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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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벚꽃은 사전에도 없는 단어입니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재미동포 남성이 평양에서 겪은 체험담(體驗談)을 영어 블로그에 시리즈로 연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에드워드 리(이)씨는 26일 '글로벌웹진' 뉴스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평양에서 열린 국제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면서 흥미로운 경험들이 너무나 많아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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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마라톤이 열린 지난 10일은 벚꽃이 활짝 만개하는 계절이었다.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평양거리에 벚꽃이 활짝 폈다"면서 천리마동상 주변의 벚꽃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씨는 "처음엔 우리 일행도 벚꽃인줄 알고 아름답다며 감탄했지만 알고보니 80%는 살구꽃이고, 나머지는 복숭아, 배꽃이었다. 러시아대사관이 잘못된 정보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가이드가 김일성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엘리트였는데 벚꽃을 전혀 몰랐다. 동행한 운전사도 60세가 넘은 고급 군인 출신이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럼 사쿠라는 들어 보셨나요?’ 했더니, ‘아, 일본꽃!’하며 단어는 알더라. 북한에서 벚꽃이라는 단어가 사전에도 없다는 것은 솔직히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벚꽃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그는 한때 한국에서도 일본꽃이라며 베어버린 것처럼 반일감정이 특히 심한 북한에서도 그렇게 사라진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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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벚꽃사연말고도 평양 방문동안 북한 젊은이들의 연애와 결혼, 여가생활 등 많은 부분에서 문화적 차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이씨는 최근 '미스 뱀파이어'라는 영문 시트콤 소설을 아마존 e북으로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 평양마라톤엔 어떻게 가게 됐나?

 

"본래는 로마마라톤에 가려고 했는데 우연히 평양마라톤이 4월10일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어 즉흥적으로 출전하게 됐다. 중국의 고려여행사 통해 가게 되었고 동행한 20명은 모두 유럽출신이었다. 올해가 29회인 평양마라톤대회의 정식명칭은 '만경대상 국제마라손경기대회'로 3회대회부터 외국인과 아마추어 선수들이 함께 나오기 시작했다. 하프마라톤과 10km 달리기가 함께 열렸다. 출전선수는 49개국 1800명으로 외국 참가자들이 1100명으로 북한 참가자보다 훨씬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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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 분위기는 어땠나

 

"올해는 처음으로 관중 15만명을 수용하는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레이스가 시작됐다. 관중들도 엄청난게 많아 올림픽에라도 출전한듯한 기분이었다. 운동장안에 스폰서로 보이는 입간판들이 많이 보였는데 '조선송이무역총회사' '삼천리광학합작회사' '진명합영은행' 등 한글간판과 영어간판들이 줄지어 있었다. 마라톤 코스는 아주 단순했다. 능라도경기장을 나와 대동강을 건너 개선문을 거쳐 한바퀴 도는 10km 코스를 4번 달리고 운동장에 골인하는 것이었다. 다리도 건너고 터널도 지나고 피라미드 모양의 105층짜리 류경호텔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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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보니 벚꽃같은 것들이 활짝 피었던데

 

"벚꽃은 전혀 없었고 대부분 살구꽃이었다. 나머지는 복숭아꽃과 배꽃 등으로 흰색과 분홍색 꽃들이 만개해 달리는내내 정말 아름다웠다. 평양시민들도 연도에 나와 박수를 하고 격려하는 등 함께 즐겼고 일부 학생들은 단체로 나와 응원하기도 했다."

 

- 재미있는 경험을 소개한다면

 

"유실수들이 많아 가이드한테 살구같은거 익으면 누가 몰래 따가지 않냐고 집요하게 물었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다'며 '수확하면 탁아소와 유치원 아이들에게 보낸다'고 했다. 만원 지하철을 탔을 때 에스컬레이터에서도 그렇고 아무도 빨리 걷는 사람이 없어서 신기했다. 지하철을 두 번 탔는데 처음엔 구형 전동차였고 두 번째는 신형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구형엔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이 있었는데 신형엔 사진이 없었다. 전동차 내부에 CC-TV 카메라가 달렸고 버스도 뒷문으로 탔다가 앞문으로 내리는게 이색적이었다."

 

- 북한에 입국할 때 특별히 문제는 없었나.

 

"금지품목이 있는데 남북관계를 다룬 책과 성조기, 태극기, 정치문구가 담긴 셔츠, 한국어 책과 잡지, 신문, 라디오, 성경책 등이었다. 휴대폰도 검사를 하는데 북한을 비난하는 영상물이 있으면 지우는 정도였다. 이번에 한국어로 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자서전을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가져갔다가 평양 공항에서 압수됐다가, 출국할 때 받아 왔다. 근데 참 놀랍게도 그사람들이 압수하는 것을 미안해 했다. 웃으면서 '이거 원래 금지된 것으로 저희가 몰수하는 것인데, 일단, 저희가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드릴테니 떠나실 때 잊지말고 꼭 말씀하셔서 받아가십시오' 그러더라. 상당히 의외였다. 출국할 때 받으러가니까 미리 들고 있어서 더 놀랐다. 북한사람들, 순박하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그랬다. 우습게 말하면 무슨 산골 촌사람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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