교차점이겠죠. 많은 사람들은 관계의 교집합을 이런 수학적인 의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협력, 상생 아니 이런 어려운 말 말고 사람 관계의 교집합은 ‘색깔’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저희가 노랑, 다른 공동체가 파랑일 때 교집합은 초록이라는 새로운 색이 나옵니다. 서로의 색을 녹여서, 나아가 ‘나’를 녹여서 새로운 색을 만드는 것, 하지만 그 안에는 나의 색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상생’입니다.”
이어 그는 “상생이 가능한 두 조직은 서로 끌어 당깁니다. 결국 교집합 부분, 두 색이 오버랩되는 부분이 늘어나겠죠. 자연스럽게 구조적으로 가까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색을 녹일 의지가 없는 조직은 밀어내게 됩니다. 끝만 잠깐 붙었다가 떨어지고 말겁니다.”고 덧붙였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건강한 공동체, 보리솥
친환경 유기농 유통회사 보리솥은 헤세드의 자회사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돕고 관련된 모든 사람이 행복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분명한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지나치게 이상적이여서 현실감이 없어보인다. 놀랍게도 이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한국의 조이벨스는 이 원리로 지난 13년동안 매년 35%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의 원칙은 캄보디아 헤세드와 친환경 유기농 유통회사 보리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는 아주 특별하고도 특이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수익의 60%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 나머지 40%는 지속적인 회사 운용과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그는 이어“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생산자에게는 높은 가격에 작물을 살 수 있도록 제품의 상태를 끌어 올리고, 소비자에게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최대한 마진을 적게 잡아 낮은 가격에 제공하고 싶다. 우리 직원들, 협력하는 모두가 다른 회사에서 느끼지 못하는 행복감을 우리회사에서 느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이제 이 대표는 헤세드와 같은 '건강한' 사회적기업 모델을 가지고 캄보디아를 떠난다. 현재 방글라데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그는 그 나라 실정에 맞게 헤세드에서 이뤄냈던 '진정한' 지역 자립을 위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의 색을 녹인 다는 것, 결국 희생없는 사랑에 협력과 상생은 어불성설이라는 진리와도 같은 말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완벽하게 할 수 없는 것, 어렵지만 부단히 그 길을 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조금씩 캄보디아를 변화시키고 있다./글 정인솔, 사진 드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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