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플로리다 한인회, 설잔치에 300여명 모여 흥겨운 한때

(올랜도) 최정희 기자 = 민족 전통 설을 맞아 중앙플로리다한인회(회장 서민호)가 7일 오후 5시 이스트몬트 시빅센터에서 설잔치를 열었다.

올해 설잔치는 근래 보기드물게 행사장이 북적인 잔치였다. 최근 쌀쌀한 날씨로 인해 썰렁한 겨울 분위기가 깃든 시빅센터에는 노인복지센터 회원들과 시니어 아파트 주민들, 그리고 지역내 몇몇 교회 신자등 200∼300명의 화기로 단번에 온화해졌다. 행사장은 고운 한복 차림의 노인들, 설을 만끽하려는 장년들, 행사 공연과 도움을 위해 참석한 청년들, 세배하러 나온 어린이 등 각양 각색의 한인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매년 한국전 참전 군인 가족들도 참여해 흥을 나누었으나 올해에는 1명의 연로한 베테랑 외에는 눈에 띄지 않아 노령화 되고 있는 참전 군인들의 사정을 드러내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경희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설잔치는 국민의례에 이어 지역 목회자협의회 회장인 엄준용 목사는 기도 순서에서 설 행사와 한인사회의 안녕을 기원했다.

이어 김재권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과 주애틀랜타 김성진 총영사의 축사를 이우삼 전한인회장과 서민호 회장이 각각 대독하는 형식으로 축사 순서가 진행됐다.

김 총연합회 회장은 축사에서 설 잔치를 준비한 한인회 임원들을 격려하고 "한인회가 준비하고 있는 법률상담, 의료검진, 주류사회 진출을 위한 사업 등은 동포사회가 협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며 새 한인회를 중심으로 동포사회가 일취월장 뻗어 나가기를 기원했다.

김 총영사 역시 새 한인회 발족을 축하하고 임원, 자원봉사자들에 감사를 표하며 한인회 중심으로 한 한인사회의 발전을 기원했다. 또 김 총영사는 오는 4월에 있을 재외선거 투표에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린이들에서 노인까지, “대박이군, 대박이야!”

이우삼 전한인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2부 순서는 어린이들에서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한 가운데, 예쁜 한복차림의 초등학생 여아 두명의 세배로 시작했다. 아이들은 세배후 깜짝 율동과 더불어 ‘대박이야!’라는 노래를 불러 1부 예식으로 엄숙해진 청중들의 흥을 단번에 돋구었다.
  “대박이군, 대박이야, 세상 사람 모든 이가 대박이야, 형님도 언니도 대박,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대박이야, 세상살이 힘들다해도 애인이 없다 하여도 난 괜찮아,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나도 뜬다∼” 라며 어린 아이들이 자막도 없이 줄줄 쏟아놓은 가사는 장내에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한복을 차려입고 무대에 오른 노인복지센터 회원들은 기타리스트와 장구 리듬 장단에 맞춰 노래를 선사했다. 7개월을 연습했다는 25명의 시니어들은 우선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배를 타고 (독도) 홀로섬에서 아침해를 맞자”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홀로 아리랑’ 을 불렀다.

이어 시니어들이 부른 노래는 지난해 가수 서유석이 내놓은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였다. “세상나이 구십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하게 하는가. 세상은 삼십년간 나를 속였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노래는 가사도 재미있지만 활기찬 삶을 원하는 시니어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전달했다.

설날 축하 순서의 후반부는 청년들과 장년들의 차지였다. 푸른동산교회 청년부 찬양단은 복음송 중창을 끝내고 들어가는가 싶더니 단장이 무대에 재등장해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으로 시작하는 나훈아의 ‘고향역’과 ‘울긴 왜 울어’ 등 흘러간 노래를 가수처럼 불러내어 좌중의 어깨를 들먹이게 했다.

마지막 순서로 제칠일중앙안식일교회 관악단은 ‘고향의 노래’ 등 우리 가곡을 중심으로 메들리를 연주했다. 청중들은 클라리넷, 플룻, 섹소폰 등으로 이뤄진 20여명의 관악단이 연주하는 선율을 들으며 마치 뭇서리 내린 겨울 뜨락과 함박눈 쌓인 고향집 싸리울을 그리는 듯한 향수에 젖어들었다.

설날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역시 식사 시간. 강재구 목사의 식사 기도에 이어 제일장로교회 신자들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은 고기를 넣고 손수 끓인 떡국을 상으로 일일이 날랐고, 한쪽 부페 테이블에서는 길게 줄을 선 참석자들이 잡채, 고기, 김치, 떡, 나물, 생선전, 야채전 등을 접시에 받아 자리로 돌아가 담소를 나누며 명절의 감흥을 즐겼다.

설 행사가 있던 시간은 마침 미국에서 대통령도 본다는 수퍼볼 미식축구 게임이 있어 주최측은 청중들을 위해 식사 시간에 게임 중계를 무대 스크린으로 옮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서 회장 “목소리 커야 잘 들린다” 유권자 등록 독려

이날 행사에는 김종규, 서종환, 이흥규, 이미대자, 박석임, 이우삼 전 한인회 회장 등이 소개되어 새 한인회가 펼치는 행사에 힘을 보탰다. 또 입구에서는 한인회 관련 인사들이 최근 2주에 걸쳐 주말에 우성식품 앞에서 벌인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계속 펼치기도 했다.

서민호 한인회 회장은 1부 폐회 전에 인사 및 한인회 활동 보고를 통해 설 행사를 위해 다양한 수고를 펼친 푸른동산교회와 노인복지센터 등 단체에 우선 감사를 표했다. 서 회장은 “10살에 이민와 우리 이민 1세대 부모님들의 희생을 보고 자랐고, 안식일 교회 등 교회들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며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 회장은 “변호사로 일하며 아주 쉬운 법도 이해하지 못해 고통당하는 이민자들을 보아왔다” 며 2월 13일과 3월 12일에 한인회 주최로 각각 있을 법률 상담(제일장로교회)과 의료 검진 상담(푸른동산교회)을 홍보했다. 또 서 회장은 “목소리가 커야 당연히 잘 들린다” 며 본국 재외선거를 위한 유권자 등록을 소개하고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